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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by 매일경제

동전치기·스푼·막창… 골프장 은어를 아시나요

“쯧쯧, 배꼽까지 내놓고 치더니만 결국 쪼루를 내고 마는군.”


언젠가 친구들과 골프를 하다 티샷을 끝낸 친구를 두고 동반자들이 놀렸다. 티잉 구역에서 티 마크 선상보다 앞에 티를 꽂은 것을 빗댄 표현이다.


원래 2벌타를 받는데 공이 시원찮게 날아가 동반자들이 그냥 묵인해줬다. 영어에는 없는 한국말 골프 은어다.


쪼루 혹은 쪼로는 샷거리가 짧을 때 사용하는 은어며, 특히 공이 공중으로 치솟아 비거리가 짧을 때는 뽕샷이란 말도 사용한다. 뽕샷은 클럽으로 공 아랫부분을 가격할 때 발생하는데 “하늘을 뚫겠다”라고 빗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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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똑바로 멀리 가는 공을 오잘공(오늘 가장 잘 보낸 공)으로 부른다. 영어로 표현하면 ‘the shot of the day’에 해당한다.


코스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휜 도그레그 홀에서 티샷이 너무 훌륭한 나머지 공이 OB구역 밖으로 나갔을 때 “막창 났다”라는 표현을 쓴다. 영어로 ‘cross over’가 정확한 표현이며 소나 양의 윗부위를 일컫는 막창과는 상관없다.


도그레그(dog leg) 홀은 기역, 니은으로 휘어진 홀로 하늘에서 보았을 때 개 뒷다리와 비슷하게 생긴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간혹 주말골프계에선 티샷한 공이 OB나 페널티 구역으로 향하면 멀리건 형태의 잠정구를 준다. 이때 먼저 친 공이 확실하게 밖으로 나갔다면 뒤에 친 공을 유정란이라고 부른다.


승부에서 이기더라도 상금을 못 가져가는 대신 스코어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씨 없는 수박’이라고도 한다.


페어웨이에서도 은어는 난무한다. 아이언으로 친 공이 뜨지 않고 잔디 위를 굴러가는 공을 뱀샷이라고 표현한다. 지그재그로 굴러가는 모양을 묘사했다.


뒤땅만큼 절묘한 우리말 은어도 없다. 클럽으로 공 뒤의 땅을 치는 형상을 그대로 나타낸다. 영어로 두껍게 맞는다고 해서 팻샷(fat shot)이 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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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홀에서도 공의 방향성이 일정하지 못하거나 홀마다 스코어가 천차만별일 때 “우라가 심하다”고 말하는 골퍼도 있다. 이는 일본어 ‘무라’에서 나온 말로 원래 옷감이 고르게 염색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기복이 심하다는 표현으로 영어로는 ‘up and down’이 맞다.


캐디에게 우드 대신 “스푼을 달라”고 말하는 골퍼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스푼은 실제 골프장비 용어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클럽 중에 1번, 3번, 5번 등을 감나무로 만든 데서 우드가 유래했다. 1번 우드 드라이버(driver), 3번 우드 스푼(spoon), 5번 우드 명칭은 클리크(cleek)다.


언젠가 골프를 끝내고 식사 테이블에서 한 사람이 바로 앞 동반자에게 우드와 아이언을 좀 달라고 말해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달라는 얘기였다.


뭐니뭐니 해도 그린에서 은어가 가장 난무한다. 투 그린의 경우 핀이 없는 다른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옆집에 살림 차렸다”란 농담을 한다.


포대그린은 전쟁터의 포대처럼 높은 곳에 솟아오른 그린을 말한다. 조금만 짧아도 공이 또르륵 굴러 내려오거나 지나치면 그린 밖으로 나가버려 온을 시키기에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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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티드(elevated) 그린이 정식용어다. 서울 주변 남서울CC가 대표적이며 산악형 골프장으로 성적을 잘 내기 힘들다.


볼을 집어 들면서 마크할 때 동전치기라는 수법이 나온다. 이는 공보다 핀에 더 가깝게 마커를 던지는 행위를 말한다. 당연히 2벌타를 먹어야 하며 고의로 하면 실격이다.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에 동료들이 일명 구찌를 넣어 방해를 한다. 구찌는 우리말 입방아에 해당하며 이를 잘 극복해야 진정한 고수다.


골프장에선 칭찬을 비롯해 모든 게 구찌에 해당하며 오로지 컨시드를 뜻하는 OK만 빼곤 모두 구찌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골프가 민감한 운동이란 뜻이다.


언젠가 스탠스를 취하고도 동반자가 오랫동안 스트로크를 하지 않자 참다못한 옆 사람이 “치고 나서 생각하라”란 말을 불쑥 내뱉었다. 짧은 거리에도 3퍼트를 범해 살얼음 분위기가 일었다.


기업 단체골프 행사에서 한 임원이 퍼트 자세를 취한 뒤 기도하듯 너무 오래 시간을 끌자 결국 참지 못한 사장이 “김 상무, 자나?”라고 말한 적도 있다. 깜짝 놀라 손보다 퍼터가 먼저 나가 실패했다고 한다.


핀에서 애매한 거리에 공이 놓이면 동반자의 컨시드를 고대하며 머뭇거릴 때가 있다. 이를 눈치 챈 듯 동반자들이 “오바마”라고 외친다. “오케이 바라지 말고 마크해”라는 말이다.


아예 컨시드를 달라는 투로 동반자들을 둘러보며 “왜 영어가 나오지 않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 “파이팅” 혹은 “마크”라고 응수한다. 끝까지 퍼트하라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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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에게 “빠따를 달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식 영어이며 퍼터가 옳다. 퍼터로 공을 치는 행위를 퍼트라고 하며 퍼팅도 함께 사용된다.


한국에 유일한 스코어 기재 방식이 있다. 첫 홀이 끝나면 일파만파, 혹은 무파만파라는 말을 외치며 모두 파를 적는다. 예전에 미국인 동반자가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파를 연속 네 개 기록하면 아우디, 다섯 개는 올림픽이라고 한다. 그럼 여섯 개는 뭘까. “○○○”라는 욕설이다. 동반자들이 못 참는다는 농담이다.


골프 경력에서 가장 잘 나온 스코어를 “라베가 얼마냐”고 묻는다. ‘라이프 베스트(life time best score)’의 줄임말이다.


스코어 용어로 양파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파(par)라는 타수의 두 배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파3홀에서 트리플 보기, 파4홀 쿼드러플 보기, 파5홀 퀸튜플 보기를 말한다.


간혹 파5홀에서 애바라는 스코어를 사용하는데 4타를 초과한 퀴드러플 보기를 말한다. 정체불명의 용어로 “그냥 집에 가서 애나 봐라”라고 비웃는 표현이란 설도 있다. 한국 골프계에 오래된 은어다.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00타를 넘기는 사람을 백돌이라고 한다. 기준 타수보다 9타를 넘기지 않으면 싱글이라고 하는데 싱글 디지트 핸디캐퍼(single digit handicapper)가 원래 용어다. 싱글 플레이어로 부르면 외국인들은 독신자로 오해할 수 있다.


간혹 골프장에 간다는 말 대신 “잔디 밟으러 가자”고 애둘러 얘기한다. 코로나가 걷히고 파릇한 잔디에서 굿샷을 기대한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경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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