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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한대훈

블랙록이 등장했는데, 너무 조용하다

SUMMARY

최근 애플이 역사적 신고가를 달성하며 시가총액 3조 달러(약 3,900조 원)를 돌파했습니다. 엔비디아도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시총 1위 기업을 넘으며 무려 10조 달러, 한화로 1경 원에 달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자산 규모를 운용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블랙록'입니다. 자산 규모뿐만 아니라 로비력도 대단해 창사 이래 단 1건을 제외하곤 모든 ETF 신청이 통과된 전무후무한 곳인데요. 이런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해 가상자산 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도 했는데,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 istock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이 시사하는 의미 지난 칼럼에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지난 2017년의 비트코인 상승은 비트코인의 대중화, 지난 2021년의 상승은 테슬라와 스퀘어 등 미국 기업들의 등장에 기인했다면, 다음 상승 사이클은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과 비트코인의 금융상품화라고 감히 예상한다. 당연히 메가톤급 뉴스라고 생각하는데 시장의 반응은 생각보다 덤덤하다. 이미 몇 차례 비트코인 ETF의 승인 거부에 따른 피로감, 정작 승인된 현물 ETF가 없어서 기대감 저하,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 신청과 그 의미, 그리고 전망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우선, 현재 미국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상장되어 있지 않다. 여러 운용사들이 ETF 상장을 SEC에 신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됐다. 대신 비트코인 선물(future) ETF는 상장돼있는데 프로셰어즈(ProShares)의 비트코인 스트레티지 ETF(ProShares Bitcoin Strategy, BITO)가 대표적이다.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 상품으로 지난 2021년 출시됐다. 이 상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8.2억 달러 수준이었다. 최근에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소식이 전해지면서 AUM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있었지만, 현물 ETF는 없었다. 그래서 운용사들은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피델리티는 유럽 지역의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를 상장했다. 현재 독일과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있다. 위즈덤트리(Wisdom Tree), 피델리티(Fidelity), ARK 인베스트먼트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SEC에 신청했지만 미국 SEC의 대답은 “No”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블랙록(BlackRock)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하면서 승인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블랙록(BlackRock)은 누구인가? 블랙록은 전 세계적으로 ESG 투자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ESG 등급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겠단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각국 기업들은 ESG 등급을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마디가 전 세계적으로 ESG 열풍을 일으킨다는 것, 바로 블랙록이기에 가능했다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자면, 한국의 최대 규모 기금인 국민연금의 총자산이 약 850조 원(약 6500억 달러)고,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이 약 3조 달러인데 블랙록 펀드의 AUM은 2020년 기준 10조 달러다. 대한민국 원화로 계산하면 1경 원 이상인 셈이다. 세계 2위인 뱅가드(Vanguard)보다 1.3배 많은 수준이다. 블랙록보다 더 큰 투자 기관은 지구상에 없다. 국부펀드인 테마섹(싱가포르), 중국투자공사(중국) 등과 비교해도 블랙록이 규모가 크다.

단순히 자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로비력이 상상이상이다. 사실 이번에 블랙록이 현물 ETF를 신청하면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그동안 비트코인 ETF 신청했던 여러 기관들과는 체급부터가 다르다. 일례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붕괴될 때 연준은 채권을 매수하면서 시장에 개입했다. 당시 연준의 채권 매입도 대행한 기관이 바로 블랙록이다. 그만큼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576개 중 575개 승인해 줬다. 지난 2014년 10월에 블랙록이 매일 보유한 자산을 공개할 필요가 없는 적극 관리형 ETF 만들어달라는 허가 요청했을 때만 딱 한 번 거절했었다. 그동안 조용하던 블랙록이 갑작스레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준비 및 로비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블랙록을 이끄는 CEO 래리핑크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그는 지난 7/5, 폭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금에 비교하며 인플레이션, 특정 국가의 부담스러운 문제, 통화 평가 절하 등을 헤지하는 수단으로 이제는 비트코인이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ETF야? 신탁이라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커뮤니티를 통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번에 블랙록이 신청한 ETF가 “iShares Bitcoin Trust” 라는 이름을 단 ‘19b4’를 제출해서 Trust라는 단어 때문에 신탁이라는 오해도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ETF다. ETF의 종류가 크게 투자회사형이라 불리는 ‘Open and Fund’, 그리고 신탁형이라 불리는 ‘Trust’ 방식이 있는데 둘 모두 ETF다. 기존의 신탁은 환매가 안됐고, 일례로 그레이스케일(GrayScale)도 환매 불가한 상품이다. Trust 방식의 ETF는 Redeemable trust, 즉 환매가능으로 설계됐기에 ETF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iShare가 과거 2009년에 바클레이스(Barclays)로 인수했는데, iShares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경우는 모두 ETF다. 따라서 용어로 인해 혼란은 있었지만 ETF로 봐도 된다.

또 한가지. 과거에도 선물 ETF가 상장됐었는데 파급력이 적었다는 논란도 많았다. 선물 ETF는 특정 날짜를 만기로 하는 선물(future) 가격에 대한 투자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가격 자체에 베팅하는 것이지 비트코인을 실제로 매수하는 투자는 아니다. 만약 새로 출시될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가 된다면 ETF 운용사는 그 값어치의 비트코인을 반드시 매수해야 한다. 즉, 신규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급력을 예상해본다면 개인적으로 2017년의 상승을 비트코인의 대중화, 지난 2021년의 상승은 테슬라, 스퀘어 등 IT 기업의 등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기저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서 촉발된 유동성 파티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은 2017년과 2021년에 각각 개인과 기업의 시장 참여로 시장이 활발했다. 아마 다음 상승이 나타난다면, 그 트리거는 비트코인 ETF로 대표되는 금융상품 출시로 인한 금융영역으로의 진입으로 개인과 금융기관의 투자유입이라고 예상한다.

아래 차트를 확인하면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래 좌측의 차트는 비트코인 차트가 아닌, 금 가격의 차트다. 금 가격의 세차례 대세 상승 중 가장 큰 상승을 이끈 건 닉슨쇼크도 아니고, 최근의 유동성 장세도 아닌 지난 2004년의 금 ETF의 출현이었다. 우측의 그래프는 금 ETF 등장 당시의 금 ETF 가격과 거래량 추이인데, 금 ETF 출시 이후,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ETF 의 출시로 그 동안 비트코인을 사고 싶어도 방법이 어려워서 사지 못했던 개인투자자 증가한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 동안 비트코인 투자를 하지 못하던 기관의 시장 참여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직접 사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없었지만, ETF를 비롯한 상품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대체투자, 혹은 인플레이션 헷지수단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한다면,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위의 그래프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다. 대체투자 운용자금이 약 152조. 1%만 비트코인 ETF를 매수한다고 해도 약 1.5조 원이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국내 주요 연기금, 민간 자산운용사가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면 국내에서만 수조 원 이상의 수요가 생기는 것이다. 해외의 기관투자자들도 당연하다.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비트코인 ETF를 손쉽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는 비트코인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에 회원가입 후 은행 계좌와 연동을 해야한다. 국내거래소는 그나마 쉽지만, 해외에서는 직접 화폐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기는 더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낸스도 가상자산을 통해서 가상자산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등의 방법은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 증권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손쉽게 매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럼 언제 상장되는 걸까? 블랙록이 SEC에 신청서를 제출한 얼마 후,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서류 내에 비트코인 가격 감시(surveillance) 계약 파트너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충분’ 의견을 냈다. 이에 나스닥은 감시 파트너로 코인베이스를 명시하고 다시 SEC에 서류를 제출한 것이다. SEC에 ‘부적절’ 의견을 받은 또 다른 자산 운용사 피델리티도 코인베이스를 감시 공유 계약 파트너로 지정했다. 서류를 다시 제출하면서 이제 향후 일정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블랙록은 SEC에 “19b4”를 제출한 상황이다. SEC는 승인/거절/수정보완요구 등의 형태로 답을 줘야 한다. 일단 45일 내에 답변을 줘야 하는데, 45일/60일/90일 단위로 기간 연장을 할 수 있고, 최대 24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즉, 늦어도 내년 2월 전에는 답변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승인이 될지, 거절이 될지를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그 동안 블랙록의 놀라운 승인 성공률,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감안해보면 과거 사례보다는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공은 SEC로 넘어갔다. SEC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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