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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SRT매거진

#TRAVEL BUCKETLIST 울주편

희망은 어둠 속에서 찾아야 하네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남구, 북구, 서구, 중구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크다. 나무가 클수록 나이테도 촘촘하듯 울주군 곳곳에 놀랍고, 신비롭고, 때론 서러운 생의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다. 2020년 달력 한 장을 남겨두고 찾은 울주에서 우리가 끝내 찾을 것은 희망임을 알았다.

그들이 꿈꾼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울주는 마치 대한민국의 전 역사를 압축해놓은 것 같다.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앞에 두고 울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먼저 고래 이야기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여러분, 혹시 집에서 동물 키우는 어린이 손 들어보세요. 옛날옛날 한 옛날에 울주에 살았던 사람들은 여러분이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보는 것처럼 고래와 함께 살았어요. 못 믿겠다고요? 선생님은 거짓말 안 해요. 우리 같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 갈까요? 여러분이 못 믿을까봐 옛날 사람들이 절벽에 그들이 본 것들을 돌로 새겨놨거든요.”

이번에는 매일 희로애락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어른들 차례다.


“자, 울주 첫 번째 여정으로 천주교순례길을 걸어볼 거예요. 나는 천주교가 아닌데 하고 마음의 벽을 치지 않았으면 해요. 이 길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길이거든요. 아시다시피 천주교라는 종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되는 데 엄청난 박해가 가해졌어요.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갈라져 사람이 사람을 거느리던 세상에서 이 종교를 아는 사람, 믿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곤란한 일이었거든요.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요? 자, 마음에 호기심이 들어찬 분들 같이 걸어볼까요?”

석조 건축물 형태에 하늘빛 지붕이 시선을 사로잡는 언양성당은 울산지역 최초의 성당으로 1927년 5월 25일 설립되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으며 언양성당에 도착했다. SRT 울산역에서 4.3km,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울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첫 번째 코스로도 그만이다. 울주 천주교순례길은 현재 3코스로 조성되었는데, 시작점이 언양성당이다.

조선 후기 우리나라에 전파된 천주교는 약 100년간 지난한 박해를 받았다. 왕과 백성, 양반, 천민, 남녀가 본래 평등하다는 이 종교의 가르침은 당시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이때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전파되지 않았다면,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의 현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날 때부터 나보다 고귀한 신분인 대상에게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는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찔하다.


언양성당 뒤편의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랐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성모동굴이 자리한다. 동굴이라고 하여 입구가 좁은 형태인 줄 알았더니 사방이 탁 트여 있다. 마치 깊은 절벽 속 은신처 같다. 영남지역 신앙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이곳, 이 한적하고 높은 곳에 아픈 몸을 위탁했을 이들을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전 세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타인의 건강과 생명 앞에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일을 하고 있는 의료진을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도 당당히 제 몸을 던진 이들 덕분에 곳곳에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른다.

# 울주 자수정 동굴나라에 재현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세계적인 문화재가 풍화작용 등으로 마모되고 1968년 사연댐의 담수로 갈수기가 아니면 암각화를 볼 수 없음을 안타까이 여겨 자수정 동굴 암벽에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마주친 울주 천전리 각석 전시물

국보 제147호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각석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된 암각화다. 마름모, 둥근무늬, 나선무늬, 물결무늬 등 추상적인 문양들이 바위 전면 윗줄에 새겨져 있다. 이는 청동기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며 아랫줄 그림은 사람의 옷차림, 말을 타고 있는 행렬 등이 신라시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오는 4월 25일까지 천전리 각석을 조명하는 특별기획전 ‘염원의 기록, 바위의 기록’을 열고 있다.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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