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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by 경향신문

펭수, 빙그레우스, 고슴이… 너희들 어떻게 태어났니?

너희들, 어떻게 태어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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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크리에이터들

나? 펭수. 남극에서 헤엄쳐 한국에 온 펭귄. 나이는 10살이고 EBS 연습생이야. 존경하는 인물은 BTS, 그리고 나 자신. 꿈은 우주 대스타, 단기 목표는 빌보드 차트 석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고? 나는 나를 믿으니까!


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빙그레나라의 후계자. 아버지가 왕위를 물려주는 조건으로 미션을 줬어.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늘리는 일이야. 개국공신 투게더리고리경이 자꾸 참견하지만, 내 앞길은 내가 개척할 거야.


나, 고슴이. 작고 귀여운 고슴도치라고 만만히 봤다간 큰코다칠 걸. 뾰족뾰족하게 돋은 바늘 보이지?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캐릭터라고. 지금 하는 일? 젊은 세대가 알고 싶어하는 뉴스를 잘 씹어서 전해줘.


나, 강원도 감자. 요즘 인기 절정인 건 알고 있지? 물량만 풀리면 완판, 또 완판이라고. 주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포케팅’(포테이토+티케팅)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하더라. 흠흠.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타인이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콘텐츠 제작자들의 갈망은 더하다. 대중은 그러나 예민하고 까다롭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자기 취향이 분명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매혹하는 일은 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기획자와 마케터들이 있다. 독특한 서사로 MZ세대의 감성을 사로잡아 ‘취향의 공동체’를 구축한 MZ세대 여성들이다. EBS <자이언트 펭TV>의 책임PD 이슬예나(35), 빙그레 미디어전략팀의 마케터 유화진(26), 밀레니얼을 위한 뉴스레터 ‘뉴닉’의 창업자 김소연(26)·빈다은(25), 강원도청 주무관 황푸름(30) 등이 주인공이다. 왜 어떤 서사는 대중을 끌어당기는데, 또 다른 서사는 외면받을까. ‘서사의 소비자’를 넘어 ‘서사의 생산자’로 우뚝 선 MZ세대 크리에이터는 어떤 사람들일까. 일과 삶과 취향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MZ세대 여성 기획자들이 생산하는 서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친근한 캐릭터·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선다. B급(비주류) 감성을 겨냥하되,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 수평적 사고·탈권위주의를 지향한다. 쌍방향 소통을 통해 수용자·소비자의 취향과 요구를 꾸준히 반영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들은 자신을 낮추고 대중을 존중하는 데서도 공통적이었다.

‘빙그레우스’ 만든 빙그레의 유화진

“B급 멘트 날려도 선은 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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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식품기업 빙그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라는 화자(話者)가 등장했다. 순정만화의 왕자님을 연상케 하는 빙그레우스는 자신을 빙그레나라의 왕위 계승자로 소개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 목표치를 채워야 왕좌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사 상품을 에두르지 않고 ‘대놓고’ 홍보하는 것도 특징이다. 간판상품인 바나나맛우유를 닮은 왕관을 쓰고, 기업 로고인 B자 모양의 귀걸이를 한다. 소셜미디어 주 이용층인 MZ세대의 B급 감성을 겨냥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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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미디어전략팀 조수아 차장과 유화진 사원(왼쪽).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빙그레우스’ 캐릭터를 등장시켜 화제를 모았다. 권호욱 선임기자

빙그레 미디어전략팀의 마케터 유화진씨(26)를 지난 7일 만났다. ‘윗분’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물었다. “시작 전에 걱정을 하긴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으면 해보라며 믿고 맡겨주시더라.” 빙그레우스 캐릭터가 등장한 직후 ‘계정이 해킹당한 거냐’ ‘담당자 퇴사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쏟아질 만큼 화제를 모았다. 두 달 반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3만3000명이나 늘었다.


유씨는 “MZ세대는 직접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토리를 갖고 노는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MZ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성’과 ‘취향’의 존중이다. 마케팅 과정에서 ‘선’을 넘지 않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다.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문구는 물론, 캐릭터의 머리 모양과 장신구 하나하나까지 거듭 체크한다. 이런 부분은 괜찮을까, 특정 그룹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확인하는 과정이다. 유씨는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어떤 사람이 봐도 불편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소비자의 댓글 등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받아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의 상사인 조수아 차장(43)도 “20~30대를 일컬어 ‘다만추(다양한 삶을+만나는 것을+추구하는) 세대’라고 하지 않나. 이런 특성을 늘 염두에 둔다”고 했다.

2030에게 고슴이가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뉴스레터 ‘뉴닉’의 김소연·빈다은

“우리 세대 언어로 최대한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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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 월·수·금 아침 e메일로 배달되는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의 슬로건이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뉴닉은 반드시 알아야 할 3대 이슈를, 존댓말로, 쉽고 친절하게, 꼭꼭 씹어 설명해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에 구독자 16만5000여명을 확보했다.


낡아보이던 ‘뉴스’와 역시 낡아보이던 ‘e메일’을 소재로 새로운 미디어를 탄생시킨 이는 MZ세대인 김소연 대표(26)와 빈다은 이사(25)다. 대학 동아리 친구인 두 사람은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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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의 김소연 대표(오른쪽)와 빈다은 이사. 두 사람은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사이다. 뉴닉 제공

지난 11일 서울 을지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빈 이사는 뉴닉의 성공 비결로 ‘소비자 중심’ ‘우리 세대의 언어’ 두 가지를 꼽았다. “기존 언론의 시장성이 평가절하돼 온 이유는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자신들이 ‘해야 하는’ 이야기만 해온 데 있다. 우리는 철저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밀레니얼 세대 당사자의 언어로 뉴스를 전한다.”


MZ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고슴도치 캐릭터 ‘고슴이’도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뉴스레터를 열면 ‘보내는 이’에 해당하는 고슴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슴이는 그날의 뉴스에 따라 옷을 갈아입고 표정도 달라진다.


빈 이사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마음을 녹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화자를 만들기로 했다”며 “사람으로 정하기에는 성별·정치적 성향 등 제한이 많아 동물로 했다”고 말했다. 작고 귀엽지만 뾰족뾰족 바늘도 가진 고슴도치가 친근감을 주되 ‘할 말은 하는’ 캐릭터를 상징한다고 봤다. 김 대표도 “구독자들이 ‘고슴아’ 하며 말을 붙인다. 브랜드에 애정을 갖게 하는 데 고슴이 역할이 컸다”고 했다.


김 대표는 MZ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솔직함’을 꼽았다. “뉴닉을 좋아하는 이들도 좋은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아쉽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서비스를 만들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솔직한 피드백을 반영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포케팅’ 신화 만든 강원도

쇼호스트 주무관 재미·매출 다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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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 황푸름 주무관(왼쪽)이 최문순 강원지사와 함께 강원도 감자를 홍보하는 모습. 강원도 제공

강원도는 지난 3월11일부터 2주간 온라인을 통해 20만 상자가 넘는 감자를 팔아치웠다. 치열한 주문 경쟁으로 인해 ‘포케팅’(포테이토+티케팅)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포케팅은 3인의 합작품이었다. 최문순 지사가 먼저 트위터를 통해 팔아보자고 제안했고, 김숙영 비서관이 홈쇼핑 형태로 영상을 제작해보자고 구체화했다. 황푸름 주무관(30)은 최 지사와 함께 쇼핑호스트로 나서 감자를 팔았다. 그는 최 지사를 ‘문순씨’로 불러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다.


고객만족(CS) 업무를 담당하는 황 주무관은 트위터를 통해 포케팅에 실패한 시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 역시 ‘선’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소셜미디어 운영의 원칙은) 논란이 되는 건 하지 말자는 것이다.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서로 문제가 될 부분은 없는지 점검해주는 크로스체킹도 중요하다”(3월24일 경향신문 인터뷰).

전문가들이 본 성공 비결

“불편함과 ‘취존’ 구분 제대로 해야 성공”

“기획자가 차별에 예민한 여성이라 수용자 배려에 강점”


MZ세대 여성 기획자들이 생산해낸 서사가 같은 세대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들의 성공 비결을 MZ세대의 특성과 연계해 전문가 3인에게 들어봤다.


세대의 특성을 잘 파악한 서사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8년 펴낸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에서 20~30대 청년의 특성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디지털 네이티브와 태생적 글로벌리스트 △즐거움과 재미를 중요한 가치로 추구 △‘기브 앤드 테이크’가 확실한 실용주의파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평등주의자다. 그는 지난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2년 전 분석이지만) 현재의 20~30대, MZ세대에 대한 분석으로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펭수·빙그레우스·뉴닉 등의 성공은 결국 이 세대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그에 소구하는 서사를 생산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들 콘텐츠에 담긴 B급 감성은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특성에 부합하고 ‘(EBS 사장) 김명중!’을 호명하는 탈권위주의는 평등주의자로서의 면모와 연결된다. 쌍방향 소통은 디지털 네이티브적 특성과 연계된다.


최 교수는 특히 기획자들이 “선을 넘지 않고, 불편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한다”(유화진 빙그레 마케터)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봐도 ‘취존(취향 존중)’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은 이 세대에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기획자들이 어떤 게 불편함을 낳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취존’을 지키는 문법을 체득했을 때 ‘성공한 서사’가 나옵니다.”


게임·MCU·팬문화와 ‘세계관’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기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례를 받았다. MCU는 마블코믹스의 만화에 기반해,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즐기고 공유하는 가상의 세계관을 가리킨다. 이 세대는 또 아이돌을 향한 ‘덕질’(특정 대상에 몰입해 관련된 것을 찾고 모으는 행위)에도 익숙하다. 이 때문에 성장한 이후에도 게임 기반의 가상현실이나 문화적 아이콘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게 어색하지 않다. ‘펭수가 여자냐 남자냐’ 묻는 걸 ‘꼰대 감별 기준’으로 여기는 이유다. 최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 안에서 살며, 그 세계 안에서 규칙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MZ세대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환경


MZ세대에 속하는 작가 최서윤씨(34)는 MZ세대 기획자의 특징이 ‘기술적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MZ세대는 일찌감치 인터넷, 특히 모바일 환경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했다”며 “어릴 때부터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서로 달라 보이는 아이디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 조합하고 재해석해 내는 창의성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e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은 최씨의 견해를 적용할 만한 사례다. 중·노년층의 전유물처럼 비치던 ‘뉴스’와 소통수단으로 한물간 듯한 ‘e메일’을 조합해 매력적인 신제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차별에 예민한 여성


청년노동 문제에 천착해온 문화연구자 천주희씨(34)는 20~30대 일부의 성취가 ‘청년’ 전체의 특징으로 재현되거나 대표성을 얻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대중의 호응을 얻은 서사의 기획자들이 여성이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천씨는 “선을 넘지 않고, 불편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수평적 사고를 한다는 건 성숙한 시민이라면 지녀야 할 상식적 태도”라며 “하지만 기존 사회에선 권위주의적이고, 타인을 혐오하고, 모욕감을 주며 불편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 상식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특히 사회적 차별을 많이 경험하고 혐오발언에 자주 노출돼온 점을 지적하며 “여성 생산자(창작자)들은 기존 콘텐츠를 이용할 때 불편함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수용자 입장을 더 배려하게 되고, 적어도 사회적 약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방식으로 생산물을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지향점을 갖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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