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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월간산

[신림선 개통! 관악산이 가까워졌다] 관악산역 내리면 삼성산이 먼저 반겨요

관악산역~돌산능선~장군능선~학우능선 잇는 9.5km 삼성산 대표 코스

칼바위 국기봉에 선 민혜씨와 진희씨. 서울대캠퍼스가 발아래에 있고, 멀리 관악산과 남산, 북한산 등이 훤히 보인다.

총각 시절 나는 서울 대방역 근처에 살았었다. 신림역은 그 주변에서 가장 놀기 좋은 동네였다. 그러다 가끔 산에 가고 싶어지면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관악산을 오르곤 했다. 하지만 버스로 가는 시간이 꽤 만만치 않아서 꼬박 한 시간을 달려야 겨우 도착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방역에서 관악산 입구까지 단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5월 28일 새로 운행을 시작한 경전철 신림선 덕분이다.

지난 5월 28일 개통한 신림선 관악산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이 관악산공원 입구다.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바로 산행 시작

관악산역의 주인은 역명을 차지한 관악산이지만 이웃한 삼성산三聖山(480.9m)도 ‘안주인’ 정도의 혜택을 받는다. 오히려 관악산역에서 가까운 것은 삼성산이다. 신림선이 개통한 기념으로 삼성산 산행에 나섰다. 10여 년 만에 들른 관악산공원 앞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지하로 들어가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생겼고, 관악산역 출구가 하나 더 생겼다. 관악산공원관리사무소가 있던 건물은 이제 폐쇄된 채 도시자연공원으로 바뀌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사이 오늘 산행을 함께할 한민혜(32)씨와 동갑내기 남자친구인 이진희(32)씨가 지하철역에서 걸어 나왔다.

물레방아가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잠시 동안 서울둘레길을 걷는다.

“근데 지하철 되게 신기하게 생겼어요. 3칸밖에 없어서 귀여웠어요.”


따끈따끈한 ‘신상’ 지하철을 타고 온 민혜씨가 1번출구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산 좋아하는 여자 친구를 둔 ‘복’에 따라 얼떨결에 따라온 진희씨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긴장한 척한 거 아니에요? 특전사 출신이시라던데. 일부러 다리 풀린 척하고 그러는 것 아니에요?”

“시민이 즐겨 이용하는 삼성산에선 흡연과 취사를 금지합니다”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에 “아니에요. 하도 오랫동안 산을 안 다녀서…”라고 답하는 진희씨다. 하지만 남자는 남자가 알아보는 법, 이 사나이 오늘 분명 암릉 사이를 산짐승처럼 뛰어다닐 듯한 눈빛이다.


한동안 수다를 떨다 산행에 나섰다. 관악산공원 일주문을 지나 물레방아에서 대부분의 등산객은 직진해 관악산으로 향했고, 우리는 여기서 오른쪽 호압사 방향으로 능선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돌산 국기봉 부근에서 첫 암릉이 나온다. 로프를 잡고 오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세 명의 성인이 머물렀던 삼성산

나무계단을 올라 한동안 산책로 같은 푹신한 흙길이 이어진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 삼아 걷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20분 정도 여유롭게 오르다 보니 하나둘 바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험하지 않은 바위지만 손을 내밀어 민혜씨를 끌어올려주는 진희씨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도심 데이트가 지겨워진 연인들에게 등산 데이트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곧이어 로프를 잡고 바위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절로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바위를 오르는 사이 조망이 트여 발아래로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펼쳐져 있었고, 그 뒤로 롯데타워와 더 뒤로 검단산과 예봉산, 불암산, 수락산까지 파노라마로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장관인 것은 여름의 구름이었다. 파란 하늘에 커다란 붓으로 흰색 물감을 흩뿌려놓은 듯 펼쳐진 구름은 ‘천사의 날개’를 보는 듯했다.  


“저는 이렇게 구름이 좀 있는 날이 좋아요. 물론 비구름은 싫지만….”

장군봉으로 가는 길은 길고 긴 나무데크 계단이다.

지난해 민혜씨와 진희씨는 한라산을 올랐었는데, 구름 낀 날이 좋아 멋모르고 산행을 시작했다가 하산할 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고 한다. 진희씨가 매우 힘들어해 민혜씨가 대신 배낭을 들어줬다는 건 비밀이다. 


“근데 왜 삼성산이에요? 삼성하고 관련이 있나요?”


민혜씨가 ‘지식인’의 영역에 훅 하고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뭔가 있어 보이는 ‘삼성산’이란 이름에 관한 유래가 궁금했다. 잠시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물 한 잔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삼막사의 명물 남근석과 여근석.

삼성산의 ‘삼성三聖’은 신라의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대사를 일컫는다. 즉 ‘세 명의 성인聖人’이라는 뜻이다. 이 세 대사가 이 산에 머물며 수행해 도를 깨닫고 성불했다고 하여 ‘삼성산’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이 산 안에 있는 삼막사三幕寺는 세 성인이 머물던 일막, 이막, 삼막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암자라고 한다. 불교의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고, 1839년 기해박해 당시 순교한 모방 신부와 앵베르 주교, 샤스탕 신부를 세 명의 성인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삼성산은 이름처럼 3과 연관이 깊은 산이다. 


“어쩐지 기운이 세다 했어요. 제가 관악산 아래에 살아서 좀 알잖아요. 하하.”


민혜씨의 말마따나 관악산이 불火의 기운을 지니고 있다면, 삼성산은 호랑이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 인식되었다. 숭례문의 ‘숭崇’자 위의 ‘뫼 산山’자를 불꽃이 타오르는 불의 형상으로 표현하고, 삼성산의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자리에 ‘호압사虎壓寺’라는 절을 창건한 것도 조선시대 수도 한양에 궁궐을 건립할 때 관악산의 불 기운과 삼성산의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한 방도였다. 

원효·의상·윤필대사를 비롯해 수많은 선사들이 거쳐간 삼막사.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삼성산

“바람 바람 끝자락 매달려 흘러간 청춘~ 돈이건만 값어치 약한 동전 같았던 내 과거 그 누가 알까?

돌산 국기봉 옆에 자리를 잡고 홀로 간식을 드시고 계신 할아버지 등산객의 라디오에서 트로트 가요가 울려 퍼진다. 그러고 보니 삼성산에선 유난히 라디오 노래 소리가 자주 들렸다. 그만큼 가는 세월 잡지 못해 적적해진 백발의 등산객들이 삼성산을 많이 찾는다는 증거일 테다. 

“관악산에는 이제 잘 안 가.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요상한 내복 같은 옷을 입고 왁자지껄 뛰어다니는데, 우리 같은 노인네는 이제 못 가겠더라고. 한편으론 그런 모습이 내 젊을 때 같아서 서글프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삼성산으로 와. 조용해서.” 

할아버지가 틀어놓은 라디오 노래 가사가 서글픈 것은 나 또한 세월을 제대로 좇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 때문이리라.  


장군봉능선(칼바위능선)은 계단이 참 많다. 바위를 밟고 가는 재미도 쏠쏠할 텐데 위험하지 않은 구간에도 계단을 설치해 둔 것을 보면서 ‘과한 배려’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계단이 꺾어지는 곳마다 전망공간을 마련해 둔 것은 ‘좋은 배려’다.

삼성산 정상은 시설물의 철조망 바깥에 있다.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국기봉.

칼바위 국기봉을 지나 다시 둘레길 같은 흙길이 이어진다. 관악산이 세련된 셰프가 운영하는 맛집이라면, 삼성산은 푸근한 이모가 하는 맛집 같은 느낌을 준다. 특별한 메인 요리 없이도 밑반찬이 맛있는 그런 맛집 말이다.


뚱뚱한 비둘기를 꼭 닮은 바위를 지나 임도를 걸어 삼성산 정상에 도착했다. 낡은 시설물이 있어 정상석 찾기가 까다롭다. 철조망을 한 바퀴 빙 둘러 헤매다가 겨우 정상석을 찾았다. ‘삼성산’이란 글자가 나오게 사진을 찍으려니 뒤편 흉물스런 시설물이 그림을 다 망쳐 놓는다.


정상에서 내려와 잠시 삼막사에 들렀다. 신라 문무왕 17년 원효대사가 창건해 도선국사, 지공화상, 나옹선사, 무학대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이름 높은 선사들이 거쳐 간 암자다. 하지만 삼막사에서는 얼마 전 불미스러운 화재 사건이 있었다. 주지승의 방화로 일어난 이 불로 종무소가 전소되었고, 주지승은 목숨을 잃었다. 불심으로 가득 산 속 암자에서도 세속의 번뇌는 어쩔 도리가 없었나보다.

뚱뚱한 비둘기를 닮은 바위.

걸으며 배운 ‘三聖’의 가르침

다시 학우봉능선으로 올랐다. 로프를 잡고, 바위를 붙잡고 학우봉에 섰다. 이제는 안양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서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니 서해바다가 언뜻 바라다 보인다. 전혀 몰랐다 저곳이 바다일 줄은.  ‘얽히고설킨 등산로를 지나 바다를 만난 것처럼 다사다난한 인생 앞에도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걷는 동안 세 명의 성인에게 귀한 가르침을 받았다.  

산행길잡이

삼성산도 관악산과 마찬가지로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관악산처럼 능선엔 바위가 즐비하지만 데크계단과 우회로가 잘되어 있고, 암릉 자체도 어려운 편이 아니라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삼성산의 대표적 들머리는 서울대 정문 부근에 새로 생긴 신림선 관악산역과 안양예술공원이다. 관악산역 1번출구로 나오면 관악산공원 입구가 바로 앞에 있다. 입구로 들어서 조금 걷다 보면 오른쪽에 작은 물레방아가 있고, 이곳으로 들어서서 돌산능선을 따르면 돌산 국기봉 부근부터 조망이 터진다. 관악산공원의 큰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제2광장을 거쳐 장군봉능선으로 연결된다. 바위 봉우리 외에는 둘레길 같은 흙길로 이어져 산책하는 기분도 든다.


돌산과 장군봉, 정상 국기봉 등이 멋진 조망 터다. 위험한 암릉 지대엔 우회로와 데크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다. 임도를 만나면 삼성산 정상이 가까워진 것이다. 임도를 따라 50m 오르면 다시 산길이 나온다. 산길을 따라 시설물을 우회해 주능선에 닿은 다음, 뒤로 방향을 틀어 오르면 철조망 옆에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 뒤는 절벽이지만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다. 이곳으로 내려와야 학우봉으로 가는 능선을 이을 수 있다. 정상서 가까운 곳에 삼막사가 있다. 잠시 내려선 뒤 화장실 옆 산길을 따르면 학우봉 직전 고개로 길을 이을 수 있다.


학우봉에서 관악역(1호선)으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긴장해야 하는 암릉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1,2 전망대를 지나 1호선 관악역까지 약 4.2km 된다. 이 길이 길면 학우봉에서 내려선 후 오른쪽 경인교대 방향으로 하산해도 된다. 약 1.5km 거리다.


교통

5월 28일 운행을 시작한 신림선을 타고 관악산역에 내리면 바로 관악산공원 입구다. 신림선은 9호선 샛강역부터 1호선 대방역~7호선 보라매역~2호선 신림역 등 주요 역을 지난다. 3량짜리 전철이라 주말엔 등산객으로 붐빈다. 시내버스는 관악산 입구·관악아트홀 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501, 506, 5511, 5515, 5516, 5517, 5528, 6513, 6514, 6515, 8541, 3500번 버스가 정차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7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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