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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하지 않은 팜유 산업, 자연 위기 초래”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세계 최대 규모의 비영리 국제자연보전기관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 세계자연기금)가 한국 5개 기업을 포함한 전세계 2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을 위한 정책, 이행 현황 등의 평과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올해로 6번째 발표하는 WWF의 '팜유 바이어 스코어카드 2021 (Palm Oil Buyers Scorecard 2021, 이하 POBS)'은 전세계 주요 글로벌 유통사, 제조기업, 식음료 및 숙박 서비스 기업이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을 위해 공표한 선언의 내용과 이행 현황을 평가했다. 이번 평가는 기업들이 공개한 2020년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했으며, 유럽,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등 5개 대륙 227개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포함됐다.

[WWF 제공]

[WWF 제공]

▶대부분 기업, 선언 이후 실질적 행동 뒷받침 부족


많은 기업들이 2020년까지 팜유 공급망에서 자연 파괴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이번 스코어카드 결과 24점 만점에 평균 13.2점을 기록하며 대다수는 여전히 선언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올해 평가 1위는 24점 만점에 22점을 획득한 스위스의 유통사 쿱 스위스(Coop Switzerland)이며, 상위 5개 기업으로는 이탈리아 소비재 제조기업인 페레로(Ferrero) 그룹, 스웨덴의 가구 대기업 이케아(IKEA), 영국 유통사 존 루이스 파트너십(John Lewis Partnership), 미국의 소비재 제조기업인 마즈(Mars) 주식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업이 팜유 공급망에서 산림 파괴, 자연 생태계 전환 및 인권 침해가 없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정책과 메커니즘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응답 기업 평균 10곳 중 7곳은 팜유 공급망의 삼림 벌채 문제 해결을, 10곳 중 9곳은 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선언했지만 이행 범위에 있어서는 한정적 지역이나 이해당사자만 포함하는 등 미흡한 점이 있었다.


또한, 응답 기업의 절반이 여전히 100% RSPO1) 인증 지속가능한 팜유를 구매하지 않고 있으며, 공급망 내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약속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4분의 1에 불과했다. 정보 공개에 있어서도 한계를 보였다. WWF가 참여를 요청한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팜유 사용 및 지속가능성 노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한 눈에 보는 스코어카드 2021[WWF 제공]

한 눈에 보는 스코어카드 2021[WWF 제공]

▶한국 기업 첫 평가 대상에 포함…평균 4.5점 기록


한국 기업의 팜유 조달량이 증가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한국 기업들이 스코어카드 대상에 포함됐다. RSPO에 가입한 기업 중 팜유 소싱량이 많은(500MT이상) 화장품 및 생활용품, 식품 제조, 케미컬 부문의 총 14개 회사에 참여를 요청했으며, 총 5곳에서 정보를 공개했다.


아모레퍼시픽이 24점 만점에 14.5점을 받아 국내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삼양사, 롯데푸드, AK켐텍, 동남합성도 팜유 소싱 정책과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인증된 지속가능한 팜유를 구매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반면, 농심, 효성, LG생활건강, 대상, CJ제일제당, 미원상사, 오뚜기, SFC 등의 회사들은 WWF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거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스코어카드상 아직 지속가능한 조달 관행이 자리잡지 못한 신흥 시장(아시아 및 아프리카)에는 가산점이 부여되었으나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한 자릿수 점수를 받았다. 지속가능한 인증을 받은 팜유 사용량 부분에서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0%를 기록했고, 올해 6월 2023년까지 RSPO 인증 팜유를 90% 이상 사용하기로 선언한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실제 지속가능 인증을 받은 팜유를 100% 구매해 이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다. 원료 조달 정책 부분에서는 아모레퍼시픽만이 자사 정책에서 산림 파괴 근절, 인권 존중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부분 점수를 획득했다. ‘공급망 외’ 성과로 팜유 생산지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없었다.


‘자연훼손, 인권 침해 없는 팜유 조달 정책’과 ‘인증된 지속가능한 팜유 사용’ 두 가지가 기업의 팜유 소싱의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그러나 평가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은 모두 RSPO에 가입했으며, 신흥시장의 특성상 정보 공개 리스크를 우려하는 상황에서도 스코어카드 평가에 참여하는 등 지속가능 팜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업 경영 전반에 자연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지속가능성 기준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새로운 추세에 따른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WW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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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팜유’ 향한 실질적 진전 가능성 높아지고 있어


반면 긍정적인 진전도 있었다.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공급망 외적으로 취하는 행동의 경우 절반 이상의 기업(52%)이 관련 다자간 협의체와 같은 지속가능성 플랫폼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또한 응답 기업의 39%가 소규모 자작농 역량 강화 및 산림 보호와 같은 팜유 생산 환경의 실질적인 변화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자연 보전을 위한 활동이 전무했던 지난 10년 이후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가속화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스코어카드의 응답기업 중 4개 기업은 2020년 평가 이후 순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평균적(middle of the pack)’ 순위에 머물렀던 존 루이스 파트너십(21.3점), 바이어스도르프(Beiersdorf) AG(20.2점), 알라 푸드(Arla Foods)(19.9점),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Estée Lauder Companies Inc.)(19.6점)는 올해 ‘선도적(leading the way)’ 단계로 진입했다. 지속가능한 팜유 조달 및 부문 전반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WWF-Korea(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홍윤희 사무총장은 “이번 스코어카드 평가를 통해 팜유를 조달하는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홍 사무총장은 “점점 높아지는 시장의 기준에 맞추어 기업들이 인증된 지속가능한 팜유의 사용량을 늘리고, 공급망 투명성과 추적성을 높여야 한다”며 “자연 훼손 및 인권 침해를 근절하는 원료 조달 정책을 설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팜유는 전 세계 식물성 기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널리 사용된다. 초콜릿, 화장품, 세제, 자동차 연료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사용된다. 전체 식물성 기름 생산지의 10%에서 전체 식물성 기름의 약 40%를 생산하는 고효율의 자원으로 각광받으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 방식으로 인해 팜유가 주로 생산되는 열대우림 지역의 자연 훼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인권 침해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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