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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by 팟캐김(김유성)

갑들끼리의 전쟁...쿠팡 vs CJ

SUMMARY

- CJ제일제당 햇반 납품 단가 놓고 6개월째 쿠팡 납품 중단

- 플랫폼과 공급사 간의 싸움, 과거 ‘네이버 vs 스포츠지’ 유사

- ‘적의 적은 나의 편’, 제휴로 돈독해진 네이버와 CJ

 

© istock

 

갑끼리의 전쟁일까, 공룡 간 다툼일까. 커머스 플랫폼과 식품 제조 대기업 간 감정싸움이 꽤 심각해지고 있다. 언론에 '너 없어도 잘산다' 식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가 하면 상대방의 적(敵)과 합종 연횡하는 모습을 보인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갈등이다. 햇반이라는 국민 즉석밥의 납품 단가를 놓고 싸웠던 이들은 '각자의 길'을 가려는 듯하다. 칼로 물 베기 같았던 기존 유통 업체(이마트, 홈플러스 등)와 제조 대기업과의 갈등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겉으로만 보면 즉석밥 브랜드 '햇반'의 납품 단가 문제로 보인다. 싸게 받으려는 쿠팡과 이문을 좀 더 남기려는 CJ제일제당 간의 갈등이다.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거대화된 플랫폼에 대한 제조기업의 저항 같기도 하다. 주도권 다툼이라고 해도 납득이 될 정도다.

 

햇반으로 촉발된 전쟁의 서막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서로가 '을'이라고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볼멘소리하고 있다. 그게 7개월째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팡이 햇반과 비비고 만두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품목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상품 넣지 마세요'라고 해당 업체에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발주한 물량의 절반 정도만 보냈다는 게 (언론에 알려진) 쿠팡의 주장이다. 납품량을 맞추지 못해 서비스 신뢰도에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유통사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2023년도 단가 인하 요구를 하던 쿠팡이 불현듯 매입을 중단했다고 했다. 지금도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인데 더는 쿠팡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전체 햇반 판매량 중 30%가 쿠팡에서 소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갑질을 당했다"라고 할 만하다.

업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갑들끼리 놀고들 있네'라고 한다. 두 기업의 매출 구조는 이미 대기업의 수준을 넘어섰다. 쿠팡은 국내 커머스 플랫폼 최강자, CJ제일제당은 전통의 식품 대기업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 하나만으로 연 2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 업계 내 영향력도 크다. 갑으로 군림했으면 했지, 을로 있을 기업들이 아니다.

그래도 갑과 을을 나눈다면 쿠팡이 갑인 듯하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에 3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유는 '유통갑질'이었다. 갑질 상대는 LG생활건강, 매일유업, SK매직 등 역사가 깊으면서 규모가 큰 기업들이다. 언제까지나 갑의 위치로만 있을 것 같은 이들 대기업도 거대 커머스 플랫폼 앞에서는 한낱 '을'이었다. 시장의 변화는 이렇게 무섭다.

 

쿠팡에 대항하는 CJ제일제당 쿠팡이 CJ제일제당을 '갑'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있다. CJ제일제당이 CJ그룹의 주요 계열사이면서 국내 가공식품 업계를 좌지우지해 다른 유통 채널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 쿠팡과 갈등 상황이 초래된 시점부터 CJ제일제당은 반(反) 쿠팡 연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11번가나 위메프 같은 경쟁 커머스 플랫폼은 햇반과 비비고 제품 등 쿠팡에서 중단된 제품 세일 이벤트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이 부추겼는지, 혹은 이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CJ제일제당 제품이 갖고 있는 매력이 그만큼 높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쿠팡에 없는 물건이 우리에게 있으니 오세요’라는 게 통하니까.

바이오 회사부터 물류(CJ대한통운)까지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회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CJ제일제당은 CJ그룹 내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매출은 2022년 기준 18조 7,794억 원, 영업이익은 1조 2,682억 원이다. (물론 매출만 놓고 봤을 때는 쿠팡의 매출이 26조 원으로 CJ제일제당을 웃돈다.)

 

2022년 기준 CJ그룹 지분 구조도. 출처 : 공정위

 

최근 들어서는 CJ도 자체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 역량을 더 키우는 듯하다. CJ제일제당의 온라인 쇼핑몰 'CJ더 마켓'에 대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게 한 예다. 지난 13일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에 대한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쿠팡과의 갈등을 계기로 자사 온라인 역량을 키우려고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7개월간 쿠팡과 결별하면서 얻게 된 여러 자료(햇반 매출 하락치 등)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유통에서만큼은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적의 적은 우리 편이다'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쿠팡의 숙적은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부문인데 CJ가 이들과 손을 잡았다. 쿠팡과의 갈등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CJ제일제당은 네이버 쇼핑과 '도착 보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의 배송 데이터를 네이버쇼핑과 공유하는 식이다. 로켓배송에 뒤처졌던 네이버쇼핑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제휴가 됐다. 아직 '도착 보장' 서비스가 쿠팡의 시장 점유율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네이버와 CJ 간의 밀월 관계는 더 공고해졌고 시장 변화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난 괜찮다'라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쿠팡은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1~5월 식품 판매에서 중견 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 여우가 왕노릇을 한다고 햇반이 사라진 쿠팡에서 후발 즉석밥 업체들이 선전한 것이다.

후발 업체들의 즉석밥 제품 매출이 올랐다고 하지만 아직은 햇반의 위상이 흔들릴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다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CJ제일제당도 마냥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중심으로 가고 있는 현 상황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플랫폼에 대항했던 스포츠 신문 플랫폼에 대항했던 전통의 갑들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네이버와 언론사와의 관계다. 2000년대 초 네이버의 영향력을 낮춰봤던 언론사들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불안감을 느꼈다.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가 네이버 의존적으로 간다는 불안감이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했던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등 전통 신문 매체들의 인터넷 사업 실패가 이를 더 부추겼다.

2000년대 중반 검색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네이버는 '지식인'을 비롯해 블로그, 카페 등의 서비스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뉴스 유통까지 하게 되면서 네이버로 더 많은 트래픽이 몰렸다. 한국인들은 생활 전반의 정보를 네이버에서 얻었고, 네이버는 진정한 포털이 됐다.

국민들의 뉴스 소비가 네이버로 쏠려가던 즈음에 스포츠 신문들이 대항해 일어났다. 2000년대 이후 우후죽순 생겨났던 신생 연예 스포츠 매체들과 (온라인에서) 경쟁해야 했던 것에 불만이 많았던 차에 네이버를 나가기로 결심한 것. 그때가 2004년이었다. 당시 KT의 자회사 KTH가 포털서비스 '파란'을 만들었다. 콘텐츠를 통한 트래픽 유입이 필요했던 파란과 탈(脫) 네이버를 염원했던 스포츠신문은 궁합이 맞았다.

문제는 사람들의 굳어진 습관이 '매우 매우 강력했다'는 점이다. 파란은 수십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고도 네이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네이버에 익숙한 사용자 습관은 단단했다.

스포츠 신문들은 눈물을 머금고 네이버로 돌아와야 했다. 영향력은 그전보다 줄어든 채로 힘겨운 경쟁을 '네이버 뉴스 서비스 안에서' 해야했다. 네이버의 승리이자 언론사들의 패배였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콘텐츠공급자(CP)로 만족해야 했다.

 

파란닷컴의 서비스 종료 사실을 알리는 팝업창 캡처

 

모바일화는 이 구조를 더 단단히 만들었다. 이동 중에도 뉴스를 보게 됐고 거추장스러운 신문이나 잡지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지하철 무가지 ‘포커스’, ‘이브닝’ 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가지의 성공 사례였던 '메트로'도 급속하게 사세가 기울었다.

 

진짜 승리자는 누구인가 앞선 글을 보면 쿠팡에 대항한 CJ제일제당의 패배도 예상된다. 백기 투항까지는 아니어도 CJ제일제당이 원만한 합의로 쿠팡에 재입점할 것으로 본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쿠팡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 쿠팡이 갖고 있는 '강함'은 유통업계 온 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있다. 액션 영화 '짝패'에 나온 명대사 중 하나다. 극 중 장필호(이범수)는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라고 말했다. 이 말은 우리 인생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명운에도 의미가 깊다.

 

영화 짝패 중 일부 장면 캡처

 

앞서 언급한 네이버의 예에서도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플랫폼의 무서움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네이버의 사업 영역이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의 강점이었던 검색과 콘텐츠 영역에서부터다.

바로 구글의 역습 때문이다. 검색 기술력 면에서 구글은 네이버를 한참 앞선다. 유튜브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 콘텐츠 플랫폼이 됐다.

변화하는 세태 속에 뉴스 소비의 풍속도 바뀔 수밖에 없다. 네이버보다는 구글에서 뉴스를 읽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궁금한 것은 유튜브에 물어볼 것이다. 네이버를 쓰던 강력한 습관은 약해지고 있다.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들은 10년, 20년 뒤에도 남아있겠지만, 네이버는 모를 일이다. 하루라도 방심하면 뒤처지는 곳이 IT분야이고 플랫폼 간의 경쟁이다. '자기 것'을 만들지 못하고 '남의 것'을 유통만 하는 플랫폼 사업의 한계일 수도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수 있다. 쿠팡은 수많은 대체제와 경쟁해야 한다. 하루 아침에 서비스가 날아갈 수도 있다. 남의 것을 떼어다 파는 커머스 플랫폼의 한계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어떤가. CJ제일제당을 먹여 살릴 수많은 브랜드는 그대로다. '내 것'이 있다는 얘기다. 혹여 가세가 기운다고 해도 순식간에 망하지는 않는다.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가공식품을 생산해 왔던 노하우도 덕분이다. 플랫폼 업체가 갖지 못한 전통 제조업체의 강점이다.

제품이 있다는 얘기는 판매처를 다양하게 늘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한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상황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게 된다. 성장 가능성 면에서 봤을 때 더 높다는 얘기. 해외 진출이 요원한 쿠팡에게는 부러운 영역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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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