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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조선일보

“악어가 헬륨가스를 마시면?” 올해 이그 노벨상 수상

몸집 커지면 저음 강해짐을 입증해 짝퉁 노벨 음향학상 받아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악어. 크로커다일과의 악어이다. 몸집이 커지면 소리가 진동할 공간도 커져 저음을 낸다는 사실이 헬륨 가스 주입 실험으로 밝혀졌다./위키미디어

헬륨가스를 마시면 모두 오리 소리를 낸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가 일반 공기보다 빨라져 고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악어가 파티에서 헬륨가스를 마시면 어떤 소리를 낼까. 장난 같은 생각을 실제 실험으로 확인한 과학자가 올해 이그(Ig)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의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지는 17일(현지 시각) “스웨덴 룬트대의 스테판 레베르 박사 연구진이 악어가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한 공로로 30회 이그 노벨상 음향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등 각국 지도자 9명, 의학교육상으로 비꼬아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 발표 한 달 전에 발표하는 일종의 ‘짝퉁 노벨상’이다. 이그는 ‘있을 법하지 않은 진짜(Improbable Genuine)’이라는 영어 단어의 약자다. 해마다 엉뚱한 연구를 한 사람들에게 이그 노벨상을 수여하고 있다.


룬트대 연구진은 악어와 같은 파충류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몸집을 주위에 알린다고 사실을 입증하려고 실험을 진행했다. 몸집이 크면 공기가 진동할 공간도 커져 목소리가 낮아진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악어를 실험실 탱크에 넣고 한쪽은 일반 공기, 다른 쪽은 산소와 헬륨 혼합 기체를 주입했다. 발성 조직의 진동은 변화가 없지만, 음속은 매질에 따라 달라지므로 소리가 다르게 나온다. 실험 결과 악어의 소리 주파수는 몸집 크기가 소리의 공명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날 호주 스윈번 공대의 이반 마크시모프 박사 연구진은 지렁이를 고주파에서 진동시키면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본 연구로 이그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미란다 지아코민 박사 연구진은 눈썹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로 심리학상을, 스코틀랜드 애버테이대의 크리스토퍼 와트킨스 박사 연구진은 국가별 키스 횟수와 소득 불균형 사이의 연관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공로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의학교육상은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등 코로나 방역에 혼선을 둔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대거 수상자로 선정됐다. 바이러스 대유행에 정치인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카 벨라루스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 9명이 선정됐다

조선일보

이그 노벨상의 마스코트인 '냄새나는 사람(The Stinker)'. 로댕의 생각나는 사람을 패러디했다./Ig Nobel

향기 나는 정장 개발자 등 한국인 수상자도 여럿

이그 노벨상 시상식은 해마다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열렸다. 해마다 누가 조금이라도 길게 발언하면 “지루하다”고 야유를 하고 수시로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떠들썩한 행사였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그래도 2010년 그래핀 발견 공로로 실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대의 안드레이 가임 교수가 온라인 시상에 참여해 행사를 빛냈다. 가임 교수는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킨 연구로 역시 이그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지만 이그 노벨상에서는 한국인 수상자가 여럿 있다. 1999년 코오롱의 권혁호씨가 ‘향기나는 정장’을 개발한 공로로 환경보호상, 2000년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1960년 36쌍에서 시작해 1997년 3600만쌍까지 합동 결혼시킨 공로로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1992년 10월 28일 자정 세상의 종말인 휴거(携擧)가 온다고 주장했던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목사는 2011년 수학상 수상자였다. 최근에는 미국 버지니아대의 한지원씨는 2017년 커피잔을 들고 다닐 때 커피를 쏟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 공로로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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