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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by 경향신문

송명빈, 인감 팠다며 폭행하고도 “양씨가 대표이사”

경향신문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장…‘바지사장 보도’ 반박

녹음 파일엔 “나한테 컨펌 안 받고…몰래 판 도장 갖고 와”

정부·강원도 예산지원사업 선정 땐 양씨 매일 수차례 폭행


송명빈, 인감 팠다며 폭행하고도 “양

“양모씨(33)는 대표이사지 직원이 아닙니다. ‘바지사장’이란 것은 명의만 주고 업무를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양씨가 스스로 업무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결정했다는 증거는 넘치게 많습니다.”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49·사진)는 지난 30일 오후 경향신문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자신이 폭행한 양씨가 마커그룹의 ‘바지사장’이었다는 경향신문 보도(12월28일자 3면)를 두고 이같이 반박했다. 그는 “양씨는 마커그룹의 대표이사이며 주식회사 달은 양씨가 창설한 법인”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이 메시지에서 “법인은 법적 인격체다. 법인은 고객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님들을 위해 일을 한다”고도 했다. 마커그룹 주주인 자신이 대표이사 양씨에게 주주로서 정당한 질책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저는 법에서 판단을 받은 후, 관련자들에게 모두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며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양씨가 마커그룹의 명목상 대표이사였지만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음파일(21개)에서 송 대표가 양씨에게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상황은 수차례 나온다. 2월14일 송 대표는 양씨에게 “너 위대하니? 나한테 컨펌(확인) 안 받고 일 진행해도 되냐? X나게 건방진 XX야. 나한테 허락받았어?”라며 폭행했다. 송 대표는 자신을 ‘경영주’라고 지칭했다. 2월17일자 녹음을 들어보면 송 대표는 “너 나 몰래 판 사용인감 어디 갔어? 갖고 와! 사용인감 왜 네가 가지고 있어? 내가 너한테 사용인감 파라고 그랬어? 사용인감계를 경영주 몰래 파서 다녀도 되냐”라며 양씨를 폭행했다. 사용인감이란 각종 계약이나 중요 문서에 날인이 필요한 경우 대표이사 법인인감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도장이다. 당시 양씨가 법인인감은 물론 사용인감도 만들어 날인할 수 없을 만큼 대표이사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월20일 송 대표는 자신 소유의 강원 춘천시 주식회사 달 사무실에서 양씨에게 “회사 폐업이든, M&A(인수·합병)든 법적 대표이사로서 이용만 해주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되니까 부채만 대신 갚아준다”고 했다. 송 대표와 함께 양씨를 폭행한 최모 부사장(47)도 2월22일 “네 마음대로 회사 그만두면 되죠? X까. 넌 못 그만둬. 네가 X발 뭘 저지를 줄 알고 너를 그만두게 해줘?”라고 말한다.


파일은 지난 2월14일~3월10일, 6월18~24일 사이 녹음된 것이다. 이 시기 송 대표는 양씨를 거의 매일 때렸다. 하루에도 수차례 폭행했다. 이 시기는 각각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모집한 ‘2018년도 상반기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의 민관 공동투자 선정평가 기간과, 강원도 2018년 예산 지원 및 강원 양양군청 시설 유지보수 대금 청구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다. 2월 양씨가 중기벤처부에 과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특허권자인 송 대표는 참여연구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대면평가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송 대표는 양씨에게 이 책임을 물어 총 1억5000만원을 20년간 매월 분할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상환 약속을 시말서에 담았다.


6월에는 강원도 2018년 예산 1억5000만원 중 ‘잊혀질 권리’ 사업 홍보 비용 및 온라인 구축 비용 등 9000만원을 ‘공개경쟁입찰’로 따내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했다면서 양씨를 폭행했다.


양씨가 양양군청에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 업로더 대금 청구를 제대로 하지 않아 3억원가량의 납품액(강원도 지역 연평균)을 손해 보게 됐고, 양씨가 회사 대표이사면서 회사 건강보험료를 체납했다는 이유를 들어 5억여원을 배상할 것을 약속받았다. 양씨 어머니가 연대보증을 해 갚을 것을 약속받기도 했다. 송 대표는 배상 약속을 시말서에 쓰게 했다.


같은 달 18일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며 양씨를 협박했다. 송 대표는 “왜 네가 혼자서 끙끙대고 앉아서 일 다 망치고 있냐고. 이게 오늘 나하고 새로 벌어진 일이 아니야. 과거에 벌어진 일 중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거든. 감방에 있는 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범죄 혐의가) ‘추가’ 뜨는 거야. 너 감방 있으면 계속 추가 뜨겠다. 너 이번에 박근혜 봤잖아. 그렇게 된다니까”라고 했다.

송 대표는 양씨의 능력을 문제 삼으며 상습적으로 폭행하면서도 정작 해고하지는 않았다. 송 대표는 ‘양씨가 문제 많았다면서 왜 해고하지 않았느냐’는 경향신문 질문에 “정말 양씨를 잘 키워 보려고 했다. 당장은 밉고 따귀를 때리고 싶어도 돌아서면 마음이 아팠다. 양씨를 경영자로 잘 키우면 제가 늙었을 때 잘 케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또 “2016년 2월4일부터 양씨가 계속 문제를 일으켜 제가 인수인계를 하고 떠나라고 했다. 양씨가 인수인계는 안 하고 업무를 인수받을 직원을 괴롭혀 쫓아냈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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