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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SRT매거진

이 계절 너는 더 눈부셔 안녕? 아산!

아산 은행나무길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우리 하루에도 얼마나 수많은 인연을 흘려보내나. 다시 만날 줄 모르고 안녕했던 그 사람, 그 시간. 인연의 법칙으로 다시 만나네. 영원한 ‘안녕’은 이제 하지 않을 거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아산외암마을

“제비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준 건 우연이 아니야. 착한 일을 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좋겠어. 햇살, 바람, 비, 그 모든 것에 인내. 너는 박처럼 커지고 너는 밤처럼 영글고. 너는 꽃처럼 피어나리”

아산 신정호수공원

"지켜줄게. 지켜볼게. 무엇에 쓰이든, 무엇을 쓰든 해가 지면 달이 뜨듯 너의 곁에서 내내 지켜줄게. 지켜볼게"

행운이고 선물 같은 시간

생활에 이로운 '온양온천시장'

진정한 사람 사는 맛, 온양온천시장

아신 온양온천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장을 보러 나온 어르신들로 분주하다.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역 앞에 풍물5일장까지 들어서는 날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왁자지껄한 5일장 구경은 못했지만, 이렇게 사람 사는 맛으로 그득한 시장 구경도 참 오랜만이다. 아산에 오기 전 매일매일 확인한 일기 예보에는 오늘도 비. 하지만 행운이 내 편이 되는 날인지 비는커녕 아산에 있는 매 순간 하늘은 쨍하고, 구름은 티끌하나 없는 하양이다.


추석을 앞둔 때여서인지 활기로 가득한 시장에서 나도 무엇하나를 사야 할 것 같다. 햇살이 강하니 노란 밀짚모자를 살까? 앞서가는 어머니처럼 알록달록 챙이 넓은 모자를 살까? 아 참! 울 엄마가 우리 집 올 때마다 너는 이것도 없느냐며 타령, 타령을 한 그것을 사자! "아주머니, 이거 얼마예요?" 기자는 드디어 엄마가 노래를 부른 구둣주걱을 샀다. 아직 젋은 나는 등을 한껏 수그린 채 신발을 신는 게 어렵지 않은데 나이 든 엄마에게는 늘 없어서 아쉬운 것이 구둣주걱이었다. 온양온천시장에서 산 구둣주걱은 평생을 쓸 것처럼 야무지게 생겼다.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엄마, 이것봐라. 나 이거 샀다. 이제 우리집 놀러와도 불편하지 않을 거야."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있으면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이로운 물건들로 시장은 가득하다. 사치하지 않아도 부자가 된 것처럼 넉넉해지는 시장 나들이. "딸, 이제 어디 가?" 온양온천 말고도 가볼 데가 이토록 많은 아산이라니, 다음 장소로 망설임 없이 출발!


어제와 오늘의 쌍방향 소통 '아산외암마을'

하늘에서 바라본 아산외암마을

다른 많은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궁궐과 민속촌 등 옛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소를 참 좋아한다. 어쩌면 그러한 곳들이 삶과 자연의 순하고 순박한 어울림에 놓여 있어서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온양온천역에서 차로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데 저기 높은 데 계신 분이 일부러 양팔 끝에 떨어뜨려놓은 듯 아산외암마을(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을 찾아 멀리멀리 온 것만 같다. 어여쁘다. 화장하지 않아도 그 얼굴 그대로 고운 아가씨 같다.

국가민속문화재 제 236호, 아산외암마을 어귀

아산외암마을을 대표하는 볏집으로 엮은 고택의 지붕과 6km에 달하는 기다란 돌담길을 걷는다. 팔레트의 짙푸른 녹색에 가을이라는 바람이 불어 세상의 모든 잎이 노랗게 물들고 있다. 재택근무로 네모난 방에 오래 머물다 나온 덕에 행운이고 선물 같은 이 시간을 만끽한다. 나보다 오래전 세상에 나와 나보다 더 오래 세상을 굽어볼 큰 나무들도 마을 곳곳을 지키고 있다. 이 여름 태풍에도 제 몸을 단단히 지킨 돌담 아래에는 아까울 것 없다는 듯 감이 툭툭 떨어져 있다. 감나무가 있는 집에는 누가 살고 계실까. 할머니! 하고 부르면 크고 두툼한 손을 가진 나주댁 우리 할머니가 “우리 강아지 왔냐!”며 버선발로 뛰어나오실 것만 같다. 왜 소중한 모든 것은 급히 떠나가는 걸까.

영화 '취화선'을 촬영한 건재고택

아산외암마을은 민속촌으로 박제된 공간이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역사적인 공간이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숨 쉬는 우리네 이웃마을이다. 역사가 500년이 넘은 마을에는 현재도 80여 가구가 살림을 하는데 가옥마다 택호가 있어서 참판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으로 부른다. “참판댁, 계시오?” 하면 “종손댁, 식사하셨소?”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다. 어제와 오늘의 쌍방향 소통이라니!

아산외암마을의 어르신들은 그들의 부지런한 어제 덕에 오늘 더없이 바쁘다. 추석을 앞두고 대추나무는 붉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고, 논밭의 곡식은 점점 제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다. 떠나기 아쉬운 길손은 마을의 한 집에서 눈여겨봐둔 식혜를 사 마신다. 한 모금에 갈증이 저만치 달아난다. 어른의 음료란 이런 것! 정으로 건네받은 대추 한 알은 아산외암마을의 역사만큼 크고 실하다.

기억한다는 것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다행이야 '현충사'

이순신장군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 본전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것은 어떠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위기에 처한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내놓는 부모처럼 이순신 장군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본능에 기인한 듯 위대하고 놀랍기만 하다. 아산의 현충사는 관람 소요시간만 1시간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한편으로는 이 거대한 공간이 왕의 묘역만큼이나 웅장하고 구석구석 세심한 손길이 느껴져 뿌듯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기억하는 마음이 있는 한 헛된 희생이란 없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지 100여 년이 지나 충청도의 유생들이 상소를 올려 1706년 사당이 건립되었다. 1년 뒤 조선의 제19대 왕인 숙종이 직접 ‘현충사’라는 이름을 내렸다. 파란만장한 장군의 삶처럼 현충사도 그런 나날을 보냈다. 나라에 힘이 없던 일제강점기에는 퇴락의 길을 걷다가 광복 후에야 현충사 성역화 사업을 거쳐 오늘날의 찬란한 모습으로 피어났다.

높고 맑은 가을 하늘과 어우러지는 현충사의 그림 같은 순간

충무공이순신기념관을 지나 본전인 사당으로 향하는 길에는 푸른 하늘에 닿을 듯한 소나무가 신비스러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경건한 마음으로 돌계단을 올라 본전의 이순신 장군을 마주했다. 익숙히 보아온 영정이지만 장군이 무예를 연마하며 살았던 경내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는 것은 생경하기만 하다. 나라를 위해, 이름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백성을 위해 목숨을 다한 장군의 기개를 생각하며 조용히 묵념을 올린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할 도리가 이 작은 것뿐이다.


그때보다 어른이 되어 '신정호수공원'

가벼운 소풍 장소로도, 매일 운동하기에도 그만인 신정호수공원

남들에게는 사소해도 내게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노을처럼 삶을 수놓는다. 머릿속에 좀 들어가라 닦달을 해도 기억나지 않던 수학공식과 달리 마음에 든 친구와 짝꿍을 했던 날의 교실 풍경은 생생하다. 어른의 칭찬 한마디는 장래 희망을 바꾼다. 나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기억의 세기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혹은 왜곡)을 안 후로는 무엇을 보고 듣더라도 마음의 그릇에 담는 것을 신중히 선택한다. 그 사람의 기분, 상황에 따라 내게 전해지는 말의 온도 또한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기에.


몇 해 전 아산의 신정호수공원에 처음 와봤다. 그때도 신정호수공원은 예뻤다. 2층 레스토랑에 앉아 브런치를 먹으며 신정호수공원을 내려다봤을 때는 커다란 통창으로 보는 풍경이 신정호수공원의 모든 것인 줄 알았다. 다시 신정호수공원을 찾은 나는 그때보다 어른이 된 것만 같다.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쓰는 크기도 달라졌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뒤로하고 열심히 조깅을 하는 아산 시민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가벼운 소풍 장소로도, 매일 운동하기에도 그만인 신정호수공원

저기까지만 걸어볼까? 그렇게 마음의 거리를 넓히며 예전에는 너무 커서 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던 수변 산책로를 하염없이 걸었다. 연꽃단지에 연꽃은 지고 푸른 잎사귀만이 가득하다. 호수에 금실을 풀어놓으며 지는 해를 핑크빛 노을이 배웅한다. 다정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부부. 그때의 나처럼 신정호수공원이 처음인 것만 같은 여자, 매일 도전을 외치며 건강한 취미를 이어가는 남자. 어린 딸의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엄마까지 신정호수공원에 우리는 하나의 풍경으로 녹아든다. 흔들의자에 앉아 아산에 사는 사람처럼 이 시간 속에 가만히 나를 놓아둬본다. 행운이고 선물 같은 시간이다.

AROUND · 아산

소중한 사람 생각나는 염치한우촌

아산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한다면 온양온천역을 중심으로 코스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역 가까이에는 온양온천시장, 온양민속박물관이 있다. 역 위로는 현충사, 은행나무길, 염치한우촌 등이 위치하고 역 아래로는 신정호수공원. 아산외암마을 등이 자리한다. 물론 더욱 부지런히 움직일 요량이라면 소개할 곳이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하지만 우렁찬 배꼽시계도 좀 생각해주자.

한 시간 정도 현충사를 돌아보고 은행나무길까지 걸은 뒤라면 시장이 반찬이 되기 족하다. 현충사 가까이에는 아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특별한 곳이 있다. 명품한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염치한우촌이다. 아산의 한우특성화거리로 경동식당, 대왕정육식당, 염치식당, 큰고개식당, 한우드소 등 식당이 밀집해 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 앞에서는 주변의 소중한 분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식사는 물론 추석을 앞두고 양질의 한우를 선물하고 싶다면 염치한우촌에 꼭 들러보자.

한우드소

  1. 위치 : 충남 아산시 염치읍 염치로 5
  2. 전화 : 041-547-8484

신정호수공원에서 카페 안 가면 서운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카페가 가득하다. 산책도 좋고 조깅도 좋지만 모처럼 신정호수공원에 방문했다면 카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추천한다. 어느 카페든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해 고르는 것이 퍽 어렵지만, 사실 어디를 선택하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자부심을 갖고 카페를 운영하기 때문. 기자가 들른 카페는 크루아상이 맛있다고 전해 들었는데 언제나 그렇듯 카운터 앞에 서면 다른 것을 고르게 된다. 아무렴 어떠랴. 신정호수공원에 깔린 노을을 바라보며 바삐 보낸 하루를 마감했다.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레이지모닝

  1. 위치 : 충남 아산시 신정로 576-5
  2. 전화 : 041-548-9955

따끈따끈 아산 시내 신상카페

그렇다. 아산에서 신정호수공원 카페가 유명하다고 거기만 가면 다른 카페들이 서운하다. 별자리가 천칭자리인 기자는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가지고 다니던 정의의 저울대’를 영혼 깊숙이 품고 있기에 아산의 또 다른 카페를 찾았다! 너무 맘에 든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카페 문을 연 지 일주일 되었다고. 가오픈 기간이라는데 이렇게 완성도 있으면 앞으로의 발전상이 눈에 훤합니다.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삼겹살집으로 운영되던 곳이라고. 몇날 며칠 기름 냄새와 씨름하던 사장님 덕분에 지금은 상호처럼 시간, 정, 음악, 미술의 정서가 유유히 흐르는 멋진 곳이 되었다.

아산고택

  1. 충남 아산시 번영로179번길 39-1
  2. 0507-1324-7017

MORE · 아산

아산 공세리 성당(충청남도 기념물 제144호)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공세리 성당에서는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조선시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일대에서 거둔 쌀을 쌓아두었던 공세창고가 있던 자리로 성당 이름도 '공세리'가 되었다. 그 이름도 욕심이 없어 더욱 아름답다. 성당은 1894년 설립 되었으며, 1922년 연와조 고딕 양식의 근대식 성당을 완성했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3인의 묘가 조성되어 있다.

  1. 위치: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2. 전화: 041-533-8181

영인산 자연 휴량림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 아산 여행에서는 뜨끈한 온천욕과 시원한 산림욕의 유익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1997년 12월 개장한 영인산 자연 휴양림은 구역면적 130만㎡로 영인산 기슭에 자리한다. 현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분적인 개장을 하고 있지만 산림욕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숲길이 완만하여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도 방문하기 좋으며, 산정상에서는 서해 바다, 삽교천, 아산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 위치 : 충남 아산시 영인면 아산온천로 16-26
  2. 전화 : 041-538-1958

천년의 숲길

아산에는 송악면 유곡리, 강장리, 동화리, 궁평리 4개 지역에 26.5㎞에 달하는 천년의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그중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진 '천년비손길'은 약 13km 구간으로 봉곡사에서 이어진다. 취향에 따라 산과 들, 마을, 호숫길 등 천혜의 자연을 굽어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풍경이 아름다워 걷다 서다를 반복하게 될 터이니 시간을 넉넉히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1. 위치 : 충남 아산시 송악면 도송로632번길 138, 봉곡사

은행나무길

아산을 가로지르는 곡교천 둔치에 끝도 없이 긴 은행나무 행렬이 눈길을 빼앗는다. 정말이지 완연한 가을에는 이 거리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만으로도 황홀해진다. 아산 은행나무길은 현충사에서 가까운데 초행길이라면 '현충사 곡교천 은행나무길'이나 '아산 곡교천 야영장'을 주소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약 1.2㎞ 구간에 걸쳐 조성된 은행나무길은 참말 걷는 맛이 있다. 자전거 하이킹은 물론 야영장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꿀맛이렷다.

  1. 위치 :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502-3, 현충사 곡교천 은행나무길

글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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