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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월간산

내 인생은 어디부터 꼬였을까...나를 지우러 북한산에 가다

새 연재 <드라마 북한산>는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 새로운 방식의 코스 가이드 기사다. 에세이나 현장 르포가 아닌, 가상의 인물이 산행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편집자 주-

북한산 새벽 운해. 사진 제공 국립공원공단 촬영 이형상.

나를 견딜 수 없었다. 어찌 단 한 번도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지긋지긋한 세상과의 싸움에 졌음을 인정한다. 나는 진 것이다. 패잔병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10년 만에 빚을 다 갚나 싶었는데, 달콤한 꼬임에 넘어가 다시 빚더미에 앉았다. 회사에서도 잘리고, 부모님과도 연락을 끊고 산 지 7년째였다. 왜 세상 불행은 다 내게 오나 싶었다. 문득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포맷하고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사서, 내가 죽은 후 다른 사람이 안 봤으면 좋겠다 싶은 건 모두 버렸다. 


이제 죽기만 하면 되는데, 반지하 단칸방에서 죽기는 싫었다. 주인집 할머니는 지독한 구두쇠였지만 “밥은 먹고 다녀야지. 몸 상하면 어쩌누”하는 입버릇 같은 말을 할 때면, 뾰족했던 마음이 누그러졌다. 가는 마당에 민폐를 끼치긴 싫었다. 내가 싸웠던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패배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내 시체를 수습한다고 보는 것도 싫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었다. 산에서 투신하면 아무도 나를 못 찾을 것 같았다. ‘숨은벽’을 알게 된 건 그때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본 바로는 실제로 숨은 듯 솟은 능선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있는 암벽이다. 이 암벽에서 펼쳐지는 암릉을 숨은벽능선이라고 한다. 명칭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가려져 숨어 있는 듯 잘 보이지 않는  데서 유래하였다. 이 암릉은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 방면이나 사기막골 방면에서만 제대로 보인다. 초급자도 등반할 수 있는 암릉이지만 양옆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어 주의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북한산은 워낙 등산객이 많다고 하여, 일부러 평일 점심 때 출발했다. 포털 지도에서 검색한 대로 지하철 불광역에서 내려 34번 버스를 타고 산 입구로 갔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백운대를 한 번 올라가본 적 말고는 북한산 등산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게 산은 오르는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대상이었다. 


영국 산악인 조지 말로리는 “왜 에베레스트를 오르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서”라고 했다는데, 불광동에 북한산이 있는 것도 몰랐다. 평일 낮이라 북한산으로 가는 버스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꽉 찰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이 적지 않았다.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효자2통 버스정류소에서 내린 건 나만이 아니었다. 중년 부부와 빨간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 등산객도 함께였다. 일부러 거리를 두고 싶어서 운동화 끈을 묶는 척 시간을 보내며 늦장을 부렸다. 


얕은 곳에서 죽으면 금방 발견될 테니 최대한 깊고 높은 곳까지 올라야겠다고 결심했다. 죽으러 온 사람이 뭐가 필요할까 싶었다. 산길을 찾기 위한 스마트폰과 대중교통을 타기 위한 카드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오는 이곳 산길은 노랗고 빨간 단풍이 한창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을인줄도 몰랐다. 이렇게 예쁜 색色 숲이 있다니, 단풍으로 물든 숲을 처음 본 나는 일부러 마음이 약해질까 봐 고개를 숙였다. 

숨은벽능선. 북한산 다른 코스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이상한 등산객들을 만났다

‘내가 죽으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하는 상념들을 떠올리다 길을 놓쳤다. 스마트폰 포털지도의 내 위치는 가야 할 산길에서 벗어나 있었다. 죽는 것도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하는구나 싶었다.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최대한 산을 덜 보려 했다. 머리 위도, 옆도, 아래도 시선을 두지 않으려 했고, 둘러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길을 찾아야 하니 별수 없었다. 저 소나무는 휘어진 모습이 멋있구나, 저 나무는 화가가 물감으로 칠한 것 같구나. 숲에서 나는 이 향기는 신기하게도 어릴 적 달고나 향처럼 달콤하구나. 달고나 뽑기에 성공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기분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생각보다 해는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 문득 늦기 전에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면 무서울 것 같았다. 느릿느릿 걷던 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점퍼를 벗어 손에 들고 필사적으로 올랐다. 


쉬었다 가야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 곳에 벤치가 있었다. 먼저 온 중년 부부가 간식을 먹고 있었다. 쉬려던 마음을 바꿔 지나치려는 순간, “어쩌자고 산에 이러고 왔냐”며 덥석 손에 생수병을 쥐어주었다. 그러고 보니 등산복은커녕 배낭도 없이 맨 손으로 온 이는 나뿐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아주머니가 죽으러 온 사람 손에 억지로 물을 쥐어주니 짜증이 났지만, 몸은 지극히 물을 원하고 있었다. 몇 번을 거절하는데도 오히려 목소리가 높아지는 통에, 오히려 빨리 헤어지려면 물을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낮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하곤 입에 들이켰다. 느껴보지 못한 청량감이었다. 500원짜리 생수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어디까지 가냐고 묻기에 “백운대까지 가려고요” 답했더니, “아이고 젊은 친구가 아주 대차네. 맨몸으로 정상까지 가다니. 부러워. 한창 때야”하며 박수를 치며 부부가 맞장구 치고 말을 주고받았다. 죽으러 온 나에게 이런 관심은 성가시고 불편하고 짜증났다. 그냥 중년 부부가 빨리 갈 길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숨은벽능선 바윗길.

먼저 출발하려는데, 아주머니가 “우리는 정상까지 가지는 않지만 물이랑 먹을 걸 줄 테니 가는 데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 등산 장비 없이 온 내가 걱정된다며 동행을 권했다. 괜찮다고 거절하자, 아저씨가 물이며 간식 몇 가지를 주섬주섬 비닐에 담아서는 건네주었다. 이걸 또 거절하면,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봉투를 받아들고선 먼저 걸음을 뗐다. 


죽으러 가는데 목격자를 만드는 것 같아 싫었고, 삶의 마침표를 찍는 와중에도 간섭받는 것 같아 불편했다. 산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베푸는 그들의 호의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않고 걷는 와중에도 부부가 뒤에서 “산행 조심히 해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쁜 숨을 토해내며 한참을 오르다 평평한 곳에 닿았다. 뒤돌아보니, 부부는 보이지 않았다. 멀리 맞은편 능선에 단풍이 색동치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죽으러 왔지만, 무의식적으로 ‘아름답다’는 탄식이 나왔다.


밤골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자 산길이 엄청 가팔라졌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 같은 산길이 거칠게 몰아붙이듯 연이어 나왔다. 고도는 꽤 높아졌으나, 뛰어내리기엔 절벽이 약했다. 뼈만 부러져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것 같았다. 


경치를 보지 않으려 높이만 확인하고 시선을 곧장 돌렸다. 부부에게 받은 비닐을 던질까 생각했으나 차마 그러지 못했다. 살겠다는 의지보다는 호의를 저버리는 것 같아 그럴 수 없었다. 몇 번 벗겨질 뻔한 운동화를 고쳐 신으며 바윗길을 올랐다. 죽으러 왔는데도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높이에 대한 공포는 본능적인 것이었다. 


오후 4시를 넘자 하산하는 사람도 잦아들고, 고요해졌다. 죽음을 눈치 챈 것인지 까마귀가 머리 위를 돌며 “까악”하고 우는 소리가 온 산에 퍼지고 있었다. 숨은벽능선은 정말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 있어, 고도를 높여도 서울시내가 보이지 않았다. 세상 끝 첩첩산중인양 적막한 게, 숨은벽이란 이름이 잘 어울렸다. 


세상으로부터 내가 숨을 차례였다. 50m 높이는 충분히 나올 것 같은 바위 봉우리였다. 마음이 약해질까봐 ‘내 육신 따위 누구도 볼 수 없게 지워버리는 거다’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한 발 한 발 벼랑 끝으로 다가가는데, 지나온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뭐가 그리 한스러운지 눈물이 흘렀다. 마지막 발을 내디디려는데 “총각, 이것 좀 따줘”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사라지려 했는데, 누가 있었던가. 소나무 곁에 버스에서 같이 내린 빨간 조끼 할아버지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늙으니 막걸리병 딸 힘도 없네. 그려”하는 소리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당황스러워서 몸이 정지해 있던 나는 걸음을 돌려 막걸리병을 따주었다. 확 풍기는 막걸리 향 곁에는 마른 멸치와 고추장만 달랑 있었다. 


노인은 “막걸리병 따줬으니 자네한테만 일러 줌세”하고는 막걸리를 꼴깍꼴깍 들이켰다. 그러곤 막걸리를 한 잔 따라 내게 건넸다. 평소 막걸리를 즐겨 먹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맛있어 보였다. 한 잔 마시면 죽을 용기가 굳건해질 것 같아 쭉 들이켰다. 


막걸리는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기막힌 맛이었다. 다 마신 막걸리 잔을 건네는데, 고추장 찍은 마른멸치를 쥐어주었다. 노인은 “북한산에서 여기가 막걸리 제일 맛있는 자리여”라며 “숨은벽에서 숨어서 먹으니 더 맛있는 것이지” 했다. 논리가 없는 말인데도 왠지 설득력 있게 들렸다. 


더 있다간 이런저런 참견을 할 것 같아 넙죽 인사하고는 걸음을 돌리는데 “이렇게 좋지 않은가”하고 독백인지 물음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못 들은 척 빠르게 자리를 뜨려는데 어느새 자리를 털고 왔는지, 손에 무언가 쥐어주었다. 헤드랜턴과 장갑이었다. 노인은 “정상 가면 내려올 때 이게 필요할 거야”라며 “지금은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내 표정을 보고 무언가 읽어낸 것인지, 속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이 산은 이상했다. 분명 맨 손으로 왔는데, 등산을 온 게 아닌데, 생수며 간식이며 랜턴과 장갑으로 주머니가 무거웠다. 여전히 죽고 싶었지만 산길을 계속 걸었다. 


갈수록 비탈지고 위험한 바윗길이 나왔다. 다시 죽음 곁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혹시 내가 죽는 게 무서워서 계속 걷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였다면 무서워서 못 갔을 법한 위험한 바윗길도 죽으러 왔더니 올라갈 수 있었다.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바위 틈. 멀리 서울시내가 드러난다.

예정에 없던 정상, 새로운 길

북한산 정상 백운대의 뒷모습이 가깝게 보였다. 서울에선 결코 보이지 않는 북한산 뒤 숨은벽능선 꼭대기, ‘추락주의’ 안내판 앞에 섰다. 미웠던 가족부터, 친하지도 않은 친구까지 다 떠오르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들썩이며 우는데, “저기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하는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바윗길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나처럼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은 걸로 봐선, 등산 초보자가 분명했다. ‘왜 이 산은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게 하는지’하는 분노가 솟구쳤지만, 여자가 예뻤고, 예뻤다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얼른 눈물을 닦고, 담담히 걸어가서 잡을 곳과 디딜 곳을 일러주었다. 


짧은 바윗길을 지나고 나서도 그녀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속으로 ‘죽어야지, 끝내야지’하고 가다듬으며 여자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가녀린 목소리로 그녀는 “제가 처음이라 그런데, 정상까지 가는 길이면 같이 가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다. 남은 바윗길이 걱정인 듯했고, 도와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네”하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난간이 없는 리지에 가까운 바윗길이 나왔다. 이상한 책임감이 든 것일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위태로운 바윗길을 더듬거리며 더디게 지났다. 처음이라 위험해 덜덜 떨면서도 우리는 서로 손잡고, 발을 받쳐주고, 용기를 불어넣는 말을 해주며 난코스를 통과했다. 


비로소 계단이 있는 가파르지만 일반적인 등산로에 닿았을 때 긴장이 풀려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온 몸으로 바위를 타고 왔고, 고도감에 무서워서 눈물 흘린 탓에 그녀의 옷이며 얼굴은 거지꼴이었다. 다른 의미에서 울었지만 나 역시 거지꼴이었다. 


숨은벽능선길은 끝났다. 나는 무언가 희망을 얻거나 대단한 심경의 변화를 겪지도 않았는데, 당장 죽을 생각은 사라졌다. 

백운대에서 본 풍경. 북한산과 서울시내가 속 시원히 드러난다. 

백운대에서 본 풍경. 북한산과 서울시내가 속 시원히 드러난다. 

지금은 정상에 오르는 게 중요했다. 위험하지 않지만, 심장을 삼킬 것 같은 가파른 계단을 따라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안부를 넘었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길인양 바위 틈 사이를 빠져나오자, 눈앞에 서울시내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우와! 여긴 딴 세상 같아요”하고 놀라는 그녀의 얼굴 위로 햇살이 비췄다.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왜 인생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백운대 입구에 닿자 오후 5시가 넘었는데도 적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와 나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끼며 사람들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 이런 노을은 처음이었다. 본적 있는데, 지금의 시선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정상에서 그녀는 “고마워요. 이렇게 멋있는 노을은 처음 봐요”라며, 눈물 흘렸다.  


그녀의 배낭에선 김밥이며 보온병 같은 것이 나왔다. 옆에서 간식을 먹던 등산객 무리가 “어떻게 이런 복장으로 왔냐”며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은 “곧 어두워질 테니 이대로 내려가면 위험하다. 헤드랜턴이 없으면 하산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나에게 같이 내려가자고 하산을 권했다. 


“저는 헤드랜턴이 있어요. 정상에 더 있다 갈게요. 먼저 가세요.” 


몇 번 권했지만 나는 끝내 거절하고 정상에 홀로 남았다. 모두 내려가는 걸 지켜보고, 노을이 사그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에 담았다. 풍경을 이토록 오래 본 건 처음이었다. 노랑, 빨강, 분홍, 연두, 초록이 산등성이마다 무늬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결결이 달콤한 단풍과 굳건한 바위, 밀려와 부서지는 햇살의 파도. 아름다웠다. 이 순간 죽기로 했던 마음을 접었다. 


해가 지고서도 몇 시간을 앉아 있었다. 등산 복장과 배낭으로 중무장한 야간산행하는 아저씨들이 하산을 도와주겠다고 몇 번 와서 말을 걸었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곧 내려갈 거라고 웃으며 거절했다. 내게만 야박한 것 같았던 서울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벼랑 끝에서 아름답지 않은 건 없었다. 갑자기 허기가 찾아오고, 내 좁은 지하 단칸방이 그리워졌다. 중년 부부에게 받은 간식을 남김없이 먹고, 할아버지가 준 헤드랜턴을 켜고 장갑을 꼈다. 우이동이 발아래 다가와 있었다. 

숨은벽능선 코스 가이드

최고 고도 북한산 정상 836m

난이도 ★★★★ (숨은벽능선 상단 자연 암릉 그대로. 추락주의)

총 거리 & 소요시간 6.6km & 5시간 소요

들머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밤골공원지킴터

날머리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백운대탐방지원센터

◎ 밤골공원지킴터  1.6km 50min -----

○ 밤골 갈림길 안부 0.7km 30min----- 

<○ 뷰포인트 암봉(530m) 0.9km 40min -----

○ 밤골 등산로 합류 1.0km 40min----- 

○ 백운대 2.4km 60min -----

◎ 백운대탐방지원센터

산행길잡이

서울 강북구에서 본 북한산은 정면이다. 백운대 뒤편은 양주 노고산이 막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시야가 제한적이다. 북한산의 뒷모습, 백운대에서 뻗은 북서쪽 능선이 숨은벽능선이다. 1969년 산악인 백경호(고대산악회), 최선웅(월간산 초대 편집장)을 비롯한 MRS(등반연구회) 회원들이 암벽등반 루트를 개척하고, ‘숨은벽’이라 이름 붙였다. 


국립공원공단은 등산로 난이도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는데, 숨은벽능선은 총 2.9km 중 상단 700m가 별 5개, 즉 ‘매우 어려움’에 속하며, 나머지 2.2km가 ‘어려움’에 속한다. 국립공원 전체를 통틀어 매우 어려움에 속하는 구간이 전체의 10%가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초보자에게는 권하기 어려운 난코스다. 매우 어려운 700m 구간 중에서도 마지막 200m는 리지등반에 가까운 고도감을 극복해야 하며, 난간 같은 안전시설이 없는 곳도 있어 극도로 주의를 요한다. 


‘국립공원이라 길찾기 쉽겠지’라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초반 갈림길에 주의해야 숨은벽능선을 타고 오를 수 있다. 밤골공원지킴터에서 왼쪽 길로 가야 한다. 오른쪽 길은 밤골로 곧장 백운대로 연결된다. 밤골은 좁은 계곡 계단만 이어져 숨은벽 코스에 비하면 재미가 없다. 


왼쪽 길로 들어서서 200m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오른쪽 길이 숨은벽능선이다. 이후로는 능선 따라 직진하면 된다. 


숨은벽능선은 해발 530m 암봉에서 탁월한 경치가 드러난다. 희고 둥근 달 표면인 듯 시원한 화강암 봉우리이다. 이후 길찾기가 모호할 정도로 가파르고 다양한 바위가 이어진다. 국립공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철제 난간이 없는 바윗길도 있어, 초보자는 530m봉에서 되돌아서 내려가는 것이 낫다. 대신 어디를 봐도 경치가 탁월해 험한 만큼 화려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숨은벽능선은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로 이어지지만, 바위가 험해 등산로는 해발 560m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해 밤골 등산로로 합류한다. 숨은벽능선에서 밤골 코스로 내려설 때 고도감 센 암릉을 짧게 내려가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잘 살피면 철제 손잡이가 있다. 


밤골 등산로부터는 위험하지 않으나, 급경사 돌계단이 370m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안부까지 이어진다. 무척 가파른 계단길이라 체력 안배에 신경 써야 한다. 이후 사면을 따라 횡단하는 산길을 따르면 백운대 입구에 닿는다. 


주말에는 백운대 등산인파로 정체가 생길 수 있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산행 거리 7km가 되지 않아 만만히 볼 수 있으나 가파르고 고도감 있는 바윗길이 있어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 체력 안배에 신경 쓰고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교통

지하철 3, 6호선 불광역이나 연신내역에서 704번 혹은 34번 버스를 타고 ‘효자2통’ 정류소에서 하차한다. 30분 정도 걸린다. 

산행이 끝나는 백운대탐방지원센터에서 도로 따라 2.4km 걸으면 지하철 북한산우이역에 닿는다. 도보로 30분 정도 걸린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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