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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그림 어디서 샀어?"…쉿! 1만5000원이면 돼

미술계의 넷플릭스 꿈꾸는 ‘그림 정기구독’의 비밀

그림 정기구독 플랫폼 핀즐 진준화 대표 인터뷰

매달 트렌디한 화풍으로 공간을 바꾸는 ‘인테리어 서비스’로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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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핀즐의 진준화 대표는 "그림도 음악이나 영화처럼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라이센스 프레임으로 소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윤진근 PD

#.취업 3년 차 박예슬(가명) 씨는 최근 본가에서 독립해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었다. 처음으로 갖는 나만의 공간, 휑한 벽을 채울 그림을 알아보던 박 씨는 원화는 너무 비싸고, 렌털도 부담이 돼 구입을 포기하려다 ‘그림 정기구독’을 알게 됐다.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외국 작가 작품을 프린트 본으로 한 달에 한 점씩 받아보는 데 드는 비용은 월 1만 5000원 선. 3개월째 그림을 구독 중인 박 씨는 매달 새로운 그림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며 리프레시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핀즐의 아이템 출발은 집꾸미기였다. “신혼집 인테리어 중 그림 구매를 알아보다가 높은 가격대와 낮은 접근성을 보고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는 진준화 대표의 설명은 1~2인 가구의 인테리어 고민을 잘 짚어내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는 여전히 좁고 높다. 진 대표는 “미술시장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갤러리 중심의 유통 실패”라며 “음악, 영화, 도서가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라이센스 프레임으로 옮겨와 폭발적으로 성장했듯 미술 역시 라이프 비즈니스로 소비와 유통의 확장성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즐은 매달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새롭게 제공하고 있다. 사진 = 핀즐

핀즐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작가 작품으로 매달 새로운 그림을 제공한다. 작가 선정의 기준에 대해 진 대표는 “비핸스(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포트폴리오를 업로드하는 사이트)에서 우리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고,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검색해 팔로워와 좋아요 숫자를 정량 체크해 대중적 반응을 살핀다”며 “그렇게 리스트업한 작가에게 우리는 한국에서 미술 작품을 유통하는 회사인데 함께 작업하지 않겠냐고 제안 메일을 보내 작가를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반에는 작가 섭외에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핀즐이 가진 진정성을 바탕으로 설득에 나서자 대부분의 작가들이 응답하기 시작했고, 레퍼런스가 차츰 쌓이자 섭외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는 일이 고되진 않을까. 진 대표는 “구독자들이 그림 구독을 통해 새로운 기분을 낼 수 있게 고수하는 우리만의 원칙”이라며 “지난달에 차분한 그림을 선정했다면, 이번 달엔 화려한 그림을 보내는 방식으로 큐레이션에 있어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소개된 작가들은 핀즐에 자신의 저작권을 무료로 양도하고, 핀즐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작가와 작품을 홍보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상품 제작 수익을 일정 비율로 작가에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작가와 새로운 작품이 필요한 핀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림과 함께 제공하는 매거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진 대표는 “핀즐의 작가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만큼 아티스트 고유의 느낌, 그리고 작품세계를 구독자들께 알리고, 또 교감하고 싶었다”며 “단순한 작품 제공에 그치지 않고 작가와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 아티스트를 주제로 공들여 작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핀즐은 섭외 작가가 대륙별로 3~4명 누적되면 직접 찾아가 그들을 만난 뒤 밀도 높은 인터뷰와 함께 작품을 받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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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즐 기업정보.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현재 600여 점의 작품 라이센스를 확보한 핀즐은 작가 에이전시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작품 판매 및 마케팅을 대행하고 있는 전속 작가가 25명이다. 외국 아티스트만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는 우리가 유일하기 때문에 라인업 확장 측면에서도 새로운 작가 발굴과 소개가 필연적이다”고 진 대표는 강조했다.


프린트본을 매달 새롭게 보내는 솔루션이 원화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미술계 일각의 우려에 대해 진 대표는 “원화의 가치는 존중받아 마땅하며, 다만 젊은 세대에게 아트마켓의 문턱이 높게 느껴진 부분을 낮추고 그림 구독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찾은 구독자가 작품을 소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듯 다채로운 미술 작품을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는 미술계의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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