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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하늘에서 별 따기

Editorㆍ김민수

계절이 바뀌면서 별빛이 더욱 또렷해졌다. 차갑고 건조한 기단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습기와 먼지에 의한 빛의 산란 현상이 줄어든 때문이다. 맑고 투명한 가을 어느 날, 별을 찾아 떠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지는 밤하늘, 그리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별빛마저 제주라니.

탐라전파천문대에 위치한 대형 전파망원경

거린사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귀포의 석양

하늘을 가득 메운 별 천지

별관측을 위한 예열

거린사슴전망대

제주 거린사슴오름, 실제로 사슴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이곳 기슭에는 전망대가 하나 놓여있다. 제주시 방향에서라면 1100고지를 넘어야 하고 서귀포에서는 구 탐라대학교사거리를 지나 4km정도 구불거리는 길을 올라가야 하니 자칫하면 지나쳐버리기에 십상이다. 거린사슴전망대는 대단한 풍경을 품고 있다. 서귀포 시내와 앞바다의 섭섬, 문섬, 범섬 그리고 산방산과 송악산까지 펼쳐지는 파노라마, 해발 700m 고지의 탁 트인 시야 덕이다.

거린사슴전망대의 임도길. 가을빛이 아름답다

거린사슴전망대는 제주의 야경을 감상하기 아주 좋은 장소다.

거른사슴전망대로 오르는 임도길은 잘 관리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다.

제주의 식생. 오묘한 푸른빛이 이곳을 신비롭게 만든다.

거린사슴전망대에서 바라본 해 질 무렵의 감성은 압권이다. 늦은 오후의 푸르름이 색 바래 갈 무렵, 석양이 돋아나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버라이어티한 색의 향연, 이어지는 야경의 주인공은 서귀포 시내의 불빛들이다. 한편, 넓디넓은 하늘이 어두워지면 별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거린사슴전망대는 가볍게 별을 보기에 괜찮은 장소다. 집어등을 밝힌 고깃배와 그 위를 비추는 별빛, 잔광이 많아 쨍하지는 않아도 분위기만큼은 최고다.

거린사슴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의 석양. 붉게 물든다.

서귀포 시내와 앞바다의 섭섬, 문섬, 범섬 그리고 산방산과 송악산까지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 1층 로비의 내부 전경

서귀포 천문과학문화원 외부 전경

서귀포 천문과학문화원 전시실

천문과학문화원 천체관측실. 다양한 장비를 전시하고 있다​

거린사슴전망대는 본격적인 별 관측에 나서기 전 예열을 하고 시간을 맞추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바로 위에 1100고지가, 아래에는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이 있다.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한 인증샷을 위해서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거린사슴전망대 주변으로는 1km 정도의 순환 임도가 조성돼 있다. 전망대 뒤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노인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천문대

거린사슴전망대

천문과학문화원에 전시되어 있는 둥근 달

서귀포 천문과학문화원의 야경. 구름이 많을 때는 별 관측이 어렵다.

노인성’은 남반구 하늘의 용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카노푸스’라고 부르는 이 별은 고도가 매우 낮아 지구 북반구의 중위도 지역에서는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 사람들은 노인성을 보면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귀한 별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매우 한정적이다. 바로 제주도 서귀포가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2006년 개관한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인성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대로 올해 들어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주 천체 망원경을 기존 16인치에서 음성인식 시스템이 장착된 24인치로 확장하였으며 천체관측실도 강우감지시스템이 접목된 최신식 스마트 돔으로 전면 교체했다.

옥외에 설치된 천체망원경의 모형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1100고지 편의점

천체 관측실의 24인치 슈미트-카세그레인식 망원경

탐라전파천문대의 대형 전파망원경

천체투영실은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실제 밤하늘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천체투영실 천정에는 8m의 대형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으며 의자는 그것을 향해 180도 완전히 젖혀진다. 투영기를 뛰쳐나온 별들은 천체를 가득 메운 후, 화려한 우주쇼를 벌인다. 관람객은 영상이 진행되는 15분간, 놀랍고 신기한 광경에 자연 몰입하게 된다.

전파망원경, 그 위로 하늘을 가득 메운 별

서귀포 천문과학문화원. 노인성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천문대다.

천체관측실은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로 나뉘어 있다. 주 관측실은 7m 원형돔으로 경통의 크기를 줄인 반사, 굴절 망원경인 슈미트-카세그레인식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2시부터 입장이 가능하지만, 낮에는 운영하지 않고 야간 2차에 걸쳐 달과 행성을 비롯해 성운, 성단 그리고 은하를 관찰하게 된다. 한편, 서귀포 천문과학문화관에서는 UN 세계 우주 주간(World Space Week)을 기념 10월 말까지 목성과 토성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여하려면 관람 일자와 시간을 선택해 서귀포시 문화예술포털(culture.seogwipo.go.kr/astronomy)에서 예약하면 된다.

별 사냥의 최적지 1100고지 습지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고 천체에 관한 견문도 넓혔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별빛 사냥에 나서 볼 차례다. 한라(漢拏)산은 ‘은하수를 잡아당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1100고지는 제주에서 별을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지대가 높고 공기가 맑으며 불필요한 잔광이 없다. 한낮에 빈번했던 차량의 움직임도 밤이 되면 급속도로 잦아든다. 1100고지는 휴게소 구역과 습지로 나뉜다. 휴게소 구역에는 편의점과 주차장 그리고 고상돈 공원이 있다. 공원은 산악인들의 성지로 불린다. 우리나라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제주 출신 고상돈의 기념비와 동상 그리고 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 세워진 하얀 사슴 상은 인증샷 포인트로 꼽힌다. 한라산 기운을 흠뻑 받아 더욱 꼿꼿한 풍채는 별 사진과 한겨울 설경의 피사체로 손색이 없다.

1100고지 탐방안내소. 서서히 날이 저물고 있다.

1100고지 도로에 내린 노을. 해가 질 무렵 드라이브하기 좋다.

저 멀리서 아득한 밤이 천천히 찾아오고 있다.

1100고지 습지의 어스름한 저녁

한라산에서 내린 물과 유입된 빗물이 고여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1100고지습지는 휴게소 건너편, 데크로드로 조성된 자연학습 탐방로를 따라가면 자연히 만나게 된다. 해발 1,100m의 높은 곳에 습지가 형성된 것은 바닥의 퇴적층 덕분이다. 한라산에서 내린 물과 유입된 빗물이 고여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 1100고지습지는 노랑턱멧새, 흰눈썹황금새, 큰부리까마귀, 오소리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지의류 및 교목과 관목이 군락을 이루는 등 특이한 지질구조와 보존 가치가 높은 생태 환경을 이루고 있어 제주의 세 번째 람사르 습지가 되었다(현재 제주의 람사르 습지는 1100고지, 물영아리오름, 물장오리로름, 동백동산, 숨은물벵듸).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1100고지 습지

천천히 거닐며 독특한 자연환경을 누린다.

한라산 산신령의 재림, 하얀사슴상

밤이 되면 1100고지습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긴다. 방해하는 빛이 없으니 시선은 당연히 밤하늘로 날아가 꽂힌다. 별빛은 밝고 선명하다. 그리고 쏟아져 내릴 만큼 무수히 많다. 동물들의 울음과 풀벌레 소리에 매칭된 별 밤은 너무도 아름다워서 듣고 바라만 봐도 행복해진다. 별 사진은 요즘의 휴대폰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대로 담으려 한다면 성능 좋은 카메라에 삼각대는 필수다. 별 사진을 찍는 요령은 경우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찍는다.

Editor’s Pick 별사진, 이렇게 찍으세요!

  • 1. 카메라 모드를 수동으로 설정
  • 2. 초점은 무한대
  • 3. ISO는 4000~5000(노이즈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 4. 셔터 스피드 13~15초(더 늘리면 별에 궤적이 생김)
  • 5. 조리개는 4~8F(적당히 조정하면서)

기나긴 기다림 끝에 별을 만났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1100고지의 별빛들

별이 있어 아름다운 제주의 밤

사슴과 그 뒤로 반짝이는 제주의 별

가을의 1100고지는 겨울을 미리 경험할 수 있을 만큼 춥다. 탐방이나 별 관측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연학습 탐방로는 한바퀴 돌아오는 데 30분이면 족하다. 낮이라면 탐방안내소의 해설사와 동행하여 습지 형성 과정과 동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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