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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팟캐김(김유성)

인터넷전문은행, 불안심리가 가장 큰 적

SUMMARY

- 금리 상승과 함께 증가하는 인터넷은행 대출 연체

- 전체 은행권 대출 중 극히 일부지만 문제는 ‘불안심리’

- 더욱이 인터넷은행의 재무구조는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

- 언제든 불안심리 일깨울 수 있어 조심해야 할 필요성

 

© istock

 

[1편] 우리 인터넷은행에서 느껴지는 SVB의 내음

???? [2편] 인터넷전문은행, 불안심리가 가장 큰 적 ????

 

멀쩡한 기업도 휘청이게 하는 ‘불안 심리 사람들의 심리란 무섭습니다. 경제학 고전에서는 사람들이 가격 등 합리적 요인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결정한다고 봤지만, 현대 많은 경제학자들은 여기에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 적지 않게 개입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입니다. 쉴러 교수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였던 집값 폭등 현상을 “심리 문제이며 저금리만으로 설명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니 투자 수요가 늘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에 더해 ‘남들이 다들 사는 상황에서 안 사면 불안해지는 심리적 상황’을 대입한 것이죠.

이런 심리는 멀쩡한 기업도 ‘훅’ 가게 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 커진 나머지 ‘심리적 공황’에 빠지고 주식 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한 예입니다. 은행이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안전하다라는 믿음이 깨지는 순간, 은행은 기업의 주가 하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한 예입니다. 실적 악화 징후가 있었지만, 예금 인출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았다면 파산만큼은 피했을지 모릅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SVB 경영진은 이 부분을 놓고 억울해하겠죠.

 

신뢰 잃을 징후’ 미리 살필 것 그래서 은행들은 민감하게 건전성을 점검합니다.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외부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마른 들판에 들불이 번지듯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시내 중심가에 커다란 빌딩을 화려하게 지어놓고 있는 것도 ‘우리 이만큼 여유 있다, 안심해라’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건물은 은행이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신뢰의 증표’ 같은 것이죠.

앞서 SVB의 파산 얘기를 전하면서 우리 인터넷전문은행도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들 은행이 당장 망한다는 게 아니라, 수신(예금 등) 자금을 운용하면서 보인 모습이 SVB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자칫 은행권에 신뢰가 무너지면 그 ‘비슷한 부분’이 뇌관이 될까 우려했던 것입니다.

이번 편은 은행들의 연체율 증가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물론 인터넷 은행의 연체율은 ‘극히 안전한 상태’입니다. 신한은행이나 KB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비교해 높을 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물린 저축은행이나 지역단위 상호금융과 비교하면 안전합니다.

그래도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징후’가 있다면 미리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예금자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전에 사전적으로 대비하고 방비한다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높아지는 인터넷은행 대출 연체율 인터넷전문은행은 2017년에 정식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막내 격인 토스뱅크는 2021년 개업했습니다. 이들 인터넷은행은 역사가 10년 이내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IMF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산 규모를 키워왔던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자금 풀(pool) 자체가 작습니다. 유동성 위기가 닥쳐온다면 시중은행보다 대응 역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더욱이 시중은행은 담보 비중이 50%를 넘는 데 반해 인터넷 은행은 대부분 무담보 가계신용대출입니다. 평소라면 상관없겠지만,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는 등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연체율 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1%를 가리킵니다. 전월말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수준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6% 수준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17개 은행 대출 연체액은 2021년 말 2조 7000억 원에서 2022년 말 4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 금감원

 

중소기업과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7%입니다. 전체 연체율의 2배가량인데요.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2023년 말 1.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 은행 3사의 연체액은 소규모입니다. 1~3개월 연체된 금액은 1161억 원, 3~6개월 연체된 금액은 992억 원이라고 합니다. 전체 연체액(약 4조 원)과 비교해 보면 극히 일부지만 증가율은 300% 이상에 달하는데요. 고금리 여파와 경기 하강 국면에서 가계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이 같은 대출은 인터넷 은행의 손실로 잡히게 됩니다. 담보 비중이 50% 이상으로, 채무 불이행 시 쓸 수 있는 카드(담보 압류)가 있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불리한 것이죠. 실제 인터넷 은행의 담보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4.15% 정도입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전환해 주는 상품을 출시했던 케이뱅크가 그나마 높은데 21.41%를 차지합니다.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을 불안하게 보는 결정적 이유이죠.

 

특히 주목받는 막내 토스뱅크 토스뱅크는 전편에서 언급했다시피 대출보다는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를 한 상태입니다. 2022년 말 기준 수신은 21조 8084억 원으로 이중 대출은 4조 8095억 원이 집행됐습니다. 토스뱅크는 수신액 중 대손충당금(대출을 늘리는 만큼 예치해 놓는 자금) 등을 제외한 16조 678억 원을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놓은 상태입니다. 대출을 단기간 늘리기 쉽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인데, 이들 유가증권을 통한 이자율은 1.93% 정도 됩니다. 시장금리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가격 변동성이 높은 장기채보다 단기채 위주로 운용을 한 이유가 큽니다. 수익보다는 안전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SVB가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장기채 위주로 채권을 샀다가 ‘채권 가격 하락’ 여파로 손실을 본 것에 대한 반면교사인 셈입니다.

 

 

1년 이내

2년 이내

3년 이내

3년 초과

국채

10064

11730

20732

56801

금융채

6042

12981

9994

291

사채

1191

288

 

 

17297

24999

30726

57092

토스뱅크 2022년 4분기 사업보고서. 주식과 출자금 등 제외, 단위 : 억원 © 토스뱅크

 

금리 변동기에 단기채 위주로 운용을 했다는 점에서 토스뱅크 경영진은 충분히 칭찬을 받을 만합니다. 수익성만 뺀다면요.

2022년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이자율은 1.93%인데 반해 예금자들에게 지급한 이자의 이자율은 2.37%입니다. 단기간에 대출을 늘릴 수 없어 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비교적) 고금리 돈을 끌어다가 (비교적) 저금리 투자 자산을 운용한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토스뱅크가 예금자에게 지급한 이자금액은 4886억 원인데 반해, 유가증권으로 얻은 이자 수익은 3098억 원에 그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조 8095억 원(운용 비율 20.98%)인 대출 자산에서 3040억 원 이자 수익이 나오면서 손해는 면했다는 점입니다. 이자 수익만 놓고 보면 1200억 원 정도 이익을 본 것이죠. 수신자금 20조 원 규모와 비교하면 초라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씩 수익성을 늘려가면 해결될 문제로 보입니다.

 

위기론 가운데 오해는 사지 않아야 그런데도 토스뱅크 위기론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SVB 파산과 함께 불거진 것이긴 한데, 토스뱅크의 운용 구조가 SVB와 비슷하다는 이유였습니다. SVB가 비교적 만기가 긴 장기 국채에 예금액을 넣었다가 낭패를 본 것과 달리 토스뱅크는 단기채 위주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짜놓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27일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5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고유동성 자금이 14조 5000억 원가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금 인출 수요가 14조 원이 몰려와도 버텨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홍 대표는 갑작스러운 뱅크런이 발생하더라도 버틸 체력은 충분하다고 했지만, 문제는 심리입니다. 혹여라도 토스뱅크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져 예금 인출 수요가 몰린다면, 그 규모가 1조 원만 되어도 위협적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스뱅크는 다소 의아해 보이는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 토스뱅크가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상품을 출시했던 것이죠. 이 상품은 최대 10억 원까지 3개월 혹은 5개월 만기로 연 3.5%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인데요. 선이자가 미리 적용된 방식으로 일반 예금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품 출시가 토스뱅크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데 있습니다. ‘토스뱅크가 미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상품을 출시한 게 아니냐’라는 것이죠. 아무래도 외부에서 봤을 때 ‘토스뱅크가 혹시 모를 뱅크런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칫 불안심리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가뜩이나 경기와 금리로 다들 민감한 상황에서 이런 의사 결정은 ‘다른 신호’로 여겨지는 것이죠.

따라서 최대한 시장과 소통하면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 의사 결정을 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무엇인가 터질 것 같은 분위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불안심리 때문일까요, 인터넷 은행 중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월 12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 21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8.49% 하락했습니다. 3만 원 선을 바라봤던 2023년 1월 16일(2만 9450원) 대비로는 24.6% 하락한 수치입니다. 배당 시즌이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금융주의 주가가 하락했지만, 카카오뱅크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주가겠네요.

 

카카오뱅크 주가 © 구글파이낸스

 

2023년은 최대한 신중하게 경기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아직 진짜 위기는 오지 않았습니다. 미국 내 금융 시스템에서 어떤 뇌관이 터질지 아직은 모릅니다. 다만 지금까지 겪어왔던 역사적 흐름을 보면 급속한 금리 인상 뒤에는 금융 불안이 커지고 이에 따른 후폭풍이 불어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렇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또 다른 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 하나는 불안심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불안심리가 한꺼번에 몰리면 위기로 비화되는 것이죠. 올 한 해 신중하면서 보수적으로 투자에 임해야 할 이유입니다.

인터넷은행들도 대외적인 메시지를 내는 데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의 투자자들이 자신들을 ‘의구심 어린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1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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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김(김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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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