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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by 매일경제

“백화점서 가짜 VIP 놀이하면 재밌나?”···영수증 사고 파는 이유

◆ 방영덕의 디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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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내년에도 이 자격 유지할 수 있을까?’


연말이 다가올수록 백화점 최상위 우수고객(VIP)들은 이런 생각에 초조해진다고 한다. 올 한해 백화점에서 돈을 엄청 쓴 것 같지만, 결국 몇 십~백만원이 모자라 VIP에서 탈락하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서다.


실제로 한 백화점 VIP고객은 “백화점에서 보내는 명절 선물도 등급별로 다르더라”며 “이게 뭐라고, 연말 우수회원 조회로 등급을 확인할 때면 두근두근 떨리기까지한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백화점 VIP 자격 획득을 위해 혹은 유지하려고 남이 산 ‘영수증’을 구매하는 부정행위까지 등장했다. 남이 쌓은 백화점 거래 실적을 자기 실적에 스리슬쩍 끼워 넣는 것이다.


도대체 백화점 VIP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은밀히 이뤄지는 영수증 거래...“VIP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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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신세계백화점 영수증 매입하시는 분, 쪽지 부탁드려요.”

각종 패션 명품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이같은 제목의 게시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쪽지로 은밀히 영수증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실적은 부족한데 백화점 VIP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자란 실적을, 다른 사람의 영수증을 사 채우는 것이다.


이 때 영수증 거래 금액은 결제금액의 3% 정도에 형성돼 있다. 100만원짜리를 구매한 영수증의 가격은 3만원, 500만원짜리는 15만원인 식이다.


타인의 영수증을 산 사람은 백화점 고객센터나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해당 영수증의 번호를 입력, 자신의 실적으로 사후적립한다. 이렇게 쌓은 실적으로 백화점 VIP 타이틀을 얻는다.


코로나 보복 소비 등으로 백화점 VIP 고객이 최근 더 늘자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는 이같은 영수증 거래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VIP로 실적을 이미 채운 사람들은 남는 영수증으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고, 실적이 다소 부족한 이들은 현금으로 (영수증을) 사 VIP등급을 유지할 수 있어 이같은 거래가 성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는 이같은 거래를 시도하는 이들을 겨냥해 “가짜 VIP 놀이를 하면 재밌냐”며 “이렇게까지해서 VIP가 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백화점 VIP 누리는 혜택,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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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롯데백화점]

백화점 VIP가 되면 무료 발렛 주차, 라운지 이용은 물론, 패션 잡화, 식품관, 문화센터 등 상당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백화점 뿐 아니라 같은 그룹 내 또 다른 아웃렛, 면세점, 패션기업 등에서도 최상위 등급 VIP로 대접받게 된다.


특히 VIP만을 위한 정보 제공 혜택 역시 빠질 수 없다. 명품 브랜드 등에서는 신상품 입고 소식부터 가격 인상에 대한 중요 정보를 VIP들에게 먼저 은밀히 전하는 식이다.


각 백화점에서는 VIP만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공을 들인다. 상위 20%의 VIP가 백화점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에서는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명사가 직접 추천한 책을 집으로 보내주는 ‘북 큐레이팅 정기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공기정화식물·난·꽃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신세계 클래식 페스티벌, 토요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에 VIP를 우선 초대하는 한편, 헤롯(영국 런던), 봉마르셰(프랑스 파리), 삭스 피프스 에비뉴(미국 뉴욕, 라스베가스, LA지점 등)의 퍼스널 쇼핑을 돕고 있다.

얼마면 되는데?...등급별 명절 선물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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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백화점 내부 모습 [사진출처 = 픽사베이]

백화점 VIP가 되기 위한 기준은 각 백화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이 되는 것은 ‘연간 구매금액’이다.


신세계백화점의 VIP등급은 레드부터 블랙,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트리니티가 있다. 최소 구매 실적은 연간 400만원 이상, 최대는 1억원 이상이다. 특히 트리니티 등급의 경우 단 999명만 누리는 VIP 자격으로 연간 1억원 이상 쓰는 것은 물론 백화점 자체 기준을 적용, 엄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쟈스민 블랙 (1억2000만원 이상), 쟈스민 블루(8000만원 이상),쟈스민(5500만원 이상),세이지(3000만원 이상)로 분류해 VIP를 관리하고 있으며, 롯데백화점도 애비뉴얼 그린부터 오렌지, 퍼플, 에머랄드, 블랙 등급으로 나눠 VIP, VVIP를 선정한다.


백화점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쓰는 VIP들인 만큼 등급별 혜택을 차별화해 더 많은 VIP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을 펼친다. 등급별 할인율은 물론 명절 선물도 종류를 다르게 제공하는 식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VIP 수가 곧 백화점 매출 증대와 연관이 큰 현실에서 VIP 수를 늘리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내부적으로 타사와 혜택을 차별화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영수증 가격이요? 당연히 0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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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VIP관리가 백화점 매출 증대에 직결된 상황에서, 영수증 부정 거래는 그야말로 백화점 평판에 오점을 남기는 행위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업계에서 누구나 VIP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치명적이다”며 “특히 최근 백화점 VIP 문턱이 낮아졌다란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영수증 부정 거래에 촉각을 더 곤두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VIP 선정 기준과 혜택 등을 언급한 회사 홈페이지에 비정상 매출로 우수고객에 선정됐을 경우 VIP 선정에서 즉각 제외될 수 있다고 명시해뒀다. ‘타인의 구매실적을 대리하여 적립하거나 타인의 영수증(구매실적)을 구매하여 매출을 적립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구매 취소 또는 취소 후 재결제 금액 및 건수 과다’ ‘특정 브랜드 구매 또는 적립 편중’ 등도 VIP고객 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영수증에 대한 부정거래 게시글이 올라온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 경고장을 보내며 강력 대응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남이 산 영수증의 가격은 당연히 0원”이라며 “그럼에도 이를 팔려고 하거나 사려는 손님들을 발견하면 백화점의 엄격한 VIP관리 기준을 전달해 평판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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