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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중앙일보

비키니 스파, 펄펄 끓는 보양온천…어느 물에 지져볼까

빤하긴 해도, 온천 여행만큼 효과 좋은 겨울 여행도 없다. 겨울 여행은 온천에 몸을 뉘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추위에 떨던 육신의 피로, 한 해의 묵은 피로가 한방에 녹아내린다. 추울수록 그 위력이 더 강하다. 코로나 여파로 온천 업계는 지난 3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겨울은 다르다. 엔데믹 전환의 기대감 속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물 좋기로 이름난 온천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인생 사진이나 물놀이가 목적이라면 특급호텔이나 리조트가 운영하는 스파시설을, 몸보신이 목적이라면 전통적인 보양온천을 선택하면 된다. 올겨울 가볼 만한 전국 온천을 직접 다녀왔다.

럭셔리 스파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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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부산에선 바닷가 특급호텔과 리조트를 중심으로 럭셔리 스파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이 크게 늘고 있다. 해운대 앞바다를 굽어보는 파라다이스호텔의 야외 온천 ‘씨메르’는 코로나 확산 후 되레 이용객이 늘었다. 백종현 기자

부산은 의외로 온천의 고장이다. 등록된 온천만 67개(2022 전국 온천 현황, 행정안전부)로, 전국 광역단체 중 경북(91개) 다음으로 많다. 최근 부산에선 바닷가 특급호텔과 리조트를 중심으로 럭셔리 스파 문화를 즐기는 젊은 층이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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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메르’의 아쿠아바.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음료나 간단한 스낵을 즐길 수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야외 스파 ‘씨메르’가 대표적이다. 수영복 입고 즐기는 유럽풍 온천 문화를 부산에 퍼트린 주인공이다. ‘파라다이스호텔=씨메르’라는 공식이 호캉스를 즐기는 MZ세대에겐 이미 꽤 널리 퍼졌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이동영 매니저는 “투숙객의 70% 이상이 씨메르 이용 패키지를 구매한다”며 “코로나 확산 이후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럭셔리’ ‘호캉스’가 펜데믹 시대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월평균 이용객이 2000명가량 늘었단다. 현재 월평균 이용객은 1만7000명에 이른다.


씨메르는 본관 4층 야외 공간에 있다. 해운대 바다를 굽어보도록 설계된 인피니티 배스가 대표적인 인생사진 명당이다. 각도를 잘 맞추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것 같은 사진을 담아갈 수 있다. 온천 온도는 38~45도. 지하 275m에서 솟아나는 100% 천연 온천수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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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아난티코브의 스파 시설 ‘워터하우스’. 내부를 미디어 아트가 장식하고 있어 MZ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돌담에 둘러싸인 노천탕도 분위기가 그윽하다.

신흥 휴양지로 뜬 기장에는 ‘워터하우스’가 있다. 럭셔리 리조트 ‘아난티 코브’에 딸린 스파 시설로, 2000평(약 6600㎡) 규모에 달한다. 첫인상은 온천보다 호텔 라운지 같다. 온천 안에 레스토랑이 딸려 있을 만큼 휴식 공간의 비중이 크다. 욕탕도 네모반듯 익숙한 모양이 아니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보양이나 치료 목적이 아니라 멋과 여유를 즐기는 트렌드를 다분히 반영한 설계다. 지난해 7월에는 열대 우림 콘셉트의 미디어 아트까지 실내에 들이면서 MZ세대의 인생사진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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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아난티코브의 스파 시설 ‘워터하우스’. 내부를 미디어 아트가 장식하고 있어 MZ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돌담에 둘러싸인 노천탕도 분위기가 그윽하다.

탕의 온도는 35도 안팎. 탕 안에 앉아 있어도 얼굴이 붉게 익거나, 땀이 맺히지 않는 저온형 온천이다. 펄펄 끓는 온천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할지 몰라도, 인증사진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최상의 조건이다.

온천의 고장

경북 울진은 유서 깊은 온천의 고장이다. 숱한 전설과 일화가 내려오는 온천 두 곳을 거느리고 있다. 하나는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인 덕구온천이고, 다른 하나는 효도 관광 일번지로 통했던 백암온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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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에는 물 좋은 온천이 두 곳이나 있다. 위 사진은 덕구온천 리조트의 노천탕. 손민호 기자

덕구온천은 자연 용출 온천이자 국민보양온천이다. 덕구온천은 리조트에서 약 4㎞ 떨어진 원탕에서 물을 받아서 쓴다. 지상에서 솟구칠 때 온천수의 온도는 42.4도, 리조트가 하루에 쓰는 온천수의 양은 약 2000톤이다. 덕구온천은 물을 데우지 않고, 다른 물을 섞지도 않는다. 온천수가 남아돌아 흘려보낸다.


덕구온천 리조트는 호텔·콘도 같은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워터파크 같은 물놀이 시설도 갖췄다. 대형 목욕탕에서 온몸을 지질 수도 있고, 수영복 입고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독립된 공간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가족탕도 따로 있다. 다양한 시설 덕분에 덕구온천은 지난 3년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도 피해가 덜했다. 김재환 총지배인은 “2019년 입장객의 60%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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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리조트 백암의 족욕탕. 백암온천은 마을 전체가 온천 지구로 지정돼 있다. 손민호 기자

백암온천은 1000년 역사를 헤아리는 뿌리 깊은 온천이다. 신라 시대에 발견됐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국내 온천은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개발됐는데, 백암은 일제가 부산 해운대에서 온천을 개발하기 전인 1917년 온천장 영업을 개시했다. 백암온천의 수온은 45.9도이며, 라돈·수산화나트륨·불소·염화칼슘 등 각종 성분이 풍부하다. 백암온천의 주소는 온정면 온정리다. 온정(溫井). 따뜻한 우물이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백암온천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다. 백암온천지구에 온천탕이 여남은 곳 있는데, 지난 3년간 정상 영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백암온천지구의 대표 온천장인 한화리조트 백암도 악전고투를 면치 못했다. 리조트를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다 올해부터는 휴일 없이 문을 열고 있으나, 250개 객실 중에서 120개만 운영 중이다. 주중에는 리조트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 그래도 미끌거리는 물은 여전하다.

울산바위가 병풍 두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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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워터파크인 설악 워터피아는 올 1월부터 ‘나이트스파’를 운영하고 있다. 해가 지면 스파 곳곳에 화려한 조명이 들어온다. 최승표 기자

설악산 주변 온천지구 중에서 ‘설악 워터피아’와 ‘델피노’는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1997년 개장한 워터피아는 2009년 제1호 국민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워터피아 용출수의 최고 온도는 50.7도, 하루 양수량은 3128톤이다.


요즘 워터피아 이용객의 80%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다. 스릴 넘치는 워터 슬라이드나 실내외 파도 풀 같은 놀 거리가 많아서다. 워터피아는 한겨울에도 야외시설을 많이 운영한다. 설악워터피아 조성환 지배인은 “숙소는 다른 곳에서 묵어도 온천욕과 물놀이는 워터피아에서 하는 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18개 온천탕으로 이뤄진 ‘스파 밸리’가 핵심 시설이다. 2019년 4월 고성·속초 산불이 났을 때 스파 밸리가 전소했었다. 화재를 수습하고 7개월 만에 재개장했는데, 아이슬란드 블루라군, 뉴질랜드 로토루아 등 세계 유명 온천을 본뜬 8개 테마 탕을 새로 설치했다. 올해 시작한 ‘나이트 스파’는 20~30대에게 인기가 좋다. 조명 100여 개가 밝히는 노천탕 분위기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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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델피노 리조트에서는 온천을 즐기며 설악산 울산바위를 내다볼 수 있다.

워터피아에서 미시령 쪽으로 올라가면 델피노 리조트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소노 그룹이 최상급 브랜드 숙소 ‘소노펠리체’를 개장하면서 온천탕도 선보였다. 보양온천은 아니지만, 수질이나 풍광이 빠지지는 않는다. 용출수 최고 기온은 46.2도고, 하루 3500톤의 양수량을 자랑한다. 워터파크 시설도 갖췄다.


델피노의 온천 시설은 2개다. 소노펠리체 옥상, 그러니까 11층에 자리한 ‘인피니티 풀’은 19세 이상만 출입할 수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온천으로 통한다. 큰 풀에 몸을 담그면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작은 탕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인다. 강풍 부는 날은 갈 수 없다. 오전 10시 개장하는데 당일에 개장 여부를 알 수 있다. 워터파크 ‘오션 플레이’에는 슬라이드 같은 놀이시설은 물론이고 노천탕도 여러 개 있다.


손민호·최승표·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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