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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주식쇼퍼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현황, 파산의 갈림길

Summary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엘살바도르의 국가부도 위기

- 돈도 없이 부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수한 결과, 국가부채 규모가 90% 가까이 치솟음

-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이 늘고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 반복

- ‘독재 타도’ 구호를 외치며 나이브 부켈레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 격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2021년 9월,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국가자산을 가지고 전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 없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12개월이 지난 지금, 엘살바도르와 비트코인의 상황에 대해 한번 확인해 볼까요?

 

비트코인을 믿었던 엘살바도르의 현재 엘살바도르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기반 경제 전환은 누가 봐도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미국 경제 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앱 치보(Chivo)를 다운로드한 엘살바도르인은 고작 20%에 그칩니다. 실제로 국민 70% 이상이 법정화폐를 통한 혜택을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고, 불과 20%만 비트코인 법정화폐 정책을 지지한다고 합니다.

처음 앱 가입 시 제공되는 30달러를 받기 위해 가입한 인원을 고려하면, 실제 법정화폐 사용 인원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정부에서 만든 앱이기 때문인지 치보의 기술적 결함이 계속 보고되며, 30달러를 훔쳐 가기 위한 신분증 도용 사기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IMF는 엘살바도르를 향해 비트코인 법정화폐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 IMF는 대출을 승인하기 전에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먼저 평가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 엘살바도르 국가와 IMF 간 대화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돈도 없이 부채를 발행하는 문제 단순히 국가가 가진 돈으로 비트코인을 샀다면, 투자 성공이나 실패의 수준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엘살바도르 정부는 돈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엘살바도르의 작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140달러로 약 500만 원 수준입니다. 국민총생산(GDP)은 287억 달러로 한국(18,102억 달러)의 1.5% 정도 됩니다.

특히 작년에만 국가 전체 투자 예산 중 15%를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국가부채 규모는 GDP 기준 9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에’ 엘살바도르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이른바 ‘화산 보너스’(bonos volcán)라고 하는 부채를 발행합니다.

 

  • 화산보너스(bonos volcán)

이름이 굉장히 낯섭니다. 엘살바도르는 화산열을 이용한 지역 발전소를 통해 국가 단위로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했습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이었죠. 실제로 엘살바도르는 남부 태평양 연안의 콘차과 화산 인근에 위치해 있어서 근처에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채굴 지역인 포린폴리시에서는 당국의 비트코인 채굴 경쟁력이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산열을 이용하여 채굴한다면 kWh 당 13~15센트 수준으로, 세계 평균인 5센트보다 3배 가까이 비쌀 것으로 예상합니다.

 

© BBC

 

또한 엘살바도르는 작년 라틴 아메리카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 도시(Bitcoin City)’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남부 해안인 폰세카만에 비트코인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인데,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비트코인 채권을 추가로 발행(절반은 비트코인, 절반은 도시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었습니다. 다만 현재는 중지된 상태입니다.

화산과 비트코인으로 인한 비트코인 시티(Bitcoin City)라니, 개인적으로는 국가운영을 게임처럼 한다는 느낌입니다.

 

쓰디쓴 비트코인 시세로 국가부도 위기 사실 타이밍이 안 좋았습니다. 국가부도가 날 수 있는 엘살바도르의 현재 상황은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 탓입니다. 만약 부켈레 대통령이 조금 더 빨리 2020년 초에만 투자했더라면, 최빈국의 투자 성공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됐을 것입니다.

 

© 구글 파이낸스

 

엘살바도르가 큰 결정을 내렸던 2021년 7월, 비트코인은 1코인당 3천만 원 후반대로 떨어졌던 시기입니다. 개당 6천만 원이 넘던 바로 직전과 비교하면 투자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코인 가격이 2022년 초까지 다시 상승했으나, 현재는 1년째 하락 중입니다.

게다가 1회성 매수를 통해 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산으로 계속해서 매수를 하다 보니 보유한 비트코인의 수량은 늘고 자산 가치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의 매수 현황은 어떨까요? 정확한 데이터는 없으나,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할 때마다 트위터에 관련 내용을 쓰고 있습니다.

 

© Bloomberg

 

작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수한 비트코인 수량은 2,301개로 추정됩니다. 단순히 트윗으로 쓴 내용이 이 정도면 실제로 매수한 수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평균 매수단가가 적게는 30,000 달러에서 많게는 52,000달러이니, 현재 가격을 생각하면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보인다 저만 이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최근 부켈레 대통령의 행보는 일론 머스크와 유사해 보입니다.

 

왼쪽 - 부켈레 / 오른쪽 – 머스크 © 트위터

 

‘트위터’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인물은 일론 머스크일 겁니다. 무려 1억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얼마 전 다시 트위터 인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죠.

비트코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트윗을 올리던 그는 얼마 전까지 도지코인이 ‘People’s Crypto’라며 공개적으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의 트윗으로 도지코인은 한때 100배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계속되는 머스크의 옹호로 21년 개당 0.64달러까지 값이 올랐던 도지코인은 현재는 90% 폭락한 0.06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도 일론 머스크 못지않게 공개적으로 트윗을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하루에 여러 건의 트윗을 올리는 머스크와 비교하면 많진 않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국가 상황과 비트코인 매수 현황에 대한 트윗을 올리고 있습니다.

 

© panampost

 

이른바 ‘관종’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은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간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뭐래도 기업의 대표와 국가 대통령이라는 점일 겁니다. 기업 대표는 기업의 홍보·마케팅 목적으로 공개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종종 문제가 됩니다) 이런 대표의 발언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면 우리는 투자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대통령은 어떤가요? 매일 올라오는 공개 발언과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거절하거나 투자하지 않을 자유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켈레 대통령이 올리는 매수 현황 트윗을 보는 국민들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내가 낸 세금이 비트코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하니까 말이죠.

 

© sky news

 

물론 국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작년부터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과 부켈레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부켈레 대통령에 반대하며, ATM기기까지 불태웠습니다. 시위는 격화됐지만 여전히 정책의 변화는 없는 상황입니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자 처음에는 정책에만 반대하던 시민들이 이제는 ‘독재 타도’, ‘연임 반대’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실패로 끝난 엘살바도르의 모험 엘살바도르의 ‘실험’은 모두의 비난을 받고 현재까지는 확실한 실패로 보입니다. S&P Global Ratings는 올해 6월 엘살바도르의 신용등급을 CCC+로 강등시켰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와 동급으로 절대 투자하면 안 되는 정크본드 수준입니다.

만약 엘살바도르의 국가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컸다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국가 단위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라니, 이보다 더 큰 호재가 있을까요? 다만 엘살바도르는 소규모 국가로 지금까지 매입한 비트코인은 2,301개(비공식)에 그칩니다. 현재 약 700억 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비트코인 매입 규모가 10배, 100배 수준이었다면, 대규모 매수세로 인해 비트코인 시세가 다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미국과 중국 등의 국가들은 국가 단위 비트코인 매입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대규모의 국가 단위 비트코인 매입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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