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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북한영화 읽기... 南北 소통의 다리놓기

전영선 건국대 교수 '어서와 북한영화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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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이야기'는 북한영화다.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2017년 6월에 방영했다. 내용은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비슷하다. 고아가 된 아이들을 키우는 처녀 엄마의 이야기다. 나이도 많지 않은 리정아가 은정ㆍ은향ㆍ은철 남매 곁으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온전히 개인의 이야기는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치색을 드러낸다. 다른 북한영화들처럼 '기-승-전-수령' 구조다.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이 등장하면서부터 체제 선전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의미와 지향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특히 김정은 체제는 북한 사회에 일어나는 근본적인 변화를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 집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전영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가 쓴 '어서와 북한영화는 처음이지'는 북한영화의 이해를 돕는 길잡이다. 영화를 통해 북한의 문화 지형을 파악한다. 우리 집 이야기의 창작 배경과 사회적 의미를 살피고, 각 장면의 상황과 상징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해석한다. 저자는 "북한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떤 토대와 지형 위에 있는지를 알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이해과정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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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이야기에서 우리 집은 조선노동당의 품을 상징한다. 리정아를 중심으로 당원들과 온 마을 사람들이 고아를 돌보는 모습에서 당은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품어주는 우리 집이 된다. 이는 곧 아이들의 꿈을 키워야 한다는 원수의 뜻으로 연결된다. 지난 1월1일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정세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중략) 세대를 이어 지켜 온 소중한 사회주의 우리 집을 우리 손으로 세상에 보란 듯이 훌륭하게 꾸려 나갈 애국의 열망을 안고…."

'사회주의 우리 집'은 사회주의 제도에서 사는 우리 국가를 뜻한다. '우리 국가제일주의'는 김정일 애국주의를 기본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구호다. 로동신문 등을 통해 그 의미와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우리 집, 우리의 집은 당의 품"이다. 휘날리는 국기 아래 한집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가 가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회주의 제도가 있고, 당이 있으면 어디든 우리 집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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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이야기는 이 사상을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내용이다. 열여덟 살에 고아 일곱 명을 키워 '처녀 어머니'라고 불린 장정화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알려졌으며, 2016년 열린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에서 '미풍선구자'로 소개됐다. 김정은 시대에 왜 주목을 받게 됐는지는 영화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역 책임비서가 초급단체위원장을 불러 리정아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으로 남매 집을 오가는지 설명하는 신이다.

"그럼 내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난 그 처녀가 나이는 어리지만 가슴속엔 아주 소중한 꿈이 있다고 생각되오. 이자 방금 학교문을 나선 그에게 깃들기 시작한 그 소중한 꿈이란 무엇이겠소? 온 나라 애육원, 육아원들을 찾고 찾으시며 부모 없는 아이들의 마음에 그늘이 질세라 늘 마음을 쓰시는 우리 원수님 어깨에 실려 있는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은 그 마음 아니겠소. 그 어린 동무가 말이오. 난 인간으로서두 그 소중한 꿈을 지켜주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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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리정아는 한 개인으로서 동정심을 가지고 고아를 돌본다고 볼 수 없다. 고아들을 위해서 밤낮으로 애쓰는 '경애하는 원수님'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하는 행동이다. 저자는 "우리 집 이야기의 주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라고 했다. 실제로 장정화는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동당의 핵심정책 가운데 하나인 청년중시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새로운 얼굴을 내세우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 홍보하는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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