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명의 노숙자에게 카메라를 줘 봤다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앞으로 105명의 노숙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 들린 것은 후지(Fuji) 일회용 카메라. 노숙자들이 런던 시내 곳곳을 누비며 담은 '나의 런던(My London)' 컬렉션은 벌써 수년째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나의 런던'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카페 아트(Cafe Art)'가 처음 시작한 아이디어다. 매년 노숙자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도시의 모습을 찍게 한 후, 전시회를 열고 우수작을 선정해 달력을 만든다. 카메라는 후지에서 후원하고, 달력 디자인은 런던 최고의 디자인 기업 중 하나인 Carter Wong Design이 무료로 진행한다. 인쇄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하는데, 매번 목표 금액을 웃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노숙자들 중에는 카메라를 만져본 사람도 있고 태어나서 한 번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카페 아트는 이들을 위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영국사진협회 회원들 중 자원봉사자를 받아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멘토링을 진행해준다. 이 프로젝트는 벌써 시드니, 부다페스트, 뉴올리언스, 상파울루로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토론토 역시 이 대열에 참여할 예정이다. 모두 지역에서 펀딩을 받아 운영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하나다. 노숙자들이 취업 시장으로 뛰어들거나, 집을 구하거나, 사회 속으로 다시 진입하거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카페 아트가 2012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는 동안 많은 노숙자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로 나갈 용기를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심지어 몇몇은 예술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했다.
사진에는 대개 찍는 사람의 관심사와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찍은 사진 역시 잿빛이거나 어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게다가 런던은 비가 자주 오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날씨 탓에 '우울한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도시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들의 눈에 비친 런던은 더없이 밝고 재치있으며, 유쾌하다.
삭막하기만 한 도시를 새롭게 그려줄 '나의 서울'이 나오길 기다리며,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사진들을 감상해보자.
1. Saffron Saidi “Banksy's Dalmatian”
2. Brian Leach “The South Bank at the Festival of Neighbourhood”
3. Chris “Blue Water”
4. David Tovey “Real Life”
5. Desmond “A woman talking”
6. Ella Sullivan “Heart Bike Rack"
7. Goska Calik “Hyde Park"
8. Siliana “Group stretch"
9. John Spencer “Abbey Road”
10. Hugh Gary “London calling"
11. Lou “Justin with his dog"
12. Michelle Goldberg “a rooftop shot of St Paul’s Cathedral”
13. Beatrice “Out of the blue”
14. Jackie Cook “Peeking out"
15. Joe Kitson “Reza in the gallery”
16. Robert Keen “Paddy”
17. ROL “The South Bank, along the Thames”
18. Sana “Happy"
19. Simon “The Tour de France”
20. Brian Dale “Trafalgar Square"
Images courtesy of Cafe Art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