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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경향신문

거리 두며 힐링하는 호젓한 산책 어때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6월 30일까지만 산책 공간으로 개방하는 조선왕릉 숲길은 9곳에 달한다.

거리 두기만 잘 지킨다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봄날의 산책을 만끽할 때가 온 것이다.


조선왕릉 숲길에는 전날 내린 비 냄새가 은은했다. 흐리고 바람이 치는 날씨 탓에 산책하는 시민은 뜸했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키기엔 손색이 없었다. 지난 5월 16일부터 새로 개방된 경기 구리 동구릉 영역의 경릉∼양묘장과 휘릉∼원릉 구간 등 숲길을 걷다 보니 코로나19 사태가 부른 시름도 덜어질 듯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6월 30일까지만 산책 공간으로 개방하는 조선왕릉 숲길은 9곳에 달한다. 거리 두기만 잘 지킨다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봄날의 산책을 만끽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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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개방되는 경기 구리 동구릉 내 원릉과 휘릉 사이 때죽나무 숲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개방된 숲길 가운데 구리 동구릉 휘릉과 원릉 사이의 때죽나무 숲길 1.4㎞ 구간은 처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때죽나무는 마침 5월부터 6월 사이에 종 모양의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 특징이라는데, 때죽나무 꽃인지는 몰라도 흰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나 산책로를 환하게 물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꼭 이 숲길이 아니라도 이맘때 동구릉에는 꽃뿐만 아니라 물오른 나무 이파리까지 다 예뻐요.” 가까운 구리시에 살기 때문에 틈날 때마다 산책하러 동구릉에 자주 온다는 시민 정윤영씨(46)가 2m 이상 거리를 두고 걷기 좋은 구간들을 설명해 줬다. 한 번씩 신발을 벗고 맨발로 흙길과 풀 위를 걷는 것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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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광릉 숲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제공

문화재청이 밝힌 이번에 새롭게 열린 숲길로는 구리 동구릉 외에도 경기 남양주의 광릉 금천교∼정자각 구간, 사릉 홍살문∼능침 뒤편, 서울 노원구 태릉~강릉, 서울 성북구 의릉 영역의 천장산 구간, 경기 파주의 장릉 둘레길과 공릉 뒤편 숲길, 경기 화성의 융릉~건릉 구간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 시간에 맞춰 일방통행과 거리 두기 원칙을 지켜야 한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신의 정원이라 불리는 왕릉 숲길 산책은 걷는 내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면서도 특히 화장실 등 다중이용공간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왕릉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해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수목원이나 둘레길 등 산책을 위해 잘 조성된 길들이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중심가인 서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부산시민공원 내에 새롭게 조성된 숲도 주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농협의 사회공헌 사업 일환으로 조성돼 5월 21일부터 개방한 이곳 숲길은 미세먼지 차단 숲과 소나무 숲, 대나무 숲, 이팝나무 숲, 무궁화 숲 등 서로 다른 주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나무를 비롯해 32종 2만8294그루를 전포천 산책길과 공원 북문 주변, 과수 체험원 등을 중심으로 심었다.

동구릉 때죽나무 숲길 첫 개방

경남에도 김해와 창원이 맞닿는 접경지에 있는 우곡저수지 주변 둘레길이 지난 5월 14일 조성돼 김해·창원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진영 우동누리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산책로는 저수지를 낀 기존의 포장 산책로를 수변 산책로로 연장했다. 앞서 창원시가 설치한 산책로와 이어져 둘레길이 완성된 것이다. 우곡저수지는 행정구역상 김해시 진영읍에 속하지만 상류는 창원시에 속한다. 개발제한구역인 덕택에 저수지 주변을 따라 넓게 이어져 있는 녹지공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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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 바우길 01코스 선자령 풍차길에 있는 잣나무 군락지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새롭게 개방되는 산책로만 주목할 필요도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산책하기 좋은 걷기여행길로 선정한 길들은 이미 주민들에게 친숙하지만 5월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고 반려동물과도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곳들이 포함됐다. 강원 강릉에 있는 바우길 코스 가운데 선자령 풍차길은 총 400㎞인 바우길 중 첫 번째 구간으로,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대형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바람의 언덕’을 지난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긴 능선구간은 어린이나 노인도 무리없이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해 산책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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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나들길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천 강화에 있는 강화나들길 중 19코스 석모도 상주해안길은 석모도의 동쪽을 살펴보면서 서서히 바뀌어가는 산과 들, 바다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길이다. 석모대교가 놓인 후 차량 접근성이 좋아져 인근에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데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농촌의 오솔길 풍경이 펼쳐지는 모습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제방길이 끝나고 숲길이 시작되는 곳에 있는 정자에서는 잠시 숨을 돌리며 사진을 찍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강릉 선자령 풍차길 함께 걷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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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 주상절리길 1코스 중 하늘다리에서 본 한탄강의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탄강을 끼고 펼쳐지는 경기 포천의 주상절리길 1코스 구라이길은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4㎞ 길이의 구라이길은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숲속에 푸른 물줄기를 감추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의 비둘기낭폭포에서 시작한다. 목재 덱과 야자수 멍석으로 깔끔하게 정비해 걷기 편한 길을 따라 자연생태공원까지 걷는 내내 한탄강 물소리와 숲속 바람 소리를 곁에 둘 수 있다. 웅장한 자연의 절경을 보여주는 폭포를 지나 길게 뻗은 한탄강을 한눈에 담는 전망대와 강줄기 사이사이 협곡들을 보며 눈호강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길의 매력이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킹덤>을 촬영한 곳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드라마 속 장면을 연상할 법도 하다. 코스 마지막 지점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트럭이 모여 있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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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공룡알화석산지 탐방로 주변으로 드넓게 펼쳐진 갈대밭의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공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기 화성에 있는 공룡알화석산지 탐방로를 찾는 보람도 클 것이다. 약 1억 년 전 공룡의 집단 서식지로 추정되는 이곳 송산면 고정리 일대에선 다양한 공룡 화석이 발견돼 주변이 모두 천연기념물 제414호로 지정됐다. 공룡의 흔적도 감상하며 잘 갖춰진 탐방로를 따라 산책의 여유 역시 즐기는 일거양득의 코스다. 평탄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한 탐방로 주변에는 갈대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코스 중간중간에서 만나는 누두바위·하한염·중한염 등 8개 지점은 공룡알 화석을 볼 수 있는 곳이므로 미리 확인해 두고 출발하면 편하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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