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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세계일보

“파벌싸움 희생자” vs “기술 유출”…빅토르 안을 보는 두 가지 시선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 5연패’


자타공인 쇼트트랙 황제였던 빅토르 안(38·한국명 안현수)이 전성기 대한민국을 위해 이뤄낸 성과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러시아로 귀화해 중국 대표팀 코치를 거친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돌연 러시아로 귀화했던 빅토르 안이 돌고 돌아 고국인 한국에서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는 데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빙상계 파벌싸움 희생자로 피치 못할 귀화였다는 옹호론자 입장과 러시아에 이어 중국에 기술을 전수했던 빅토르 안이 필요할 때마다 나라를 옮겨 다닌다는 따가운 시선이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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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 연합뉴스

10일 체육계에 따르면 빅토르 안은 최근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단원 공개채용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쇼트트랙팀 코치와 트레이너를 각각 한 명씩 채용할 예정인 성남시는 1월 중 면접을 진행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빅토르 안이 지금껏 쌓아 올린 스펙만 놓고 보면 그가 성남시청 쇼트트랙팀 코치를 맡는 데 무리는 없다. 17년 전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로 전성기를 구가한 그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 5연패 등을 이뤄내며 대한민국 대표 쇼트트랙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그의 러시아 귀화와 중국 대표팀 코치 경력을 두고 비난 여론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하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러시아로 귀화했다. 표면적으론 소속팀의 해체 문제였지만 빙상계 안팎에서는 빙상계 파벌싸움에 휘말린 빅토르 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의 러시아 귀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빙상연맹의 파벌 논란이다. 빅토르 안의 아버지인 안기원씨는 200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열린 선수단 환영식에서 “선수들과 코치가 짜고 안현수가 1등 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빅토르 안도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파벌싸움이 너무 커져서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다 관두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드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파벌싸움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도 불거졌다. 안씨는 아들의 팬카페에 “밴쿠버 동계올림픽 2관왕 이정수가 2010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개인전 출전을 포기한 것은 대한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이라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코치진과 빙상연맹이 출전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한국체육대학과 비(非)한체대 출신 코치 및 선수들 간 파벌싸움이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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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중국 대표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기술코치가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그는 2011년 돌연 러시아로 귀화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대비했다.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빅토르 안은 귀화 당시 한국 선수들의 훈련방식, 기술을 전수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한화 약 1억 8000만원의 연봉과 저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쇼트트랙 최강국인 한국의 쇼트트랙 훈련방식 및 기술이 유출되는 데 대한 불안감이 가장 컸다. 그는 고려인 출신 록 가수 빅토르 초이의 이름을 따 빅토르 안으로 이름을 짓고, 귀화 직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 4년 치를 일시불로 받아갔다. 귀화 후 빅토르 안은 미니홈피에 “러시아 국적을 획득하면 우리나라 국적은 이중국적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신중하지 못했다”고 적은 바 있다.


그의 귀화는 성공적이었다. 빅토르 안은 소치 대회에서 3관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경기를 뛰지 못하자 2020년 선수 생활을 마친다.


이후 그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대표팀 코치로 선임되면서 또다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빅토르 안은 당시 김선태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대표팀 감독과 함께 중국 선수들을 지도했고 팀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하지만 국내 팬들은 다른 곳도 아닌 한국 대표팀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 선수들에게까지 훈련법과 기술을 노출한 데 대한 비난이었다. 당시 빅토르 안도 “내 가슴에 어느 나라 국기가 달리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선택이기 때문에 각오도 하고 있다”며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한 심경도 전했다.


여기에 중국팀이 계주 터치를 못 하고도 금메달을 따고, 다른 나라 선수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실격당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국민 분노와 반중 감정이 치솟으면서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로 합류한 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빅토르 안은 당시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나 사실 아닌 기사로 인해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악플이나 욕설은 삼가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빅토르 안이 현재 코치직을 지원한 성남시청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인 최민정(25)이 소속된 국내 최고 여자 쇼트트랙팀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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