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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아시아경제

젓가락질에 '소맥' 거품 일어나는 비밀

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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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잔 바닥을 젓가락으로 탁 치면 거품이 확 일어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잦은 술자리 피곤하면서도 즐거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폭탄주'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나서 코믹하면서도 놀라운 방식으로 폭탄주를 제조하면서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면 분위기가 달아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인 소맥을 탄 후에 젓가락으로 맥주잔의 바닥을 탁 한 번 치니까 거품이 확 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가늘고 길쭉한 젓가락일뿐 이어서 소맥이 담긴 잔 전체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거품의 양은 의외로 많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맥주를 따를 때 거품이 생기는 것은 맥주 속에 포함돼 있는 이산화탄소 때문입니다. 맥주의 거품은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와 홉이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보통 0.3~0.4%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이산화탄소는 맥주를 잔에 따르면 공기 중으로 빠져 나가려고 합니다. 공기 중으로 빠져 나가려는 이산화탄소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거품입니다. 맥주와 공기 사이에서 둘의 접촉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이 거품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바로 충격지점, 즉, 핵이 있어야 합니다. 소맥잔 속에 충격을 주면 그 지점이 핵이 돼 기체분자들이 핵으로 점점 모여들게 되면서 거품이 발생하고, 거품의 규모가 커지면서 표면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탄산음료가 든 병을 흔들면 윗부분의 빈 공간에 있던 기체가 액체 속으로 스면들면서 작은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이 작은 거품이 핵이 돼 주변의 기체 분자들이 모여들게 되고, 주변의 다른 거품도 다른 하나의 핵이 돼 근처의 기체들을 모으면서 그 규모가 점점 커집니다. 그러다 뚜껑을 열면 거품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잔을 흔들었을 때 거품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액체 속에서 빠져나가려는 힘이 더 강해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흔들면 충격을 더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젓가락으로 소맥잔 바닥을 툭 찍으면 액체 속에 생긴 작은 상처가 핵이 되고, 그 핵을 중심으로 주변의 기체들이 모여들어 거품이 생성되는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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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폭탄주 제조방법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연말 술자리가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연말 행사에는 소백이 주류를 이루지만, 간혹 샴페인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샴페인의 용도는 마시는데 있다기보다 거품을 터뜨리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샴페인 뚜껑을 딸 때는 많은 거품을 쏟아내는 것이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맥주보다 샴페인이 더 거품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맥주와 샴페인에는 물의 표면장력을 줄이기 위해 계면활성제를 투입합니다. 아시다시피 술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물은 수소결합이라는 비교적 강한 분자간의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표면장력이 강해 다른 분자와 잘 섞이지 않습니다. 계면활성제는 잘 섞이지 않는 서로 다른 분자에 각각 달라붙어 분자의 표면장력을 약하게 해 잘 섞이게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 주종에 따라 포함되는 성분이 다른 만큼 표면장력도 서로 다른데 맥주에는 샴페인보다 30배나 많은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 계면활성제는 기체가 위로 올라갈 때 같이 올라가는데 계면활성제의 양과 기체가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속도는 반비례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계면활성제가 많이 든 맥주는 샴페인보다 거품이 올라가는 속도가 30배 정도 느린 것이지요. 그래서 샴페인 뚜껑을 따면 엄청난 속도로 거품이 솟구치게 되는데 흔들기까지 하면 병 속에 든 샴페인의 절반 가량은 거품으로 소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 연말 술자리에서는 공장 이야기보다 거품 낀 과학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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