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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핸드메이커

요즘은 낯설어진 전화부스, 이제는 이렇게 쓴다

시도되는 여러 활용법

공중전화부스 전시 모습 /충주시

핸드폰이 보급화된 요즘, 충주시에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전화부스를 이용해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다. 충북 충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지현동에서 '거리 갤러리 마라톤 전시 프로젝트'를 개최했다. 지현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인 이 이벤트는 폐공중전화부스를 리모델링해 전시 장소로 활용했다. 시는 폐 공중전화 부스 10개를 구매해 리모델링했으며 주민 공모를 통해 매달 새로운 콘텐츠를 전시할 예정이다.

올해 첫 전시에는 칠금중학교 벽화동아리 학생들이 참여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사과나무 이야기길'의 분위기에 어우러지는 생동감 넘치는 아이디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과를 표현하는 작품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권연정 '예술:하다' 대표는 "청소년들의 생기발랄한 작품이 첫 번째로 전시돼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진행될 전시에도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닥터후'에 나오는 공중전화부스를 차용한 타디스 /flickr

영국 드라마 '닥터 후'를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닥터의 타임머신으로 쓰이는 타디스도 사실 공중전화박스에서 따 온 것으로, 과거에 존재했던 영국의 파란색 경찰공중전화박스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은 거의 찾지 않는 전화부스이지만 지금도 미디어나 비지니스, 예술 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공중전화부스의 변천사 

 

공중전화부스 /unsplash

핸드폰이나 삐삐가 없던 옛날, 길가에서도 편리하게 전화를 할 수 있게끔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전화부스는 우리나라의 경우 문이 없지만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전화부스에서 전화를 사용할 때 부스에 들어가 문을 닫는 형식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전화 부스(telephone booth 또는 phone booth)라 부르고 영국 및 호주에서는 전화 박스(telephone box)라 부른다. 전화부스는 보통 조명, 대화를 들을 수 없게끔 프라이버시를 위한 문, 부스가 사용 중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유리문 등을 갖고 있다. 지역 번호를 알 수 있는 안내책자, 응급시 메모를 할 수 있는 메모지와 펜이 있는 곳도 있다.

1876년 전화기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무선 전신으로 사람들이 통화하곤 했으며, 전화기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기술 혁신 그 자체였지만 19세기 말 전화기의 사용은 부유한 사람들, 사업체들 소유로 제한되었다. 단일 통합 시스템도 없던 시기라 여러 민간 기업이 전화 서비스를 소유하고 운영했으며, 거래소를 운영해 구독자들에게 전화기와 네트워크 연결 등을 제공했다. 

그러다 1884년 영국의 중앙 우체국(GPO)는 제한되었던 적용 범위를 완화해 국가 서비스 개발을 허용했고, 전국으로 13,000여대의 전화기가 사용되던 시기 최초의 공중전화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영국 전역의 대도시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전화 서비스들을 사람들에게 제공했고, GPO는 전화 네트워크를 국유화하게 된다. 전화 키오스크를 포함한 장비 표준화 등도 검토했지만 제1차세계대전 발발로 표준화된 전화부스의 개발이 잠시 보류되었다. 

동전으로 작동하는 전화부스 /flickr


통화 전용 티켓 /Wikimedia Commons

처음 사람들은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몇 분간 통화를 할 수 있는 전용 티켓을 구입해야 했다. 1899년 이것은 동전으로 쓰는 공중전화로 대체되는데, 1889년 미국 발명가 윌리엄 그레이는 동전으로 작동하는 공중전화를 최초로 고안한다. 공중전화는 발명 당시 전화 회사, 호텔, 상점 등에게 관심을 끌었지만 막상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더 멀리 떨어져 살게 되면서 안부 전화를 하는 일이 잦아졌으며 이로 인해 공중전화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게 된다. 

전화부스 /flickr

일반적으로 영화나 미디어에서 보는 공중전화부스라면 새빨간 전화박스를 한번쯤은 떠올릴 것이다. 조지 길버트 스콧이 디자인한 이 전화부스는 영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것으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몇 년 사이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영국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이 빨간 전화부스는 아직 전세계에서, 또는 영국 전역에서도 볼 수 있다. 빨간 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체국에서 처음 도입한 영국 최초의 표준 공중전화부스는 1921년 콘크리트로 제작된 K1이었다. 이 디자인은 우리에게 친숙한 빨간색 전화부스와는 다른 제품군이다. 현재까지 7개의 K1이 있으며 두 개는 각각 영국 킹스턴어폰헐 트리니티 마켓, 다른 하나는 와이트섬의 벰브릿지 하이 스트릿에 있다. 이후 영국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조지 길버트 스콧이 제출한 디자인이 선정되어, 그의 디자인대로 전화부스를 만들고 빨간색으로 칠했다. 1926년부터 K2는 영국 런던과 그 주변에 배치되었다. 

K2 /flickr

K3 /flickr

뒤이어 등장한 K3는 K2와 유사하지만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으며 전국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K1과 K3의 표준 색상은 크림색으로 빨간색 유리창이 특징이었다. 제작 비용은 K2보다는 저렴했지만 또 수익성 문제로 개량, 발전을 지속해 1927년 K4가 탄생한다. 이전까지는 K4는 우체국 업무도 같이 볼 수 있도록 했으나 영국 전역에 약 50개 정도만 설치되었다. 우표 기계의 소음이 통화 중인 사람들을 방해했고, 비가 오는 날씨엔 습도가 높아 우표들이 모두 붙어버리는 일이 빈번해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았다고.

다음 모델로 등장한 K5는 합판으로 만들어졌지만 전부 폐기처분하는 바람에 남아 있는 것은 없고, 현대에 들어 영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K6가 1935년 탄생한다. K6는 영국 런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최초의 빨간색 전화부스였다. 영국에서는 K6을 거의 모든 마을과 도시에 설치했고 기존의 전화부스 대부분이 교체되었다. 1935년 영국에 19,000여대의 공중전화부스가 있었다면 1940년엔 K6의 등장으로 35,000여대가 넘었다고 한다. 

K6 /flickr

K6는 왕관 모양의 장식을 붙인 모양으로, 이 왕관은 당시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돔 형태의 지붕과 간판 아래쪽에 뚫려 있는 구멍은 배수와 통풍을 가능하게 했다. 처음에는 널리 사랑받지 못했고, 빨간색이 너무 눈에 띄니 눈에 덜 띄는 색으로 칠하라는 민원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회색으로 칠한 전화부스가 나오자 또 아이러니하게 빨간색 전화부스를 보존하고 있던 지역은 그 전화부스를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1988년 브리티시 텔레콤이 이 전화부스를 다른 디자인으로 대체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대중들은 반발했으며, 덕분에 영국 전역에는 아직도 수많은 빨간색 전화부스를 볼 수 있다. 

영국 런던 전화부스에 있는 도서관 /flickr

제세동기 설치가 된 전화부스 /flickr

요즘이야 핸드폰의 보급으로 전화부스들이 많이 쓰이진 않으며, 많은 지방단체들은 역사적이나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건물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내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들을 한 곳에 보관해 두거나, 일부 전화부스들은 개인 주택에서 샤워실로 쓸 수 있도록 개조되어 팔려나갔거나, 킹스턴어폰템스에서는 수많은 낡은 K6이 줄지어 늘어선 도미노를 닮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쓰였다. 모바일 도서관의 서비스를 대체해, K6가 도서관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주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미니 도서관인 '꿀벌책단지' 등 전화부스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심정지환자가 생겼을 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전화부스 안에 자동제세동기(AED)를 장착하는 곳들도 있다. 

BT Artboxes /flickr

BT Artboxes /flickr

BT Artboxes /flickr

전화부스가 예술로 승화되는 경우는 대표적으로 영국의 'BT Artboxes'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2012년 브리티시 텔레콤이 청소년 자선 상담 단체인 차일드라인 25주년을 기념해 연 이벤트로, 80여명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영국에서 일종의 한 아이콘이 된 빨간 전화부스를 각기 새롭게 디자인하고 장식한 것이다. 이 전화부스들은 런던 전역 공공장소에 전시되었으며 소더비에서 경매에 부쳐졌다. 앤드류 로건, 필립 트레이시, 자하 하디드 등 여러 디자이너들이 참여했고, 전화부스를 꾸미는 것만이 아닌 조각을 만들거나 소파 같은 큰 가구를 사용해 완전히 다른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전화부스 /flickr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전화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1902년 일반 시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전화 부스가 설치된다. 서울과 인천을 이었던 첫 민간 통신용 부스는 '한성전화소'라는 관서에 처음 설치되었고, 서울과 인천 간 시외 통화만 가능했다고 한다. 이 전화소에서만 통화가 가능해 통화 가능 시간, 통화료도 정해져 있었으며 통화 가능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5분 정도 통화하면 약 35만원 정도가 나왔다. 가격이 워낙 비싸 오늘날 전화부스처럼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긴 어려웠다고 한다. 

최초의 무인공중전화부스는 동전을 투입해 전화를 거는 방식이었다가, 1988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6년 카드를 투입하는 공중전화가 시험운용되면서 1995년까지 전국에 7만여대 이상이 보급되었다. 1995년부터는 대도시에 일반 신용카드로 통화할 수 있는 전화부스가 보급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는 열 대 이상의 전화부스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전화부스의 다양한 활용

 

시그널 인 을지로 238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2020년 12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에서는 공중전화부스를 이용해 통신과 소통의 의미를 담은 특별한 공간 ‘시그널 인 을지로 238’을 선보였다. 을지로 238은 과거 KT의 한국통신 을지 전화국이 있던 곳으로, 이 의미를 담아 공중전화 콘셉트의 추억의 감성 부스를 설치하였다.

부스에는 수신으로 메시지를 보내던 전신, 다이얼을 돌려 전화를 걸던 다이얼식 전화기, 90년대를 상징하던 삐삐, 연락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공중전화 등의 소품이 전시되어 있어 통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공중전화 옆에서 통화 순서를 기다리며 앉던 의자와 함께, 종이로 소식을 전하던 우체통까지 과거를 그대로 재현했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측은 '만남이 어려워진 요즘, 옛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화 부스 포토존 시그널 인 을지로238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텔레큐브 /@telecube_service

요즘 일본에서는 전화부스를 닮은 일명 '1인용 사무실'이 유행한다고 한다. 텔레큐브(Telecube)라 불리는 전화 부스 크기의 이 사무실은 이동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으로, 책상과 의자, 전원 콘센트 및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이 장착되어 있다.

이 텔레큐브는 어플을 통해 예약 및 접속이 가능하며 연중무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컴퓨터 사용 후 데이터 및 검색 기록이 지워져 보안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90여대의 텔레큐브가 설치되었고 2023년에는 1,000여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텔레큐브는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도 설치할 수 있으며 직원들이 공항, 사무실, 기차역 등 개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딱 전화부스 정도의 크기인 이 사무실이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개인적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라부스 사용 모습 /KT링커스

쓰지 않고 버려지는 전화부스를 요즘 트렌드인 리사이클링, 즉 새활용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KT링커스는 아라워크앤올과 제휴해 폐기 예정인 공중전화부스를 1인용 사무 공간인 '아라부스'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라부스는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한 1인용 사무·놀이 공간으로 위치는 기존 공중전화 부지가 아닌 카페, 사무실 등 다양한 곳에 배치할 수 있어 활용성을 높였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공간에서도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이번 아라부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철거된 부스를 폐기 처리하는 대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언택트 서비스 제공 1인용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아라부스는 효과적인 외부 소음 차단과 더불어 공기청정 기능도 탑재해 사용자에게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KT링커스 김동식 대표는 “아라워크앤올과의 프로젝트 추진으로 오래된 공중전화부스를 폐기하는 대신 언택트 시대에 꼭 필요한 1인용 공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공중전화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젠 추억으로 남은 전화부스지만....

 

전화부스 /unsplash

예전 전화부스에 들러 동전을 넣고 통화를 하다 끝나면 20원, 30원 정도 남았을 때가 있었다. 그럼 당연하게 수화기를 전화기 위에 올려놓고, 다음에 전화를 쓸 사람이 또 동전을 넣고 나머지를 쓸 수 있도록 전화부스를 나오는 일이 흔했다. 금액을 거의 다 썼을 즈음에는 통화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음이 들렸고, 다급해지니 돈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나중에 또 통화하자는 말을 하고 동시에 전화가 끊어지는 경험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추억이라고밖에 곱씹을 수 없는 전화부스와 관련된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는 전화부스를 이용하는 일이 극히 적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일반적이며 핸드폰을 놓고 나왔다고 해도 요즘은 동전이나 지폐 등도 잘 쓰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등에서 핸드폰을 충전해 쓰는 일이 더 많다. 특히 공중전화부스는 전화번호를 외워서 번호를 일일이 눌러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니는 경우는 더 드물어 쓰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아주 가끔, 옛날 공중전화부스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투박한 수화기를 들고 쇠 냄새가 나는 버튼을 일일이 눌러가며 통화를 시도하던 때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중전화부스도 잊혀져 가는 아이템들 중 하나가 되었기에 잊혀지는 것이 아쉽지 않도록 어떤 지자체의 이벤트나, 문화예술 공연의 한 일환으로 쓰이거나, 리사이클 등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공간으로 다시 쓰이는 식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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