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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채지형

형형색색 반짝반짝 시장천국 홍콩

채지형의 ‘요리조리 시장구경’ No.20

시장은 보물창고다.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 안에 오롯하다. 이슬람 시장은 그들의 종교가, 아프리카 시장은 그들의 자연이, 중남미 시장은 그들의 문화가 빛난다.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단순히 무엇인가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시장에 가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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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시장천국이다. 옥을 전문으로 파는 옥시장부터 각양각색 아이디어 상품을 볼 수 있는 레이디스 마켓, 유럽풍 재래시장 스탠리마켓, 란타우섬의 타이오 어시장, 골동품들이 모여있는 캣 스트리트까지. 각양각색 시장이 작은 섬을 꽉채우고 있다.

 

명품이 전시된 휘황찬란한 쇼핑몰도 좋지만,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쌓여있는 시장은 더 좋다. 시장을 돌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러닝셔츠 차림 할아버지의 환한 미소, 그들이 만들어 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얇은 지갑으로도 얼마든지 ‘진짜 홍콩 시장’의 찰진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각양각색 물건들이 쌓여있는 레이디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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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품이 있는 레이디스 마켓

홍콩 시장의 대표주자는 역시 레이디스 마켓. 주로 여성용품을 판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렇다고 여성용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원색의 중국 전통의상부터 가슴팍에 홍콩 풍경이 커다랗게 박혀 있는 관광객용 티셔츠, 동남아풍 비치 원피스까지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쌓여 있다.


레이디스 마켓의 장점은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 우리 돈 1만원이면 선물을 한 아름 살 수 있다. 미니언즈를 비롯해 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USB는 친구들을 위한 가벼운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싸구려 시장’이라고 무조건 폄하하진 말자. 명품 쇼핑몰만큼의 세련된 감각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활력과 즐거움이 솟는다. 힘차게 ‘골라, 골라’를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한 남대문시장을 생각해 보라. 레이디스 마켓 사람들의 부지런한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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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관광객용 티셔츠 (오른쪽) 캐릭터 USB가 인기 아이템

평범한 시장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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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물고기

부근에 있는 금붕어 시장과 스포츠 마켓도 남다른 재미를 주는 곳이다. 금붕어 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을 판다. 물고기를 한 마리씩 조그만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것이 특징. 벽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물고기가 든 봉지를 보고 있노라면, 다만 한 마리라도 얼른 구출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스포츠 마켓은 여행자보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시장이다. 각종 스포츠 용품과 운동화를 파는데, 흔히 ‘운동화 거리’라고도 불린다. 눈썰미 좋은 사람은 한자 수를 놓은 멋진 운동화를 건지기도 한다. 시장 구경에 지쳤다면, 운동화 거리에서 편한 운동화나 슬리퍼를 사 신고 여행을 계속 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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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꽃 시장



지하철 프린스 에드워드 역 부근에는 꽃 시장이 있다. 홍콩까지 가서 웬 꽃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이곳 꽃 시장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특이한 품종이 많은 데다 소박하게 흰 종이로 둘둘 말아놓은 꽃다발이 더없이 깜찍하다. 이러 저리 꽃구경을 하다보면 시간을 잊기 십상이다. 주의해야 할 점 하나. 예쁘다고 사진을 마구 찍다간 주인에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다. 눈치껏 살짝 찍거나 미리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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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에게 인기, 옥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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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시장

홍콩의 재래시장 중 서양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바로 옥 시장이다. 10홍콩달러의 가치가 이곳만큼 빛나는 곳도 드물다. 10홍콩달러면 옥 팔지를 3개나 손에 넣을 수 있다. 물론 비싼 제품도 있긴 하지만, 호기심으로 사는 기념품이라면 저렴한 제품도 그리 나쁘지 않다.

 

오래된 홍콩 냄새가 그립다면 캣 스트리트로 가보자. 값싼 물건이 대부분이라 ‘골동품’이라고 부르기엔 좀 거한 느낌이지만, 옛 정취에 푹 빠질 수 있다. 홍콩판 황학동이라고나 할까. 어여쁜 아가씨들이 그려진 수 십 년 전 홍콩 달력에 마오쩌둥이 그려진 시계, 오래된 우표, 옛날 돈…. 심지어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도 10여 년 지난 것을 판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캣 스트리트의 진짜 미덕은 뒷골목에 있다. 한 블록만 뒤로 돌아가도 마작을 즐기는 할아버지, 그 옆에서 국수를 마는 할머니 같은 ‘보통’ 홍콩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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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스트리트

란타우섬의 소박한 어시장, 타이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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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오 마켓의 유명인사, 오징어를 숯불에 구워 파는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가볼 곳은 란타우 섬에 있는 타이오 마켓. 각종 건어물과 생선을 파는 작고 소박한 어시장이다. 대나무로 만든 수상가옥 등 홍콩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외지인보다 홍콩 사람들에게 더 인기 있는 곳이다.


타이오 마켓에는 어시장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각종 길거리 음식이 만들어 내는 구수한 냄새가 늘 감돈다. 이곳에는 유명한 ‘스타’가 한 명 있다. 바로 매운 소스를 묻힌 오징어를 숯불에 구워 파는 할아버지. 봉지를 펼 때도, 오징어를 구울 때도 쇼맨십이 대단하다. 할아버지의 과장된 몸짓에 여행자들은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할아버지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여행자들은 오징어보다 할아버지의 쇼에 더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타이오 마켓 할아버지 표 오징어 역시 10홍콩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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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여유 있는 쇼핑을 원한다면 스탠리 마켓을 추천한다. 홍콩 부자들이 모여사는 리펄스 베이 근처에 있다. 재래시장이지만 유럽풍이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즐기는 것도 좋다.


홍콩의 시장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어쩌면 홍콩 자체가 흥미진진한 시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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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구경에 빼놓을 수 없는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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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j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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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
소개글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지구별 워커홀릭' 등 다수의 여행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