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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팟캐김(김유성)

네이버의 진짜 경쟁 상대는 카카오가 아니다

SUMMARY

국내 IT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포털·커뮤니케이션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소 ‘찜찜한’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성장세는 둔화된 모습이고 내용도 썩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간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던 쿠팡은 3개 분기 연속 1,000억 원대(분기 기준)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매해 수 조원의 손실을 감당하며 구축했던 온·오프라인 플랫폼 인프라가 이제야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탈(脫)코로나 시대를 맞아 부진했던 미국 IT 기업들과는 달라 보입니다. 쿠팡의 약진은 네이버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등 커머스 사업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되는’ 커머스 시장을 놓고 두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 istock

 

커머스 운명 바꿨다 한국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의 역사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그리고 ②국내 기업끼리의 경쟁입니다. 한 예로 네이버는 2000년대 초중반 야후를 제친 후 검색 시장 지배자로 자리 잡았고 이후로는 구글과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음 등 여러 검색엔진이 네이버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무위로 그치곤 했습니다.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은 네이버와 카카오 간 대결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국내 2위 포털 사이트 '다음'을 흡수 합병한 카카오는 모바일 시장 전반에서 네이버 등과 경쟁했습니다. 코로나 시대 동안 주가 상승세와 매출 성장세만큼은 네이버를 앞섰습니다. 

그런데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 간 경쟁은 마무리되어 가는 듯합니다. 그나마 준수한 영업이익을 올린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급감했습니다. 매출 또한 제자리걸음을 걸었습니다.

 

카카오 이익 규모와 추이. © 2023년도 1분기 카카오 실적 보고서

 

실제 카카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난 711억 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고작 4.1%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 늘어나 1조740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같은 기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23 1분기 매출은 2280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6%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영향으로 구글 등 플랫폼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합니다.

이번 1분기 네이버와 카카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 결정적 요소 한 가지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커머스입니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부문 1분기 매출은 6059억 원으로 45.5% 증가했습니다. 미국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 Mark)의 매출 환입 효과가 크게 반영됐지만, 이를 제외한다고 해도 10% 내외의 성장률 측정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네이버 매출에서 차지하는 커머스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1분기 네이버 매출에서 커머스 매출 비중은 22.6%였지만 2023년 1분기 26.5%로 높아졌습니다. 네이버 최대 매출원인 서치 플랫폼(검색) 비중이 같은 기간 46%에서 37.3%로 줄어든 것과 비교됩니다. 물론 콘텐츠와 핀테크 매출도 증가세가 뚜렷했습니다. 특히 콘텐츠는 갑절로 매출이 늘었습니다. 이는 네이버가 검색 중심의 기업에서 커머스와 콘텐츠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업별 네이버 매출 규모와 추이. © 2023년 1분기 네이버 실적 보고서

 

네이버 입장에서는 커머스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카카오가 ‘무섭지 않은’ 경쟁자일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콘텐츠와 핀테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전 중입니다. 정보를 검색하고 ‘사고 싶은 물건’을 찾기 위해 네이버를 찾는 사용자들의 생활 습관이 그만큼 강력한 것입니다. 

 

검색 대신 커머스에 집중한 이유 네이버는 지난 10여 년간 커머스 사업을 영리하게 일궈왔습니다. 온라인 광고를 대신해 주는 것을 넘어 소상공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플랫폼에 입점하도록 했습니다.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춰놓았던 덕분에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의 오픈마켓도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네이버가 검색광고 시장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올려왔던 것과도 관련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검색 광고비만 벌어먹는다’라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덕분에 커머스 플랫폼 구축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 안정적인 검색 시장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구글이 그 균열의 진앙지입니다. 유튜브라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을 거느린 구글은 검색 시장 2위 자리를 꿰차더니 네이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장 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33%입니다. 시나브로 네이버의 시장을 잠식해온 것이죠.

이대로라면 한국 검색 시장마저도 구글 천하가 될지 모릅니다. 30대 이상 인터넷 사용자들에게는 네이버가 친숙하겠지만, 성장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유튜브나 구글 검색이 더 친숙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곧 현실이 될지 모릅니다. 네이버에게 있어 중요한 매출원 하나를 빼앗기는 것이죠. 

 

네이버와 구글 검색 점유율 추이. © http://www.internettrend.co.kr

 

성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시장을 빼앗긴다는 것은 기업에게 치명적입니다. 네이버는 각고의 노력으로 검색 시장을 지키면서 새 시장을 개척해야 했습니다. 검색과 연계된 커머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직접 돈을 버는 형태’로 가게 된 것입니다. 물론 네이버도 검색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부지런히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검색에 적용했습니다. 여러 자회사를 설립해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고 했습니다. 구글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네이버가 10여 년 넘게 진행해왔던 커머스 강화 전략은 잘 맞아떨어진 듯합니다. 검색과의 시너지 효과도 컸습니다. 네이버의 성장을 도왔고 검색 매출 증가세가 둔화된 현시점에서는 효자 노릇까지 하고 있습니다. ‘무엇으로 돈 벌어야 할까’라며 우왕좌왕하는 카카오와도 비교됩니다.

네이버의 커머스 전략의 정점은 ‘스마트스토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 연구 자료로도 잘 드러납니다. ‘소상공인을 돕는다’라는 명분과 함께 ‘돈도 버는’ 실리를 다 잡은 것이죠.

 

네이버와 구글 검색 점유율 추이. © D-커머스 리포트 2022

 

고려대학교 이건웅 교수 연구팀과 서울시립대학교 최보름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22년 12월 발간한 'D-커머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그해 12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수는 약 55만 개로 추산됩니다.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입니다. 이들이 기록한 거래액 성장률도 꽤 주목할 만합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72%의 성장률입니다.

 

카카오도 구글도 아니다 네이버가 빠르게 커머스 강자가 된 데는 검색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라는 게 큰 몫을 했습니다. 신세계 계열의 SSG나 지마켓 등 오픈마켓이 갖지 못한 강점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아주고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기술도 ‘국내 기준’ 1위입니다. 여기에 ‘사용자 검색 정보’ 등 풍부한 데이터까지 있으니 경쟁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게 이해가 갑니다.

따라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과 스마트스토어 플랫폼을 이길 유통사업자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아무리 유통 대기업이라고 해도 온라인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네이버를 이길 수가 없지요.

그런데 쿠팡은돈의 힘으로 이를 극복한 듯합니다. 연 수조 원의 적자를 감내하면서 온오프라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죠. 쿠팡의 로켓배송망은 사용자들의 강력한서비스 경험이 돼 쿠팡을 선두권 커머스 사업자로 올려놓았습니다. 네이버도 갖지 못한 이점입니다. 네이버가 ‘검색’이라는 사용자 경험에서 우위를 점한 것처럼 쿠팡은 ‘쇼핑과 배송’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공개한 올해 1분기 활성 고객(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1,901만 명입니다. 전년동기(1811만 2000명) 대비 5% 늘어난 수준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제외한다면 거대한 규모의 사용자 층입니다.

 

쿠팡 영업이익 추이. © 2023년 1분기 쿠팡 실적 보고서

 

저러다 망하겠지라는 얘기를 들었던 실적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1362억 원(1억 677만 달러, 분기 환율 1,275원)으로 지난해 3분기(1,037억 원), 4분기(1,133억 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2,478억 원, 당기순손실 2,521억 원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개선치입니다. 

쿠팡의 매출 규모는 네이버와 카카오 수준을 넘은지 오래입니다. 1분기 기준 쿠팡의 매출은 전년(6조1653억원)보다 20% 증가한 7조 399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쿠팡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거둔 최대 매출입니다.

다만 쿠팡의 매출은 일반적인 인터넷쇼핑몰과 비교해 부풀려진 게 있긴 합니다. 쿠팡이 물품을 직매입해 파는 구조다 보니 수수료 수익이 매출인 다른 인터넷 쇼핑몰이나 네이버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거래액을 놓고 네이버의 커머스와 쿠팡을 비교하는 게 더 맞을 수 있습니다. 하나증권이 분석한 쿠팡의 2022년 거래액은 43 7210 원 규모입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연간 거래액 규모가 같은 해 41 7000 (네이버 자료)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양 플랫폼 간의 차이는 아슬아슬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네이버가 추격자의 입장으로 쿠팡을 추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물류 인프라와 역량에서 네이버와 쿠팡 간 격차가 현격히 크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검색과 가격 비교, 네이버페이의 결제 편의성, 네이버 콘텐츠 생태계 연동 등의 차별점을 보이고 있지만, 3자에 물류를 맡겨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쿠팡과 달리 '쇼핑 중개'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오프라인 물류 시스템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지만 쿠팡만큼의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들어 쿠팡은 자사 플랫폼 사용자들을 묶어놓기 위한(Lock in)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OTT ‘쿠팡플레이’가 대표적입니다. 2020년 시작한 쿠팡플레이는 국내 주요 OTT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축구 국가대표 경기를 생중계하고 K리그 방영권을 사는 등 콘텐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존프라임으로 잠재 사용자들을 확보해나갔던 아마존의 전략을 그대로 닮은 것입니다.

 

네이버와 쿠팡, 제로섬 경쟁 열릴까 커머스 시장은 로컬기업(현지 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아무리 기술력 높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류 등에 있어 국내 사업자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와 쿠팡이 이 시장에서 구글보다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해외 진출도 어렵다는 뜻이 됩니다. 네이버가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나 숏폼 콘텐츠 플랫폼 ‘스노우’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냈지만, 커머스 분야만큼은 섣불리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도 미국 시장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습니다. 야심 차게 진출했던 일본 시장에서는 철수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해외 커머스 시장 개척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로섬 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그때 이들은 또 어떤 활로를 찾을까요? 두 기업의 혁신과 해외 사업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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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