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시민 도와달라" 대림동 여경 논란, '여경 채용' 반대 청원도 올라와
[종합]
여경, 중년 남성 제압 중 '힘들어','도와달라' 발언 파문
경찰, 남성 시민에 도움 요청 맞지만 여경이 직접 수갑 채워
비판 여론 일파만파…"여경 없애라" 청원도 올라와
지난 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림동 여경 폭행'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서 주취자 제압에 나선 여경(붉은색 동그라미 원) 은 피의자와 몸싸움에서 밀리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술에 취한 중년 남성을 제압 중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예 "여경을 없애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올라왔다.
특히 이 여성 경찰관(이하 여경)은 제압 과정에서 "힘들다"며 남성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해, 일부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취한 중년 남성도 제대로 제압 못 하는 경찰에게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냐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림동 여경 폭행'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인근의 한 술집 노상에서 중국인 동포 40~50대 남성 2명을 제압하는 경찰관의 모습이 담겼다.
논란은 제압 과정에서 불거졌다. 제압에 나선 경찰관 2명 중 남성 경찰관(이하 남경)이 취객 1명에게 뺨을 맞자 즉각 이 남성의 팔을 꺾어 제압에 들어갔다.
이를 본 또 다른 취객은 경찰의 제압을 방해하려는 취지로 남경에 다가서며 옆에 있던 여경과 작은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여경은 힘없이 밀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수갑을 채우던 남경은 순간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면서, 이 취객은 남경의 머리를 밀치는 등 제압을 방해했다.
해당 영상 공개 직후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술에 취한 중년 남성도 제압을 못 하냐","저 여경은 도대체 뭘 하고 있냐","여경이 밀린 게 아니라 공권력이 밀린 거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파문이 커지자 사건을 담당한 구로 경찰서는 17일 오후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 동영상 관련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인터넷에 게재된 동영상은 편집된 것이다. 경찰관들은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1분59초 분량 전체 동영상을 보면, 동영상 속 피의자 1명이 남성 경찰관을 밀치자 여성 경찰관이 다른 피의자의 무릎을 눌러 제압하고 체포하는 장면이 나온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A 씨가 남경의 뺨을 때리자 남경이 즉시 제압했고, 여경은 수갑을 전달하려던 도중 한 손으로 피의자 B 씨에 대응한 것"이라며 "B 씨의 저항이 심해지자 여경이 무전으로 경찰관 증원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가 여경을 밀치고 A 씨를 제압하고 있는 남경의 뒷목을 잡고 잡아끌자 남경이 B 씨를 제지하고, 동시에 여경이 A 씨를 눌러 제압한 뒤 증원된 경찰관과 합동으로 이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남경(좌)이 주취자 1명을 제압하고 있고 옆에 있는 여경(우)은 또 다른 주취자에게 밀리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하지만 경찰이 공개한 이 영상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경이 피의자 제압 중 "힘들다"며 식당 쪽을 향해 일반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여경이 술에 취한 중년 남성 1명도 제대로 제압을 못 하냐", "여경 진짜 뭐하냐"며 비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 관계자는 "여경이 혼자서 수갑을 채우기 버거워서 남성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순간 건너편에 있던 남성 교통경찰관 2명이 왔고, 최종적으로는 여경과 교통경찰 1명이 합세해 함께 수갑을 채웠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이런 해명에도 파문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아예 "여경을 없애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범죄자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반 남성시민의 도움을 찾는 여경은 필요 없다"면서 "남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물리적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경에 대한 체력 시험을 남경과 같은 수준으로 시행해야 한다" "여경을 안전하고 편한 직책에만 둬야 한다"라는 등 대안까지 제시했다.
여경.사진=연합뉴스 |
사실상 '대림동 여경' 파문이 여경 채용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여경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해서 불거진 바 있다.
여경 선발 과정 중 체력검정 기준이 남성의 60~80% 정도에 불과해 여성이 모든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도 남성 기준을 대입하면 '과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남성들은 체력이 약한 경찰을 선발하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편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은 체력테스트는 물론 인명 구조, 장애물 통과 등 실무 능력을 기준으로 경찰관·소방관을 뽑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중앙소방학교가 발간한 '소방공무원 채용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소방관을 뽑을 때 남녀 구분 없이 강제 진입, 수색, 사다리 올리기와 연장, 인명 구조 등 8개 항목을 테스트한다. 총 10분20초 제한 시간 내에 연속해서 8가지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
한 항목이라도 실수하거나 주어진 시간 내에 수행하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된다. 예컨대 강제 진입 시험 과정에서 해머를 이용해야 하는데, 해머를 놓치거나 표시선 안쪽에 2회 이상 발을 위치시킬 경우 불합격 처리된다.
경찰 채용 관련 미국은 팔굽혀펴기 등 기초체력 테스트와 더불어 4분 이내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실무 테스트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찰은 채용 사이트를 통해 "장애물 테스트는 범인을 쫓아가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장애물을 넘어가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매달려 있는 물체를 재빨리 피하는 등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