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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재무제표 읽는 남자

SM그룹의 Cash Cow SM상선

Summary

2021년 매출액 1.9조 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SM상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도약에 나선 해운업계 선두그룹에 서 있습니다.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바로 SM상선 덕분이었습니다. IPO 등 SM그룹이 올해 SM상선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릅니다. 하지만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에 따라 상장 계획은 철회된 상태입니다.

 

© unsplash

 

해운업 서프라이즈 2021 2021년 최고의 실적으로 마감한 해운업계. 2022년 역시 순항 중입니다. 주요 해운사의 2022년 반기 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HMM㈜ 매출액 약 9.9조 원, 영업이익 6조 원, 팬오션㈜ 매출액 약 3.1조 원, 영업이익 4,079억 원, 대한해운㈜ 매출액 7,789억 원, 영업이익 1,422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운업의 부침은 HMM의 과거 실적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HMM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적자를 지속해 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섭니다.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입니다.

 

HMM 재무 © 딥서치

 

환상적인 실적을 보인 회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SM상선㈜’인데요. 1991년 4월 4일 설립되어, 외항화물운송과 주택건설 및 토목건축업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원래는 건설사가 모태입니다. 2014년 ㈜신창건설 → ㈜우방건설산업으로 변경했고, 2017년 SM상선㈜과 합병한 뒤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됩니다.

2021년 SM상선의 매출액은 1.9조 원인데, 놀라운 점은 영업이익이 1조 879억 원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1조 원을 기록한 전 연도(2020년)보다 매출액이 약 2배 증가했으며, 55.1%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이 눈에 띕니다.

 

SM상선 매출액 추이 © 재무제표 읽는 남자

 

2021년 매출액 증가 등 전반적인 호조를 보인 건 SM상선뿐만 아니라 해운업계 전체의 특징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걱정했던 시기, 해운업은 생각지도 못하게 수혜를 입었습니다. 컨테이너선박 관련 회사들은 “물동량 증가 및 병목현상에 따른 해상운임 급등으로 컨테이너 부문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벌크선 운임 역시 상승하며 전년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이 시현될 것이다”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 예상은 현재까지 유효한 듯합니다. 여기서 매출액 수치의 증가는 운송 물량의 증감보다는 단가 상승 덕분입니다. 재무제표로 확인해 볼까요?

 

SM상선 2021 연결감사보고서 © DART 

 

주석 30번 <성격별 비용>을 분석해 보면 종업원 급여, 하역비, 임차료, 항비, 화물비 등은 매출액에 비하면 크게 증가되지 않았습니다. 판매관리비 역시 424억 원 → 503억 원으로 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약 1.9조 원의 매출액은 계약에 따른 수익인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 사용에 있어, 시차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장기 계약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는 없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조 원이나 되기 때문에 회계적인 수치 차이를 고려해도 SM상선의 2021년은 ‘대박이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게다가 재무건전성 지표가 월등히 나아지는 효과까지 생겼습니다. 당기순이익이 1조 원이니 이익잉여금은 1.2조 원으로 상승, 부채비율은 39%로 급감합니다. 돈 벌어 이익이 늘어나 좋고, 회사 평가 지표도 한 방에 나아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초호황이 단기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SM상선의 매출원가율은 80~90% 후반까지 높았습니다. SM상선은 선박과 컨테이너 등의 유지해야 할 유형자산의 규모가 큽니다. 더불어 해운 업황이 좋지 않을 때는 유지비 부담도 큰 편입니다. 때문에 높은 이익률은 일시적인 이익 증가이며, 어쩌면 지속되기 힘들다는 예상이 나오는 겁니다.

 

팬데믹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코로나19가 점차 사라지면서 그간 어려웠던 여행, 백화점, 영화 등 ‘리오프닝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리오프닝 산업이 아니라 ‘해운업’이 호황인 것은 의외의 결과입니다.

이는 코로나19로 발생한 공급망 혼란이 물류대란으로 이어져 해운업의 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의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 전세계 물류가 백신과 마스크 등 코로나 관련 물류품에 집중되었습니다. 의료 마스크를 배달한 중국발 컨테이너는 전세계로 흩어졌지만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고, 집에만 있던 사람들의 소비는 인터넷 쇼핑으로 증가했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지원금은 구매력을 부추겼습니다. 결과적으로 물류 공급망은 풀기 힘든 실타래처럼 엉켜버렸습니다. 전세계 항구의 컨테이너선은 짐을 싣지 못한 채 대기만 하고, 선주문을 받은 상품은 공장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그간 전세계를 순환하던 물류망이 혼란을 겪고 제 순서를 찾지 못하니, 움직일 수 있는 선박 운임료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 버렸습니다.

 

© unsplash

 

물론 일반인들은 물류대란의 파급력을 잘 체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 주변의 일입니다. 배스킨라빈스의 초코 아이스크림이 사라진 건 해외에서 수입되는 원료의 수급 불균형 때문입니다. 반도체가 제때 입고되지 않아 디지털 피아노 회사가 1년 후에 제품을 보내준다는 것도 물류대란의 여파입니다. 기업들은 원재료 수급 문제와 완제품을 만들어도 수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등 운송비 증가 파장을 겪었습니다. 그 반대 급부로 컨테이너선 관련 회사들의 2021년 영업이익은 어마어마해졌고, 2022년도 굉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M상선 2021 연결감사보고서 © DART 

 

SM상선은 해운업의 호왕에 발 빠르게 대처 중입니다. 건설 부문이 있긴 하지만 SM상선의 2개 사업 부문 중 매출액은 해운이 대부분입니다. 2020년 8,479억 원, 2021년 1조 9,093억 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며, 이를 더욱 보강하기 위해 3,026억 원에 달하는 선박과 650억 원의 컨테이너 유형자산을 취득했습니다.

 

부실기업 인수가 신의 한 수 대부분의 해운사가 어려운 시기에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HMM㈜은 청산까지 거론되다가 현재는 한국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되었고, 팬오션㈜ 역시 법정관리 중에 2015년 하림지주에 인수되었습니다.

SM그룹은 건설사가 모태인 회사입니다. SM그룹의 우오현 회장은 M&A의 귀재라고 불립니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만 유관 산업이 아닌 다채로운 업종으로 공격적인 M&A를 추진합니다. SM그룹의 해운업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을 인수하면서 확장한 사업 분야입니다. 대한해운은 2013년, 벌크선 전용사 삼선로직은 2016년에 SM그룹에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2016년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사들이면서 SM상선을 만든 게 현재 성과의 발판이 됐습니다.

그동안 SM그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레버리지와 계열사끼리의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의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아슬아슬할 때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합병한 회사가 실패(망하거나, 도로 매각)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지배구조와 상호 간의 출자가 늘 불안한 느낌을 줍니다. 지배구조 리스크로 우려 썩힌 외부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SM그룹은 2021년 기준 53개 계열사가 있으며, 상장사 3개 등 복잡한 지분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SM그룹 2021 소유지분도 © 기업집단포털 

 

SM상선의 주주는 삼라마이다스 41.37%, ㈜티케이케미칼 29.55%, ㈜삼라 29.08%입니다. 지배구조의 2선 또는 3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동안은 SM상선이 그룹의 지원 즉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던 위치였습니다. 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우오현 회장은 “370억 원에 인수한 SM상선에 그동안 3,000억 원 이상 투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반대 상황입니다. 지난 2022.6.27 공시를 보면 SM상선이 300억 원의 대여금을 삼라마이다스에게 제공합니다. 대여금은 관계회사에 빌려주며, 이자를 받을 때 사용하는 계정과목입니다. 또한 SM상선이 ㈜티케이케미칼의 부동산을 109억 원에 매수합니다. 그룹의 부동산은 유지하면서, 계열사로 자금조달(현금)을 해줍니다. 당기순이익 1조 원을 벌어들인 SM상선이 SM그룹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SM상선은 SM그룹이 외부 투자에도 적극성을 띠게 만듭니다.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이후 최근 들리는 소식은 HMM 관련 SM그룹의 행보입니다.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하지만 HMM㈜의 주식을 1,000억 원 규모로 매수(2022.6.30) 합니다. SM그룹이 보유한 HMM 지분이 5.52%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단순 투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SM그룹 이외의 해운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대한해운도 자회에서 526억 원을 금전대여했습니다. 선박건조 등인데 이전 시설자금 대여까지 합치면 940억 원이 넘습니다. 내부에서 외부 채권자 없는 부채 거래입니다.

실적이 좋은 해운업계가 회사의 성장에 재투자하지 않는다고 쓴 비판을 합니다만, 사실 대량의 현금을 아무 계획 없이 투자 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계열사가 있어서 은행 대신 빌려줄 수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나 이해관계자는 그 과정이 적법한지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

 

SM상선 공시 (2022.6.27) © DART 

 

다시 SM그룹으로 돌아가면, SM상선은 시기적으로 재계 38위로 올라선 그룹의 입지를 보강하는 효자 기업이 되었습니다. 지배구조 리스크는 항상 현금의 부족 또는 순환출자고리의 문제점으로 발생합니다. 건설, 해운, 미디어,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지만 뚜렷하게 Cash Cow가 없는 SM그룹이었습니다. 매년 수천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는 SM상선은 진짜 복덩어리 회사인 셈이죠.

 

© 재무제표 읽는 남자

 

그러나 3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 평가를 원했던 SM상선의 IPO는 무산되었습니다. 현재 증시 상황에서의 무리한 상장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2022년 역시 2021년 이상의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에 아직 시간과 좋은 기회는 남아 있다고 봅니다. 다만 ‘IPO를 통해 마련된 재원이 당장 SM상선의 시장점유율을 키우거나, 그룹의 재무안정성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싶은 아쉬움은 남습니다. 어찌하였든 코로나19로 인한 나비효과가 SM그룹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 역시 좋은 타이밍을 맞이할 때가 있네요.

 

※상기 내용은 FY22~18 연결감사보고서 첨부된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참조해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검토한 내용이오니, 간혹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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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읽는 남자
소개글
現) 회계 전문 도서 저자 ‘재무제표 읽는 남자 이승환’ 저서: 『숫자 울렁증 32세 이승환 씨는 어떻게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가 됐을까』 / 『취준생 재무제표로 취업 뽀개기』 / 『핫한 그 회사, 진짜 잘 나갈까?』 / 『재무제표로 찾아낸 저평가 주식 53』 재무제표 읽는 남자입니다. 투자하기 위해서, 기업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반드시 챙겨 봐야 할 재무제표. 읽기만 해도 도움이 되는 재무제표 유용함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