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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이상철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마주하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신의 영혼', '정령들의 춤(Dance of the Spirits)'이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신의 계시로 여기거나 하늘에서 타고 있는 촛불로 생각했다. 바이킹족은 전쟁의 여신 발키리가 죽은 전사들을 하늘로 데려갈 때 그녀의 방패에 반사된 빛이라 이야기 했다. 천국으로 가는 길에서 먼저 죽은 자들의 영혼이 새로 오는 영혼들을 위해 비춰주는 횃불의 불빛으로 여기는 부족도 있었다. 극지방 밤하늘에 펼쳐지는 마법같은 우주쇼, '오로라'는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들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오로라가 뭐길래

'오로라'라는 이름은 17세기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Pierre Gassendi)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Aurora)'를 본따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우로라는 매일 새벽에 태양이 뜰 수 있도록 하늘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는 여신. 깜깜한 하늘을 부드러운 형광빛으로 물들이는 오로라가 마치 새벽 어스름과 닮은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라는 태양이 방출한 '플라즈마(전하를 띈 입자)'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양 극지방으로 내려오면서 대기와 마찰해 발생하는 빛이다. 플라즈마는 태양의 흑점이 활발히 활동하면 더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태양 흑점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지구에서 오로라를 더 쉽게 관측할 수 있다. 오로라는 대부분 연한 연두색 또는 초록색을 띠고 있다. 간혹 분홍색, 자주색 오로라도 만날 수 있다. 오로라의 색이 다양한 까닭은 플라즈마가 지구 대기의 어느 높이에서, 어느 성분과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지평선 위로 오로라가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가운데 밝은 연두색부터 오른쪽 위로는 연한 보라색까지 하나의 오로라에서도 여러가지 색을 볼 수 있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마치 공중에서 연기가 번지듯 오로라가 하늘 전체로 너울대며 퍼져나가고 있다.

오로라는 지구의 위도 60~70도 범위의 지역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어 이 곳을 '오로라 존(auroral zone)'이라 한다.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그린란드 남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오로라존에 들어있다. 남반구에선 남극대륙 일부 지역만이 걸쳐 있다.  


오로라 존은 극지방에 가까운 곳으로 대부분 춥고 황량하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현지에서 이동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전세계인에게 오로라 관측의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옐로나이프(Yellowknife)'다.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Northwest Terrirories)의 작고 조용한 도시 옐로나이프는 공항이 있어 비행기로 갈 수 있다. 호텔 등 숙박 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고 날씨도 건조해 맑은 날이 많다. '오로라 빌리지'도 별도로 조성해 도심 불빛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이 곳에서 사흘간 머물면 오로라를 만날 확률이 95%, 나흘 이상이면 98%라고 옐로나이프는 자랑한다. 옐로나이프라는 지명은 예전 이곳의 원주민들이 황동이 섞인 누런 색의 칼을 갖고 있어 붙여졌다고 한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옐로나이프 다운타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오로라 빌리지 모습.

원주민 전통 천막집 '티피(Teepee)' 위로 옅은 오로라가 펼쳐져 있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오로라 빌리지의 침엽수림 뒤로 오로라가 왕관같은 둥근 모습으로 나타났다. 

옐로나이프, 그리고 마침내 오로라

'더운 곳은 더울 때, 추운 곳은 추울 때 가야 제맛.' 평소 여행에 관해 갖고 있는 나름의 소신이다. 그래서 일정을 굳이 11월 하순으로 잡았다. 옐로나이프로 가기 위해선 비행기를 세번 갈아타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 밴쿠버에서 캘거리를 거쳐 옐로나이프로 들어가는 일반적인 경로다. 비행시간은 총 14시간. 중간중간 대기시간을 더하면 17~18시간 소요됐다. 긴 비행 끝에 도착한 옐로나이프. 역시 온 몸이 쩡한 추위가 가장 먼저 느껴진다. 활주로도, 길도, 건물도 모두 눈과 얼음으로 땡땡 얼어붙었는데 이곳 시민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여행 기간 동안 옐로나이프의 기온은 최저 영하 34도를 기록했다. 낮 최고 기온도 영하 25도 안팎이었다. 11월의 옐로나이프는 9시 넘어야 해가 뜨고 오후 3시면 해가 진다. 


좀처럼 겪기 드문 추위가 있는 곳이라 현지에서는 관광객들에게 특수 방한복과 신발, 장갑 등을 빌려준다. 두툼하고 묵직하고 뻣뻣해 움직임은 둔해지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빌렸다. 제대로 갖춰 입으면 영하 40도 넘는 혹한에서도 상당 시간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오로라 빌리지에서는 이 옷을 입고 눈밭에 누운채 오로라를 감상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여행자들이 오로라 빌리지에서 오로라를 감상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얼어붙은 호수 위 눈밭에는 그대로 누운 채 하늘을 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운이 좋았는지 옐로나이프에 머문 닷새 중 나흘이나 오로라와 마주할 수 있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반짝이는 별들, 그 앞으로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 오로라. 태양과 지구가 같이 그리는 이 명화, 저릿한 감동일 수밖에 없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옐로나이프의 다운타운 거리 풍경. 오후 1시에도 전광판은 영하 25도를 나타내고 있다. 

길에는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너울대는 '신의 영혼' '오로라'를

환상적인 오로라가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통 천막 가옥인 '티피' 위 하늘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다. 

글·사진=이상철(rigel@zum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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