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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SRT매거진

해남의 의미

두륜산 높은 곳에 오르며 나를 사로잡은 글귀를 만났고,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분주히 좇느라 불쑥불쑥 솟아난 욕심을 한반도의 시작과 끝이 되는 이곳에서 잠재웠다.

두륜산케이블카 전망대

드라마의 주인공은 사건을 겪는다. 우리가 삶을 통틀어 겪을 만한 큰일을 번번이 치러 낸 주인공은 성장한다. 사건이 없는 주인공을 관객은 응원하지 않는다. 그가 겪는 시련에 마음 아파하며, 그가 시련을 헤쳐나가는 용기와 지혜에 감동한다. 하여 주인공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은 사건으로 여기지 않는다.


해발 638m 고계봉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드라마틱 해남, 몰입할 수밖에 없는 두륜산

살아가며 기도하는 것 중 하나가 큰일을 겪지 않는 것이다. 나를 흔드는 비바람이 불지 않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가 치지 않기를, 뿌리가 뽑힐 만큼 큰 고통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아갈 힘은 밀어내는 힘에 의해 작용하는 법이다. 가을의 정취가 물든 두륜산을 올랐다. 두륜산에서 네 번째로 높다는 고계봉은 해발 638m. 두륜산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고계봉까지 10여 분, 매력적인 찬스를 써보기로 한다. 


직사각형에 무채색 빛깔의 케이블카는 듬직하고 육중해 보인다. 외형에 비해 속도는 아주 빨라서 건너편을 지나는 케이블카를 카메라에 담고자 하면 어느새 뒤꽁무니를 보여주며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막상 케이블카 안에서는 빠른 속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통창으로 드러나는 매 신(Scene)이 드라마틱해 편도 8분이라는 시간을 관객이 몰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륜산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8개 봉우리가 너울대는 100대 명산

천고마비의 계절에 운까지 겹쳐 상부 역사에 당도하자 눈앞에, 발아래 아름다운 우리나라 풍 경이 뚜렷하다. 목책 산책로의 286개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 저기 목포, 강진과 완도까지 너울댄다. 파란 하늘에는 거위 깃털처럼 하얗고 탐스러운 구름이 그 아래 푸른 들과 산등성이에 그늘을 드리우며 흐르고 있다. 행여 계단을 오르는 게 지루할까, 힘들지 않을까, 푸른 숲에는 철근으로 세워놓은 문장 구조물이 쉬엄쉬엄 발길을 멈추게 한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이윽고 전망대에 시된 제주 한라산도 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소가 누워 되새김질하는 형상이라는 고계봉에서 달려나가면 광주 무등산에도 닿고, 강진 주작산에도 닿으리. 

두륜산 8개 봉우리 중 하나, 고계봉

해발 703m에 달하는 두륜산은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일 높은 봉우리인 가련봉을 비롯해 두륜봉, 고계봉 등 8개 봉우리가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두륜산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고계봉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인근에는 천년고찰 대흥사가 자리하며, 이곳에서 정규 등산로를 이용해 가련봉까지 오르는 등산 코스도 인기가 많다.

목책산책로를 따라 쉽게 올라가볼 수 있는 두륜산

꼬불꼬불 인생 같은 미로 탐험

두륜산케이블카와 함께 두륜미로파크도 꼭 방문해보자. 미로전시관, 체험관으로 구성된 시설을 관람하고 야외에 조성된 미로를 탐험할 수 있다. 서양측백나무, 동백나무, 이팝나무로 조성한 미로의 길이는 최대 417m에 이르는데 참여자에 따라 최소 10분, 최대 40분 만에 미로를 통과한다고. 도전에 나선 기자는 미로 가운데에 자리한 신비의 집에 오르고 싶었으나 눈앞에 두고 문을 찾지 못했고, 출구까지 헤매는 통에 미로의 맛을 제대로 경험했다. 정답을 향한 문은 마음을 비우고, 한 발자국 떨어져 있을 때 제대로 볼 수 있는 모양이다.


두륜산케이블카 아래, 두륜미로파크 야외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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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도량 대흥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사찰, 두륜산 줄기에 자리한 대흥사를 찾았다. 매표소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길은 하늘을 가리는 나무들이 도열해 안빈낙도하는 선비의 마음이 사뭇 들고, 장춘숲길을 선택하면 두륜산 줄기에 자리한 대흥사의 신비로움에 취하며 고즈넉한 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대흥사의 대웅보전

일주문에 들어서면 대흥사의 특별한 가람 배치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대흥사는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크게 북원(쪽)과 남원으로 물길을 따라 흐른다. 북원에는 최초의 전각이자 주불전인 대웅보전과 함께 명부전·응진전·산신각·청운당 등이, 남원에는 1813년에 중건된 전각 천불전과 함께 봉향각, 용화당, 종무소 등이 배치되어 있다. 북원과 남원 모두 마당을 중심으로 전각이 배치되어 각각의 영역이 독립된 사찰처럼 자유롭고 안온해 보인다. 


(위) 대흥사의 명물 중 하나인 연리근 (아래) 명필가로 이름난 원교 이광사가 직접 쓴 대웅보전 현판

대흥사 앞에는 호국도량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임진왜란 때 의승군을 조직하여 평양성을 탈환한 서산대사의 위국 충정을 기리며 세운 사당 표충사에 1788년 정조가 사액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호국신앙의 중심 사찰로 거듭났고 이후 우리나라 차 문화 발전을 이끈 초의선사를 비롯한 13명의 대종사(고승)를 배출했다. 대흥사의 유·무형 전통 은 오늘날까지 변함없이 계승되고 있으니 이를 상징하는 가람이 최근 건립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려 30년 전부터 기획된 불사로서 지난 2022년 6월 30일 상량식을 봉행하고, 올해 건립한 호국대전이다.

올해 새롭게 건립된 호국대전

호국대전에서 열리는 <2023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 특별전> 

두륜산을 뒷배경으로 두고 남원 뒤편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가람에서는 9월 1일부터 두 달 일정으로 ‘산처럼 당당하게 물처럼 부드럽게’를 주제로 <2023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의 기본은 인간의 마음을 향하고 있다고 여긴다. 마음과 행동이 선을 향하여 내가 나를, 내가 너를 해치지 않고, 더불어 잘 사는 지혜를 얻게 하는 것이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믿는다. 호국대전에 들어서자 엄숙한 분위기와 함께 나무의 속 살이 전하는 싱그럽고 깊은 냄새가 몸을 감싼다.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해남 특별전

하나의 작품을 눈여겨볼 때마다 왜인지 참선하는 마음이 들게 하니 홍인숙 작가의 ‘밥/달빵’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ㅁ과 ㅂ을 그리려 할 때 ㅂ은 왜 자꾸 일어나려 하는지, 사람의 마음을 침정하지 못하게 하는 솟음이 있다. 빛, 불, 밥, 빵이 일어나 는 한 글자, 땅의 글자여서 그런 건지”라고 작가는 말한다. 빛, 불, 밥, 빵 하나 같이 좋아하는 것,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분주히 좇느라 불쑥불쑥 솟아나는 마음을 오늘도 잠재운다.


갈두산 정상부에 자리한 땅끝전망대

땅끝전망대, 해안처음길까지, 해남의 의미

대흥사에서 35km, 차로 40분 이상을 달리면 한반도의 끝과 시작이 되는 상징적인 장소, 땅끝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가 있는 갈두산의 지형은 높은 곳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반도의 모양이라 우주의 조화가 신비롭기만 하다. 땅끝전망대에 오르는 모노레일 탑승장 왼편에는 수변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땅끝탑과 함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해안처음길

다도해의 비경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 나가면 북위 34도 17분 32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땅끝탑에 당도한다. 바다를 향해 만선과 안전을 비는 칡머리당할머니 조형물도 눈에 들어온다. 땅끝의 옛 이름이 칡머리로 칡 갈(葛), 머리 두(頭 )를 써서 ‘갈두’라 는 지명을 얻었다. 지난 9월에는 땅 끝탑 가는 길목에 스카이워크, 해안처음길이 새롭게 개장했다. 해안처음길에 서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어본다. 한반도의 시작이자 땅끝, 해남에서 각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장도 만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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