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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회사들, 왜 '인간 창조'에 푹 빠졌을까 [임주형의 테크토크]

게임 엔진으로 가상 인간 창조하는 '디지털 휴먼'

언리얼·유니티 등 대형 상용 엔진 제작사들 개발 착수

피부·모발·뼈대·표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이도 기술

'불쾌한 골짜기' 현상도 극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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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게임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엔진'입니다. 게임 엔진이란 게임 제작에 필요한 3차원 그래픽·물리 엔진·애니메이션 기능 등을 출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를 의미하는데,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최신 게임을 만들 경우 게임 엔진은 필수 요소입니다. 이렇다 보니 게임 엔진 제작사들은 게임 산업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지요.


이런 가운데 최근 게임 엔진 제작사들이 공들여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가상 공간에 실제 같은 인간을 구현하는 이른바 '디지털 휴먼'입니다.


◆'디지털 휴먼' 창조 골몰하는 게임 기업들


오늘날 게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게임 엔진은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사의 '유니티 엔진' 그리고 '에픽 게임즈' 사의 '언리얼 엔진'입니다. 두 엔진은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용 게임 엔진 중 각각 점유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두 기업은 디지털 휴먼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6월, 유니티 한국 지사는 유니티 3D 엔진으로 ‘온마인드’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디지털 휴먼 아바타인 '수아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유니티의 그래픽 기술을 총동원해 제작한 수아는 실제 광고 모델로 쓰일 만큼 인간과 흡사한 모습을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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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게임즈 또한 자사 게임 엔진인 언리얼 엔진을 통해 디지털 휴먼 제작 툴인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를 발표했습니다.


현존하는 게임 엔진 기술을 활용해 최대한 진짜 같은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수아와는 달리,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간편하게 디지털 휴먼을 만들 수 있도록 일종의 '제작 도구'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에픽 사의 설명에 따르면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 내에는 다양한 인간 피부, 체형, 헤어 스타일, 골격 정보가 저장돼 있고, 디자이너들은 이를 조합해 임의로 디지털 휴먼을 창작할 수 있습니다.


◆가상 그래픽 기술의 정점 디지털 휴먼


그렇다면 왜 게임 엔진 제작사들은 디지털 휴먼 제작에 관심을 쏟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완벽한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는 것은 게임 그래픽 기술의 정점에 서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게임 그래픽으로 진짜 같은 사람을 만드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영화의 경우 실제 배우에게 특수 의상을 입혀 모션 캡처를 한 뒤, 특수 그래픽으로 다른 얼굴이나 피부를 씌우는 방식으로 비교적 손쉽게 가상 인간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텅 빈 가상 공간 안에 인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인간을 이루는 뼈대, 체형, 피부와 모발은 물론 자연스러운 동작, 얼굴 표정의 변화 등을 모두 하나하나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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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불쾌한 골짜기' 현상도 디지털 휴먼 제작 난이도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불쾌한 골짜기는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처음 소개한 이론으로, 로봇·CG 등이 불완전하게 인간과 닮을수록 어느 순간 강한 거부감이 느껴진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어설픈 CG 영상이나 로봇으로부터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불쾌한 골짜기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게임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게임 속 인간에 대한 묘사도 정밀해졌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기술로 디지털 휴먼을 제작하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디지털 휴먼은 복잡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기술력을 요구 받는 매우 까다로운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테크 기업 전문 온라인 매체인 '테크 크런치'는 지난 11일 메타휴먼 크리에이터에 대해 "단순히 하나의 그래픽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전문화된 기술과 요소들을 하나로 합치고 증진을 거듭한 결과"라며 "(에픽 게임즈는) 지난 수년간 여러 게임 기업과 팀들을 흡수하며 (디지털 휴먼의) 통합 제작 체계를 선보이는 데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캐릭터 활용도는 무궁무진…미래엔 멀티버스 열릴 것"


디지털 휴먼은 단순히 실제 같은 인간을 구현하는 작업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게임 엔진 제작사들은 디지털 휴먼을 통해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는 여러 서비스업에 접근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휴먼은 여러 종류의 사람 체형을 구현해 패션 산업 모델로 폭넓게 채용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무인 병원이나 편의점 등에서 가상 종업원 아바타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에픽 게임즈의 테크 애니메이터인 크리스 에반스는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디지털 캐릭터의 용도는 엔터테인먼트, 시뮬레이션, 서비스 훈련, 헬스케어 사업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머지 않은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만든 가상 캐릭터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른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공존하는 가상 세계를 이르는 신조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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