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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아시아경제

“아이돌이 꿈인가요?”…종현 1주기, K-POP에 가려진 눈물 닦아야

외신, 잔혹한 생존게임에 내몰린 아이돌

전문가 “빛이 너무 화려한 곳에는 그림자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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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달라 ‘고생했다’고 말해달라”


지난해 12월18일 그룹 샤이니의 종현(당시 27)이 우울증을 앓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친누나에게 평소 힘들었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낸 내용 중 일부다.


종현 1주기를 맞아 종현의 팬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댓글 등을 통해 “종현아 이곳에는 아직도 널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이번 겨울도 따뜻한 니 노래 들으며 버텨볼게 항상 행복해야해, 염치없지만 너무 보고싶어 종현아 정말 정말 사랑해 우린 꼭 다시 만날거야”라며 추모했다.


또 다른 팬은 “종현씨 거기서는 안 아프죠? 항상 마음 한켠에서 기억합니다. 라디오를 통해 많이 위로받았어요. 그 고마움 돌려줄 방법은 종현씨 오래기억하고 열심히 사는거 밖에 없네요....그리워요~ 그곳에서는 행복해요”라며 그리움을 나타냈다.


가요계 안팎에선 추모 행사가 열렸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자리 잡은 코엑스 아티움에선 지난 16일 추모 리본을 나눴다.


SM은 18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추모 영상을 올리고 “종현 당신을 추억합니다.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SM타운 가족 일동”이라고 밝혔다. 또 종현 유족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빛이나’는 17일 ‘제1회 빛이나 예술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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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프로듀스101’ 캡쳐

◆ 영화 ‘헝거게임’을 닮은 아이돌 시스템, 누군가 성공하면 누군가 패배한다


한국의 아이돌 가수 노래를 말하는 ‘K-POP’ 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화려함 이면에는 무한경쟁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돌 연습생 대부분은 1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학업과 일상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춤과 노래에 몰두한다. 오로지 데뷔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단 한번의 실수로 데뷔를 못하거나 데뷔를 했음에도 실수가 이어지면 과거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종현의 사망 직후 외신은 K-POP 산업에 가려진 그늘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종현의 죽음에 대해 “한국 연예계는 높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며 “영화 ‘헝거게임’을 닮은 노동환경에서 모든 동료가 경쟁자고 강한 자만 살아 남는다”고 전했다.


헝거게임은 수전 콜린스의 SF 소설로 미래 사회 속 십대들이 한 사람만 살아남는 생존 경쟁을 펼치는 내용이다. 일종의 잔혹한 생존게임으로 내몰린 아이돌이라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빛나는 스타가 관대하지 못한 K팝 산업 한가운데 죽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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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내일도 잘 버틸 수 있을까?…극심한 우울증으로


극심한 우울증도 문제다. 지난 2013년 7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가수 수지는 “우울증 비슷하게 왔다. 아무한테도 말을 못하겠어서 ‘내가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일도 잘 버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친구랑 얘기하다 막 웃다가 갑자기 울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빅뱅 지드래곤도 SBS ‘밤이면 밤마다’에서 “솔로 앨범 ‘하트브레이커’ 표절 논란 이후 부모님이나 친구들 전화도 안 받고 피했다. 사람들을 볼 때 죄 지은 것이 없는데도 죄진 것 같은 느낌이었고 우울증 아닌 우울증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분석했다.


그룹 SOS 출신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빛이 너무 화려한 곳에는 그림자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들이 힘들어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톱스타에 있는 분들도 심적으로는 정말 과할 정도의 경쟁과 미래의 나는 보장될 수 없다는 불안감” 등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으면 혹독한 질책. 이런 것으로 인해서 굉장히 불안해하고 또 힘들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연예계가 굉장히 화려하지만 상처를 주기에는 여러 가지로 좀 최적화된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타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이미지의 직업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만 보여야 된다”며 “내 얘기를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는 아이돌 활동 환경에 대한 개선을 제언했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아이돌 성공신화와 아이돌 연습생의 딜레마’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 발표문에서 “현재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무한 경쟁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연습생들은 학습권 침해를 비롯해 각종 인권침해를 당해도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이돌 가수의 활동도 노동의 과정으로 봐야 하며, 소외된 문화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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