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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서정렬

부동산을 ‘던지는’게 아니라 ‘쌓아야’하는 이유

SUMMARY

- 한국은행의 집값 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살아나려는 분위기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여파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힘이 실린 탓

- 향후 부동산 투자의 경우, '던지는' 직접투자 방식보다 '쌓는' 간접투자 방식이 바람직

 

© istock

 

SVB 파산 여파 ‘현재 진행 중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번 은행 파산으로 인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지만 전 세계가 미국의 ‘출구(exit)’ 모색 과정을 주시하는 중이다. 다른 나라, 제3세계의 은행 파산 문제가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당사자인 미국 역시 SVB 파산 여파 추이와 미국 정부의 후속 대책 등에 따라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SVB는 미국 내 16위로 자산규모는 우리나라 산업은행보다 조금 적은 2,120억 달러 규모의 은행이다.

SVB의 파산으로 경제 불안 요인들이 세계 이곳저곳에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더 문제다. SVB 파산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이 내부 통제에 중대 결함이 생겼다고 발표하자 CS은행의 대주주인 사우디은행이 추가 지분 확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3월 15일(미국 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날 진정세로 돌아섰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CS발 위기감으로 인해 21.4% 폭락한데 이어 지역 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까지 주가 하락 등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CS 은행 등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악재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위스국립은행(SNB)이 유동성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금융시장은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CS 위기에 글로벌 증시 휘청… 70조원 긴급 수혈 © 동아일보(2023.03.17)

 

SVB의 파산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유럽중앙은행(ECB)이 3회 연속 '빅스텝(0.5%p 금리인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ECB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3%에서 3.5%로 0.5%p 올렸다. 6회 연속의 금리인상이다. 금융 현장에서는 빅스텝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인플레이션 현상을 잡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 SVB 파산에 이어 CS 사태로 유로존 금융 위기론이 확산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대외적인 경제여건 변화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더욱이 미국 내 금융기관이 파산했기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보유한 CS 주식 규모가 3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확인돼 우려를 낳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자산 대비 CS 주식 비중은 0.11%로, 약 2755억 원인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보유한 CS 주식 비중은 해외주식 자산 대비 0.11∼0.13% 수준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중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정하면 국민연금의 CS 주식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2,650∼3,13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국민연금은 2021년 말 기준 CS 회사채도 1253억 원 보유하고 있어 해외 투자 리스크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집값 더 떨어진다는데 최근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이렇게 보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의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이 2020년 이후 소득을 포함한 경제 여건과 괴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주택가격은 큰 조정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조정기를 통해 가격 하락으로서의 하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머니톡톡] 금리 숨 고르기, 투자전략은? “예금·채권·ELS 분산… 강달러 길지 않아” © 조선일보(2023.02.26)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침체 심화가 금융 불안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조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22년 9월 기준 업권별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은행 30조 8000억 원, 여신전문사 27조 2000억 원, 보험사 44조 6000억 원, 증권사 27조 4000억 원, 저축은행 10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부동산 PF가 은행권에 집중되지 않고 보험사,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에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금융 불안을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 여러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예컨대 한계 부문을 조기 식별해 정리를 유도해야하고, 거래 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SVB의 파산을 뉴스로 접한 순간,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강원랜드발 ‘부동산PF 사태’가 떠오르며 일단의 기시감이 들었다. 두 사례의 경우 시차도 다르고 성격도 다소 다르다. 하지만 ‘금융권 부실’ 문제가 촉발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 파장의 여파가 어떠할지에 대한 시사점과 인사이트(insight)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슬슬 보이는 가격 반등의 신호? 지난 2월 23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했다. 대외적으로는 SVB의 파산에 이은 ECB의 3회 연속 '0.5%p 금리인상' 등 경제여건의 변화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2023년 내 3%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VB의 역설인 셈이다.

대외적인 경제여건과 상황은 나쁜데 오히려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는 분위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SVB 파산 사태 영향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한때 연 8%까지 치솟았던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면서 그동안 고금리 때문에 높았던 주담대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표(2023.03.03)한 ‘부동산시장 조사 분석 40호’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종합지수(K-REMAP 지수*)는 작년 4분기 기준 전국 61.5, 수도권 58.7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형적인 하강국면 수치다. K-REMAP 지수는 2022년 5월 이후 90 이하의 하강 국면으로 전환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K-REMAP 지수

: 주택 및 토지 매매동향 등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와 거시경제, 주택공급 및 수요, 금융 등의 변수를 이용해 산출한 압력지수를 통합한 것으로 0~200의 값으로 산출. 115 이상은 활성화, 95~115미만은 보합 또는 안정, 95 미만은 하강을 의미.

 

부동산지수, 하강 국면 지속…"올해 집값 추가하락 응답 많아" © 이데일리(2023.03.03)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종합지수 등 관련 인덱스(index)의 하강국면 지속과 전반적인 집값 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매매 거래량이 4개월 연속 늘고 주택 매매심리도 상승세라는 것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매매계약 체결 건수는 6,647건으로 집계됐다. 이것은 2022년 12월의 4,882건보다 36% 증가한 수치다. 서울과 인천은 2022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1,000건 이상 매매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전월 거래량 3,150건보다 35% 증가한 4,264건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 살아나나… 주요 지표 상승세 © 아시아투데이(2023.02.16)

 

서울 부동산 회복? 규제 해제 이후 매매거래↑ © 이데일리(2023.03.16)

 

부동산 ‘던지기’ vs ‘쌓기’ 혼돈기와 같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또는 전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그렇고 세계 경제 전반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이전과 다른 분위기라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더욱 그렇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은 착시와 인식이 섞여 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대목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동산 ‘투자(投資)’든 아니면 일반적 ‘투자’로서의 ‘투자’라고 할 때 ‘투(投)’라는 단어는 한자어로 ‘던질 투(投)’다. 자(資)는 ‘재물’이다. 던져 놓고 ‘때’를 기다리면 집값은 올랐다. 아니 설령 ‘때’를 놓치더라도 오랜 기간 보유하며 기다리면 ‘우상향’하며 가격은 상승했다. 적금(積金)이라고 할 때 적(積)은 한자어로 ‘쌓을 적(積)’에 금(金)은 쇠금이다. 일정 기간 불입한 다음 찾는 저금인 셈이다. ‘던지는 것’과 ‘쌓는 것’, 던져놓고 때를 기다리는 것과 한곳에 차곡차곡 쌓는 것 중에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감안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투자(投資, 投 던질 투 資 재물 자)

1.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2. 사업(事業)에 자금(資金)을 투입(投入)함. 출자(出資).

3. [경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권, 채권 따위를 구입하는 데 자금을 돌리는 일.

 

 적금(積金, 積 쌓을 적 金 쇠 금)

1. 돈을 모아 둠. 또는 그 돈.

2. [경제] 금융 기관에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 동안 불입한 다음에 찾는 저금·적금

 

대충 던져 놓고 기다리면 집값이 오르던, 올랐던 개발시대(1970~90년대)가 있었다. 그러나 점점 그런 무모한 투자가 ‘먹히던(?)’ 시기는 사라지고 있다. 양적 주택공급은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총량으로서는 완성 단계다. 특정 지역은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여기에 더해 인구는 감소하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양(量)’이 아니라 ‘질(質)’의 문제였다. 덧붙여 주택의 소비자가 될 인구 자체가 서울·수도권으로 사회적 이동을 하고 저출산 등으로 지방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부동산에 대한 투자 방식이 ‘내 집 마련’이었든 자산증식으로서의 ‘부동산 투자’이었든 앞으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향후 10~20년 동안 올라야 했을 주택가격이 최근 4~5년 만에 시가에 고스란히 다 반영됐다. 지금의 가격 하락을 ‘하락’이라 쓰고 ‘가격 정상화’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결과다.

지금까지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투자자 입장에서 ‘던지는’ 것으로의 ‘직접투자’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쌓는 의미의 ‘간접투자’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던질 때 ‘돈 되는 곳’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할 수 있고 또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더 많아진다면 더욱더 간접투자방식이 맞다. 그만큼 리스크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부동산시장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나 점점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이 감지된다. 직관(intuition)이 아닌 관찰(observation)로서 말이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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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