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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중앙일보

"섬진강에 매화 심은 지 55년째, 이렇게 서글픈 봄 처음이네"


광양 청매실농원 홍쌍리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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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서글퍼 펑펑 우는 소리가 들린다.”


광양 매화마을 홍쌍리(78) 명인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홍씨는 매실식품 명인 국내 1호이자, 광양 청매실농원 주인이다. 섬진강 굽어보는 쫓비산(536m) 남쪽 기슭 산골로 시집와, 1966년부터 매실나무를 심었다. 2000그루에서 시작한 매실나무가 이제 10만 그루에 이른다. 그의 농원에서는 97년부터 봄마다 축제가 열린다. 남도 대표 꽃축제로 통하는 ‘광양 매화축제’다.


매년 100만 명이 다녀간 광양 매화축제는 결국 올해 열리지 못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광양시는 매화마을 앞에 ‘방문을 자제 바란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매화마을을 찾는 상춘객을 막진 못했다. 광양시에 따르면 지난 8일 5만 명이 매화마을을 다녀갔다. 12일 청매실농원에서 홍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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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광양시가 매화마을 앞에 ‘방문 자제를 바란다’는 현수막을 붙여 놨더라.


A : ‘홍보하지 마시라’ ‘사람 오려 들면 못 오게 하시라’ 하는데, 나로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꽃구경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을 내가 어찌 막나. 봄마다 100만 명이 오던 곳이다.


Q : 매화는 향이 고운 품종이다. 마스크 행렬이 낯설진 않으신가.


나도 처음 겪는 상황이지만, 나보다 매화가 더 낯설 거다. 매화는 내 딸과 같다. 내가 엄마고, 매화가 딸 ‘가시나’다. 꼭 ‘엄마 왜 사람들이 다 얼굴을 가렸어?’ 하며 무서워 덜덜 떠는 거 같다. 매화들이 펑펑 우는 소리가 들린다.


Q : 올해 매화 개화 상태는 어떤가.


A : 올봄은 매화가 유독 더 곱다.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 곱게 화장하고 기다리는 가시나 같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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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매실나무에 인생을 다 바쳤는데.


A : 부산에서 광양으로 시집와 66년부터 농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내 나이 스물네 살이었다. 산골 생활이 외로워 무작정 매실나무를 심었다. 리어카도 못 오르는 산비탈을 다져 경운기 길을 만들고 트럭 길을 내고, 매실나무가 뿌리 내리게 했다. 냇가에서 바위를 주워다 나무 곁에 돌담도 쌓았다. ‘꽃이 있으면 사람이 오겠지’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어느덧 내 인생이 됐더라.


Q :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


A : 여전히 밭 갈고 매실 담그고 매화를 가꾼다. 아무리 나이 많고, 얼굴에 주름지고, 머리에 서리꽃이 피었어도 나는 농사꾼이다. 아름다운 농사꾼으로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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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매화마을을 찾는 상춘객을 보는 심정이 어떠신가.


A : 3년 전에도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축제를 못 했다. 그때도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셨다. 올봄에는 사람 사이의 전염병이라 당연히 발길이 끊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들 찾아주고 계신다. 농원을 찾는 분들이 안쓰럽고 또 고맙다. 향긋한 꽃향기를 가슴 가득 머금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광양=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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