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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연합뉴스

7년 만의 외출…설악산 흘림골

남설악의 매력을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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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골에서 볼 수 있는 흘림골 바위 봉우리[사진/조보희 기자]

남설악 오색 지구는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과 점봉산 사이에 있다. 대청봉에 오르는 최단거리 산행 코스의 시작점인 오색은 산꾼들 사이에 성지 중 하나로 통한다. 오색의 빼어난 골짜기가 흘림골과 주전골이다. 위로는 높이 치솟은 기암괴석이 하늘을 가릴 듯하고 아래로는 비췻빛 맑은 계류가 쉼 없이 흐른다. 두 계곡의 단풍은 설악산에서 가장 짙고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

◇ 7년 만에 개방된 흘림골

두 골짜기 중 지난 7년 동안 폐쇄됐던 흘림골이 2022년 9월 탐방을 위해 개방됐다. 흘림골은 2015년 낙석으로 인한 인명사고 후 폐쇄됐다가 지역 주민과 등산 애호가들의 개방 여론에 따라 안전 조치 강화 후 한시적으로 개방됐다. 임시 개방 기간은 2023년 2월 말까지이다.


지난해 가을 오색 지구는 7년 만에 외출한 흘림골을 만나려는 등산객들로 붐볐다. 폐쇄됐던 명소가 개방되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어코 탐방하고야 마는 등산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사계절 중 산이 가장 아름다운 단풍철에 개방됐으니 흘림골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렸을지는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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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대에서 바라본 설악산 서북 능선.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사진/조보희 기자]

흘림골의 이름은 숲이 너무 울창해 맑은 날에도 골짜기 속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뜻의 '흐림골'에서 유래했다. 매년 3월부터 5월 중순까지인 봄철 산불 예방 기간이 도래하면 다른 국립공원 구역과 함께 흘림골은 다시 폐쇄된다. 이후 재개방될 가능성이 크다.


겨울이 막 시작됐을 즈음 흘림골을 찾았다.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는 대청봉에 몇 차례 눈이 내리고 흘림골에도 두어 번 눈발이 흩날린 뒤였다.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한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의 산이 길손을 맞아주었다. 무성했던 나뭇잎들을 떨군 나목들로 가득한 산은 우람한 바위 근육질을 아낌없이 드러내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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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약수터[사진/조보희 기자]

◇ 남설악의 모든 것

웅장한 암봉과 청정 계곡 외에도 다른 골짜기가 따라올 수 없는 흘림골만의 매력 포인트가 몇 있다. 첫째가 사방으로 펼쳐지는 시원스러운 조망이다. 흘림골 정상인 등선대에 오르면 대청봉, 끝청,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의 장엄한 서북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낙산 앞바다, 남쪽으로 점봉산이 다가온다. 설악산과 동해, 야생화 군락지인 곰배령으로 유명한 점봉산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흘림골은 남설악의 모든 매력을 대변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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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 사이로 데크길이 이어진다.[사진/조보희 기자]

등선대 고도는 해발 약 1,000m.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이어지는 국도 44번 근처에 설치된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약 1.2㎞, 40분 정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는 '깔딱 고개'이긴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상에 오르는 느낌을 맛볼 수 있는 게 흘림골 탐방의 또 다른 매력이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인 등선대에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흘림골 탐방로는 등선대를 지나면 주전골을 향해 내려간다. 흘림골과 주전골은 이어져 있다. 흘림골 탐방로는 약 3.1㎞로, 걷는 데 2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주전골 탐방로는 2.7㎞로, 약 50분 걸린다. 경사가 완만한 주전골에는 무장애 탐방 구간도 있다. 관광객과 어린이, 노인들이 많이 방문한다. 주전골 입구인 오색약수터에서 출발해 주전골을 지나 등선대에 오른 뒤 다시 오색약수터로 되돌아 내려올 수도 있다.


흘림골에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들의 군락인 칠형제봉, 약 20m 높이의 여심 폭포, 신선이 등선대에 오르기 전에 목욕재계했다는 등선폭포, 십이 폭포 등이 절경을 뽐내는 명소이다. 열두 번 굽이굽이 흐르는 십이 폭포는 계곡의 바위 위를 물보라를 일으키며 흘러내리는 와폭(臥瀑 경사가 완만한 폭포)이다. 십이 폭포는 점봉산에서 발원한다. 겨울인데도 수량이 풍부한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는 생각의 갈래들로 얽힌 나그네의 머릿속을 식혀주고도 남았다.


반듯하게 깎아 세운 듯한 바위 벼랑이 흘림골 탐방로 좌우에 즐비했다. 송곳같이 뾰족뾰족하게 높이 솟은 기암괴석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거대한 바위가 한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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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계곡과 나란히 이어진 데크길[사진/조보희 기자]

낙석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보이는 암봉도 적지 않았다. 흘림골은 오래된 협곡, 암반 지형이다. 풍화작용에 의해 암봉들은 갈라지고 쪼개진다. 낙석 피해 방지를 위해 가급적 신속하게 지나가라는 의미의 위험 구간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 동해 일출처럼 힘찬 새해를 맞기를

한국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설악산의 오색 지구와 대청봉을 끼고 있는 양양은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기에 어울리는 곳이다. 의상대사의 좌선 수행처였던 낙산사 의상대는 동해 최고의 일출 명소이다. 대한불교 총화종 종정을 지냈으며, 작가 조정래의 부친이자, 자신이 문인이었던 철운(鐵雲) 조종현 대선사는 의상대 해돋이를 천지개벽이라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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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본 일출[사진/조보희 기자]

맑고 푸른 동해 위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태양처럼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길 바란다. 토끼는 맹수들이 사냥을 포기할 만큼 날래다. 번식 속도가 놀랍다. 신년에 대한민국은 토끼처럼 국제정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세를 불리길 바란다.


강릉 심곡항, 삼척 초곡항과 더불어 강원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양양 남애항도 새해를 시작할 청정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남애항은 1980년대 히트작 '고래사냥'(감독 배창호)을 찍은, 영화의 고장이기도 하다. 바다 위로 돌출한 전망대에 서면 물 위 허공에 뜬 것 같은 감흥이 인다. 전망대 양쪽에 사이좋게 자리 잡은 노랑 등대, 빨강 등대가 정겹다.


'양양 1경'은 대청봉일까? 대청봉은 '양양 2경'이다. 대청봉보다 더한 자랑거리가 '연어들의 고향'인 남대천이다. 설악산, 점봉산, 오대산 자락을 휘돌아 흘러내려 온 물줄기는 남대천에서 만나 동해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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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항 등대[사진/조보희 기자]

남대천은 영동 지역 하천 중에서 물이 맑고 물길이 길어서 백로, 고니 등 철새들이 자주 들렀다 가는 곳이다. 강 상류에 법수치 계곡, 용소골 계곡, 송천 계곡, 내현 계곡, 서림 계곡 등이 있고, 중류 둔치에는 송이 조각공원이, 하류에는 연어생태공원과 남대천 생태관찰로가 조성돼 있다. 연어생태공원 안으로 깊숙이 들어서면 나무 데크로 된 생태관찰로가 있다.


데크 주변에는 은빛 물결의 갈대와 물억새가 겨울 나그네들을 반긴다. 영화 장면처럼 잊히지 않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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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 생태관찰로[사진/조보희 기자]

현경숙 기자 =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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