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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스포츠서울

현대인의 좁은 가슴을 비추는 초원의 별빛, 몽골 겨울이야기

현대인의 좁은 가슴을 비추는 초원의

몽골고원은 황량한 땅이다. 현대인들은 가끔 이런곳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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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소 good’ 몽골 바양고비 사막에서 바라본 석양.

수직 콘크리트 속 자그마한 하늘과 땅만 바라보며 사는 현대인에겐 때론 일자(一)로 그은 지평선이 절실하다. 회색과 유리보다는 초원과 하늘의 양분한 푸른색이, 발광다이오드(LED) 고휘도 인공광 대신 한동안 눈을 감았다 뜨면 그제사 겨우 깜박깜박 초롱 빛을 발하는 별빛이 힐링 처방이 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너무도 넘치는 잉여 속에 살아온 우리에겐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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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고원에 석양이 비추면 비현실 세계가 펼쳐진다.

불행하게도 세계적으로 고밀도 인구분포의 중심인 한반도에서 그러한 공(空)을 찾아 가려면 대부분 멀다. 호주와 캐나다도, 북구 유럽도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야한다. 관 정도 공간에서 두번이나 밥을 먹고 몇번이나 잠을 깨어야 그러한 곳에 닿을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뜻밖에도 불과 3시간 정도 거리에 지구상에서 가장 고요한 땅이 있었다. 서북아시아 몽골 고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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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서 바라보는 별은 손에 닿을듯 가깝고 아름답게 반짝인다.

초원의 별

하늘에서 본 초원은 정말 울퉁불퉁한 일직선 하나로 하늘과 땅을 나눠놓았다. 때이른 겨울을 맞아 색바랜 초원에 태양이 지고 있다. 겨울이지만 동토 툰드라는 아니다. 오히려 푸른색의 여운을 찾아볼 수 있다.

 

십삼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한 여름, 태양이 지지않는 백야의 나라로 남아있다. 지금부터는 반대다. 해는 늦게 떠오르고 일찍 저문다. 하지만 몽골을 갔다. 단지 초원에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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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독립영웅 수흐바타르 동상.

초원과 사막, 어쩌면 제주도를 닮은 언덕을 잔뜩 품은 몽골국은 공허한 대자연 속에 다양한 스토리를 간직한 나라다.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을 비롯해 별처럼 많은 유목민의 삶이 이 황량한 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칭기즈칸 테무친은 아무 것도 없는 초원에서 자라나 모든 것을 가지려 했고 또 그렇게 했다. 칭기즈칸부터 그의 손자 바투칸에 이르기까지 유목민 씨족 사회는 제국을 건설했고 그 영역은 폴란드 헝가리에 까지 이르렀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뙤약볕, 살을 에는 북국의 혹한을 견디며 대대로 이 땅에 살아온 몽골민족. 조상 대대로 거칠고 혹독한 삶과 싸우며 생겨난 넓은 어깨와 굵은 뼈를 물려받았다. 일본 스모에서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는 몽골 출신 역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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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인의 시조신화를 담아 테를지에 만들어놓은 푸른 늑대상.

울란바토르와 가까운 국립공원 테를지에 가면 산정에 홀로 서있는 늑대상을 만날 수 있다. 늑대는 몽골 건국신화의 주인공이다. 우리 단군신화나 주몽신화와 비슷하다. 푸른 늑대는 흰 사슴과 만나 아들을 낳고 그의 후손이 몽골인의 시조가 되었다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늑대상을 등지고 바라보는 땅은 온통 늠름한 바위산이다. 멀리 설산이 보이는 평평한 고원에 우뚝 솟아난 산의 기세가 대단하기도 하다. 풍수에서 산의 기세가 인간세상에 영향을 준다고 믿듯 몽골인들은 이곳 바위를 보며 그들의 영웅을 떠올린다. 기병같은 암봉을 거느리고 지평선을 바라보는 인면암(人面巖)은 얼핏 칸을 닮았다.


수직 세계에서 온 한국인 여행자도 이 산 정상에 서는 순간, 뭔가 가슴이 탁 트이는 현상을 경험한다. 다른 곳에선 느끼기 힘든 기상을 헐떡이는 심방에 담아갈 수 있다. 바람에 톡그(말총으로 만든 부족의 상징 깃발)가 쉴새 없이 바람에 휘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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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사슴상.

만주족 거란에게 패퇴했다는 붉은 벌판 쪽으로 내려가면 사슴상을 만날 수 있다. 언덕에서 바이칼로 흘러드는 톨라 강을 바라보고 있다. 몽골족의 선대로 삼는 훈누(흉노)의 토템인 양의 상도 구릉에 서서 늑대,사슴상과 삼각을 그린다. 참고로 몽골족은 거란족을 싫어한다. 우리가 보면 모두 형제 이웃같지만 청, 금, 요를 이룬 만주족과는 다르다고 잘라말했다.


이 때문에 몽골여행을 시작할 때 테를지를 먼저 가야한다. 그제사 드넓은 초원에서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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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유목민은 아직도 게르에 살며 목초지를 따라 이동한다.

초원의 사람

인구의 절반 가까이 살고 있는 울란바토르를 떠나면 게르에서 게르로 이동한다. 가는 길은 정말 길 답다.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간간이 가게와 주유소가 눈에 띌 뿐 아무 것도 없다. 세계 최저밀도(1㎢당 2명)의 인구 분포인데다, 넓은 목초지를 필요로 하는 유목민은 띄엄띄엄 떨어져 산다. 어릴 적 듣던 “옆집가서 밥 한 그릇만 빌려와라”란 심부름, 이곳에선 형벌에 가까운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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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에는 관광객을 위한 캠프촌이 있다.

“풀은 동물이, 고기는 사람이”란 말이 있다. 음식은 ‘붉은 음식(고기)’과 ‘흰 음식(유제품)’으로 나눈다. 몽골인은 고기를 참 좋아한다. 아니, 고기 이외의 것을 싫어한다가 맞을 것이다. 육류섭취량이 세계 최상위권이다. 음식은 온통 고기다. 그게 양이든 야크였든 간에. 차 안에서 가이드는 마치 팝콘 먹듯 양고기를 뜯었다. 양의 척추뼈 정도는 간식이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이라면 몽골여행을 권장한다. 고기의 파라다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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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인은 고기를 워낙 좋아해 양고기를 간식으로 먹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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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민족 국가인 몽골에서 즐기는 승마체험.

곳곳에 양떼가 보인다. 유목민은 가족이 달려들어 반나절이면 해체할 수 있는 게르를 기반으로 양 염소 말 소 쌍봉낙타 야크 등을 키우며 살아간다. 풀이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유목민 체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실제 유목민 게르에서 주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들의 음식도 먹는다. 아이락(마유주) 타락(요거트) 등을 준다. 해금처럼 생긴 마두금을 연주하기도 한다. 낮은 저음으로 흥겨운 음악을 즐긴다. 술도 좋아한다. 우리 소주(증류식)가 몽골에서 왔다. 하지만 우리 일행 중 전생이 ‘누룩’이었을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게르에서 벌어진 술판에서 우리가 이겼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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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유목민 체험.

이동 중간 중간 식사를 한다. 아니 ‘육식’을 한다. 도착하자마자 양고기와 소고기를 먹었다. 아침으로 닭고기 국을 먹고 점심으로 고기만두와 고기국수를 먹었다. 휴게소에서 고기를 얹은 밥을 먹고 닭다리를 뜯었다. 어금니가 사라지고 송곳니가 돋아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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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르헉 만드는 과정. 뜨겁게 달군 돌을 넣어 조리한다.

사막에 도착해서 허르헉을 먹었다. 양을 잡아 솥에 넣고 시뻘겋게 달군 돌멩이를 넣어 조리한 전통음식이다. 연료가 귀한 유목생황에서 고안한 방식이다. 부드럽게 삶아낸 양고기가 맛도 좋다. 한국인 관광객이 주문하면 마늘과 생강을 넣는 덕에 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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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몽골 초원 여행. 길도 지평선도 모두 직선이다.

사막의 태양

벌써 겨울이었다. 며칠간 싸리눈이 쉴새없이 내렸다. 낮에 불화살같은 햇살이 날아오지만 밤에는 게르에 불을 때지 않으면 잘 수가 없다. 9월 말이었지만 영하 3~4도까지 떨어진다. 몽골은 고원이라 특히 더 춥다. 일기예보에서 ‘한파를 몰고 왔다는 그 대륙성고기압’이 바로 몽골에서 오는 것이다. 울란바토르는 ‘전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27도다. 20세기 중엽 몽골 서북쪽 외곽 알타이 산맥 부근은 영하 58도까지 기록했다. 그때 가축 700만 마리가 죽었다고 했다.(그때 고기를 아직도 먹고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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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넓은 초원과 사막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많다.

하지만 풍경은 가을이다. 이따금 만나는 숲에선 낙엽송이 황금빛으로 펼쳐지고 잎을 떨군 자작나무가 새하얀 수피를 드러낸다. 아라비아 숫자 1처럼 생긴 길이 한 일(一)자 땅을 향해 끝도 없이 펼쳐졌다. 하늘이 유독 가까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몽골 평균 고도는 해발 1580m(최고 4374m)다. 덕유산 향적봉 쯤에서 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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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해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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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공 버스. 러시아제 4륜 구동 버스다.

근사한 산봉우리 사이로 펼쳐진 드넓은 초원길을 달린다. 방목한 말떼와 소떼, 양떼가 보인다. ‘여간해선 추위를 타지 않을 것 같은’ 블랙야크도 보인다. 이따금씩 관광객을 태운 푸르공이 지난다. 푸르공은 러시아산 소형 4륜 버스로 매우 단순하게 생겼지만 관광객에겐 인기 만점이다. 정비도 쉽고 못가는 길도 없다.(길이 없어지기도 한다)


2시간 정도 달렸다. 계속 ‘근사한 산봉우리 사이로 펼쳐진 드넓은 초원길’이 나온다. 방목 말떼와 블랙야크도 계속 눈에 띈다. 차창 밖으로 카메라를 내밀어 사진을 찍다가 그냥 잠을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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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석양이 내리면 화성처럼 비현실적 풍경이 된다.

반나절을 달려 바양고비 사막(엘승타사르하이)을 갔다. 그나마 가까운 곳이다. 짧은 일정 탓에 먼 고비사막은 포기했다. 엘승타사르하이는 ‘모래의 단절’이란 뜻으로 규모는 고비사막에 비해 작지만 사구와 사막식생이 고스란히 보존된 곳이다.


이곳에서 유목민 캠프를 체험할 수 있다. 낙타를 타고 설산이 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누런 사막과 하얀 눈이 쌓인 산맥의 대비는 신비롭다. 화성에라도 온 것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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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은 현재 늦가을 풍경이다.

하이라이트는 별과 해를 보는 것. 둘다 한국에도 있는 것이지만 차원이 다르다. 푸른 어둠이 깔리자 비로소 나타난 초원의 별은 선명한 은하수를 그리며 게르 위로 떨어질 듯 했다. 초원에 드러누워 ‘별 세례’를 맞아보는 것도 몽골이니까 가능한 일이다.(가축 분변이 있는지는 미리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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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이를 압도하는 몽골 고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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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목가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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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근사한 바위산이 많다.

석양은 더 하다. 거대한 붉은 서치라이트로 비유해야 하나?. 아무것도 가릴게 없는 지평선에서 지는 태양은 류현진의 직구처럼 일직선으로 사물을 비춘다. 언덕 게르 물소 낙타 등 모든 것이 붉게 물들어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몽골대륙은 현대 한국인들에게 공허함의 힐링과 함께 비현실적 체험을 선사한다. 영화로 따지면 ‘마션’이 됐다가 ‘레버넌트’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에 좋다. 초고속의 일상에 지칠 때면 아마 나는 이곳 몽골 초원을 떠올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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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숲도 아름답다. 유럽 부럽지 않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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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만둣국 보즈. 당연히 고기 국물에 고기 소가 잔뜩 들었다.

몽골 여행정보

  1. 항공 : 미아트(MIAT)몽골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를 취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2. 숙소 : 초원과 사막 곳곳에 관광객을 위한 투어리스트 캠프가 있다. 공동이지만 수세식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곳이 많다. 밤엔 불을 때야한다.
  3. 팁 : 초원을 혼자 따로 여행하기엔 어렵다. 여행가이드를 대동해야 한다. 4륜구동 푸르공이나 소형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다.
  4. 음식 : 고기 종류가 많다. 국수나 만두 등도 있지만 보통 고기를 주재료로 한다. 허르헉(양고기찜)이나 허르먹(낙타젖 요거트) 수테채(밀크티) 호륵(잡채) 부릉히 마흐(고기완자) 등 유목민 음식이 있다. 울란바토르에는 평양냉면을 맛볼 수 있는 북한 식당 백화원이 있다.

바양고비(몽골)=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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