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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포르셰·현대차 회장님이 붙잡는다, ‘괴물 전기차’ 만드는 이 남자

크로아티아 전기 스포츠카 업체 ‘리마츠’

마테 리마츠 CE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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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티(Bugatti)’는 이른바 수퍼카 업계에서 ‘최고 중 최고’로 평가받는 브랜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라는 ‘부가티 베이런’이 대표 제품으로, 대당 가격이 20억원이 넘는다. 브랜드 역사는 올해로 102년. 이런 부가티를 모회사 폴크스바겐그룹이 크로아티아의 ‘리마츠 오토모빌리(리마츠)’란 전기차 회사에 넘기겠다고 23일 밝혔다. 이 회사 지분 15%를 추가로 받는다는 조건이다.


도대체 이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녔기에 부가티를 넘길 생각을 했을까. Mint가 리마츠의 창업자 마테 리마츠(Mate Rimac·33) CEO(최고경영자)를 단독 인터뷰했다. 리마츠는 테슬라, 루시드 등 미국 전기차 업체에 익숙한 대중에겐 생소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벌써 12년의 업력을 쌓은 세계적 전기차 전문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지분 투자와 기술 협력도 이어진다. 폴크스바겐그룹이 포르셰를 통해 이미 15.17%의 지분을 갖고 있고, 현대·기아차도 지난 2019년 8000만유로(약 1070억원)를 투자해 13.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마테 CEO는 “리마츠는 (고성능을 내는) 전력 밀도, 배터리 및 동력 전달 장치(파워트레인)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했다. 리마츠의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원’은 최고 출력이 1088마력, 최대 토크가 163.53 kg·m(킬로그램미터)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제로백)이 2.6초라는 ‘괴물 성능’을 갖고 있다. 유튜브에는 이 차가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세계적인 스포츠카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영상이 널려 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콘셉트투’의 성능은 최대 출력 1914마력, 최대 토크 234.5 kg·m로 제로백이 1.8초다. 마테 CEO는 2009년 21세의 나이에 홀로 리마츠를 창업해 직원 수 850명, 기업 가치 9000억원의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2009년, 크로아티아에서 전기차 회사를 세우려 하자 모두가 ‘미쳤다’고 했다”면서 “차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그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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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전기 스포츠카 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제 인생 전체가 차에 미쳐 있었달까요. 세 살 때 가족이 (보스니아에서) 독일로 이주했는데, 그곳은 차가 아주 많고, TV로 자동차 경주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했죠. 10대에 크로아티아로 이주해서는 스쿠터 면허를 따서 직접 개조하기도 했어요. 스물한 살 때 인생 첫 차로 1984년식 BMW E30을 사서 자동차 경주에 참가했습니다. 당시 엔진이 고장 나면서 (니콜라 테슬라로부터 영감을 얻어) 전기차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2010년 전기차로 개조한 구형 BMW로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했고, 내연기관 차량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세계 최초의 전기차라는 기록을 세웠어요.”


마테 CEO는 1988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보스니아에서 태어났다. 그가 세 살 무렵이던 1992년, 보스니아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간의 무력 분쟁으로 전쟁터가 됐다. 마테 CEO의 가족은 독일로 이주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그냥 자동차도 아닌 ‘전기차’를, 그것도 ‘크로아티아’에서 만들겠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은 물론 가족들도 미친 짓(insane)이라고 하더군요. 전 크로아티아 베른응용과학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심지어 대학에서도 ‘크로아티아에서 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꿈은 빨리 포기하면 포기할수록 좋다’고 하면서요. 사실 백번 옳은 말이긴 했죠(웃음). 회사를 차렸는데, 경험 있는 직원도, 투자자도 찾을 수 없어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투자를 받을 수 없으니 직접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다른 자동차 회사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어려움이 (기술 축적 기회가 되어) 큰 득이 됐습니다. 초기 투자를 넉넉히 받았다면 (리마츠는) 단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일 뿐, ‘기술 기업’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리마츠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가 갖춘 기술적 차별성이 뭔가.


“전력 밀도라든지 배터리 및 동력 전달 장치(파워트레인)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특별한 기술 하나를 꼽을 수는 없고, 경쟁력 있는 100개의 부품과 시스템이 모여 강력한 성능을 낸다고 보면 됩니다. 배터리는 삼성·LG를 비롯해 대만과 중국 등에서도 공급받는데 (인버터와 모터, 기어박스 등) 파워트레인은 모두 자체 기술입니다. 탄소섬유 부품과 각종 전자 장치, 와이어링 하네스(배선 뭉치)도 직접 만듭니다. 현재 500㎾(킬로와트)급 초고속 충전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현대·기아차와는 어떤 협력을 하나.


“전기 스포츠카 개발, 연료 전지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 등 크게 3가지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현대·기아차와 리마츠의 기술력이 합쳐지면 압도적 성능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2년 전 우리 사무실과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수도)에 왔었는데, 그가 정말 뛰어난 감각을 지닌 기업인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서로 통하는 것이 많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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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계획은 없는지.


“언젠간 하겠지만, 당장은 아니에요. 최근 전기차 업체들의 IPO 광풍을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성과도 없는 회사까지 시장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재앙'으로 가는 길입니다. 리마츠는 단단하게 내실을 다지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IPO를 검토할 생각입니다.”


—테슬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테슬라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일론 머스크’입니다. 테슬라의 가장 큰 자산이죠.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탈것’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그에 따른 도로 위 환경의 변화에 대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굉장히 많이 뒤처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테슬라가 단순한 ‘자동차 회사’에서 탈피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테슬라의 문제라면 시장의 과도한 기대로 주가가 폭등해 회사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5~10년 뒤 도로 위의 모습은.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전기는 값이 싸고, 충전 문제도 점차 해결되고 있습니다. 삶의 방식도 크게 바뀔 거예요. 내가 있는 곳으로 자율주행차를 불러 원하는 곳에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주차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 도심의 주차 공간을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몇 시간씩 차를 운전하며 흘려 보내는 시간도 다르게 쓸 수 있죠. 전기차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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