"스쿨존 피해가자" 민식이법 시행 한 달…과잉처벌 논란 여전
스쿨존에서 어린이 대상 사고 가중 처벌 '민식이법' 시행 한달
과잉처벌 논란 갈등 여전…'민식이법 무서워' 게임까지 등장
"민식이법 개정해달라" 청와대 국민 청원도
운전자들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 나올 수 있어" 불만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하루 앞둔지난 3월24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과잉처벌 논란에 휩싸인 민식이법을 두고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한 지 현재 한 달이 지났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법 개정 촉구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민식이법을 주제로 한 모바일 게임까지 나오면서 해당 법을 둘러싼 비난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 법에 반대하는 운전자들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처벌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처벌이 너무 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故 김민식 군 부모는 해당 법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사실상 법 개정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일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에는 김민식 군 이름과 사고 내용을 그대로 담은 '스쿨존을 뚫어라 - 민식이법은 무서워'라는 제목의 게임이 올라왔다.
게임 정보란에는 "무서운 민식이법이 시행되었다. 어쩔 수 없이 스쿨존에 들어오게 된 택시기사. 과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라고 표기되어 있다. 게임 이용 콘텐츠 등급은 전체이용가로 누구나 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게임은 사용자 차량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진입하며 시작된다. 스테이지는 10까지 있으며 게임을 지속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차량에 달려들면 운전자(사용자)는 피해야만 한다. 스쿨존 진입 중 전방에 동전이 나오지만,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와 동전을 줍는다. 이때 어린이와 부딪히면 경찰에 끌려가며 게임이 종료된다.
안드로이드 모바일 게임 '스쿨존을 뚫어라 - 민식이법은 무서워 '사진=구글 플레이 스토어 앱 캡처 |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실제 사고를 당해 숨진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해당 법은 과잉처벌 우려가 있어 이를 풍자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한 누리꾼은 "민식이법이 적용된 현재 운전자의 관점에서 보니 완전 똑같다. 민식이법은 얼른 없어져야 할 악법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고인을 모욕하고 있다며 "여러분들 고인을 능욕하는 것이 재밌으십니까? 진짜 나쁘시네요"라며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게임 개발 업체 측은 한 매체를 통해 "운전자로서 민식이법이 무서웠고, 많은 운전자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스쿨존에서는 더욱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운전자들 "징역형은 너무 과한 처벌" 토로
지난해 12월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의결했다. 민식이법은 크게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 등에 관한 개정안으로 나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 안전시설 확충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에 대한 가중 처벌 조항을 각각 담고 있다.
민식이법 중 특가법은 스쿨존 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치어 사망하게 한 경우 그 운전자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논란의 지점은 과잉처벌이다. 스쿨존에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낸 경우' 특가법 적용 대상이다.
운전자들은 주의의무를 다하며 운전해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경우 사실상 대비하기 힘들어, 주의의무을 다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이런 상황에 가중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니, 형평성에 어긋나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평소 차량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직장인 A 씨는 "법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스쿨존 환경을 조금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처벌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는 "문제는 처벌 수위다"라면서 "스쿨존에서 사고를 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처벌이 너무 과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민식이 법 개정해달라" 청와대 청원 35만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이런 가운데 민식이법을 개정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3월23일 올라온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 제목의 청원은 35만4,857명 동의를 받고 종료했다.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 구역 내의 어린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합니다"라며 "'아이들은 원래 돌발행동을 많이 하잖아'와 같은 이유로 운전자에게 (과실책임을)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어린이 보호구역자체에 차가 못 들어가게 막자 그냥', '어린이 보호구역은 피해가게 하는 내비게이션 안 나오나요' 등의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는 모든 운전자를 해당 범죄의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꼴이며 어린이 보호 구역을 지나가야 하는 운전자에게 극심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11월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 군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한편 민식이법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김민식 군 부모는 지난달 28일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식이법) 수정될 부분은 수정되고, 보완될 부분은 보완돼 완벽한 법으로 바뀌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해당 법은) 운전자에 경각심을 갖게 하자는 것이었고, 세부사항은 저희가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논의하고 통과시킨 것이어서 그 부분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식이법은 보복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운전자들의 우려와 혼란을 이해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정부에서 풀어줬으면 좋겠고, 오해에서 벗어난 분들이 더 이상 저희를 공격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법을 발의하고 수정한 곳은 국회다. 이렇게 법이 만들어진 것을 저희가 만들었다고 하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아이들을 지켜주자고 만들어진 법인데, 괜히 나섰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