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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서정렬

‘양극화’ 아닌 ‘초다극화’, 초분극화 부동산시장의 전개

SUMMARY

- 공사비는 오르는데 거래량과 가격은 떨어지며 현 부동산 시장은 혼란의 도가니

- 정부 공공택지 발표와 GTX 노선 개통으로 볼 수 있는 현 시장의 다극화, 초분극화 현상과 징후

- 기존 법칙이 더 이상 통용 되지 않는 미시적인 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

 

© istock

 

공사비는 계속 오르는데 부동산시장이 양극화됐다는 소리는 이미 많이 들어왔다. 서울·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방 간 격차가 그렇고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강북지역이 나뉘었다. 2021년부터 2023년 초반까지는 이런 양극화 시장이 폭넓게 전개되면서 아파트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거래량과 분양 가격 상승 등이 차이를 더 벌려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는 우리나라 부동산과 건설업 전반에 건축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아직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정체되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정도다.

작금의 부동산시장은 혼돈의 연속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마찬가지다. 보통 공급자 측면에서 판단이 빠르기 마련인데 지금은 공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요인들이 많아졌다.

 

자료: 파이낸셜뉴스(2023.11.11). 12억 아니면 분양 안한다...‘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부동산아토즈]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다. 부동산 관련 경제활동이 침체되고 있음에도 지속해서 부동산 관련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 즉, 부동산 거래는 줄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는데 부동산 공사비 등은 상승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최근 대외경제 여건을 불안 등으로 인건비와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건축공사비 역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를 살펴보면 바로 확인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3년 9월 153.67을 기록한 바 있다. 1년 전인 2022년의 148.47보다 3.5% 상승한 수치다. 3년 전인 2020년의 119.87보다는 무려 28%가량 상승했다. 건축공사비가 이렇게 상승하다 보니 서울 외곽의 국민주택규모인 전용 84㎡ 기준 아파트의 분양 가격도 12~13억 원대로 책정되는 상황이다.

 

자료: 파이낸셜뉴스(2023.11.11). 12억 아니면 분양 안한다...‘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부동산아토즈]

 

건축공사비와 인건비 인상은 분양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가격은 하락 국면이다. 결국 아파트 시세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된다면 그 누구도 아파트 청약이나 매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높아진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아파트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진다. 이런 시기에 공급에 나설 공급자도 많지 않겠지만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선택을 못 받아 미분양 물량으로 적체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가 공급자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제 단순히 '양극화'라 부를 수 없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근 급격히 오른 건축비 탓에 1년 전 청약에 나서지 않거나 당첨되었는데 계약을 포기한 것을 두고 후회한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확인되기도 한다. 그때가 지금보다 분양 가격이 낮은 수준이었음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물론 이것은 이전 분양 가격보다 지금의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성립할 수 있다.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아무도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예단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뚜렷한 부동산시장의 ‘방향성’을 읽기 힘들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을 일컬어 단순히 ‘양극화’ 시장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출처: 한국경제(2023.11.19). "바보 될까봐 아파트 계약 안했는데…지금은 후회막심"

 

자료: 글로벌이코노믹(2023.11.08). GTX-A 조기 개통에 수혜지역 기대감 '쑤욱'…동탄역 인접 아파트 신고가 기록

 

전문가가 짚은 주목할 만한 현상 전문가 입장에서 바라본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다극화’, ‘초분극화’시장으로 이행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직감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최근 정부의 공공택지 발표, 수도권 전반으로 확대된 GTX 노선 조기 개통 언급 등 이 같은 현상의 징표와 징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 GTX-A 조기 개통에 따른 수혜지역의 기대감 상승이다. 서울 도심까지의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조기 개통에 따라 수혜 대상 지역의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GTX 개통이 예정된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띤다.

서울 주요 지역으로의 접근에 1시간여 소요됐던 화성, 인천, 수원, 남양주, 의정부, 양주 등 수도권 지역은 GTX 개통으로 30분대로 출퇴근 시간이 앞당겨진다. 최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개통될 GTX-A노선은 2024년 3월 수서~동탄 구간이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B노선은 오는 2024년에 착공해 2030년에 개통되며, C노선은 2024년 말 착공해 2028년 각각 개통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 화성 동탄지역의 교통 접근성이 가장 먼저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동탄지역은 이러한 전망에 따라 하락했던 아파트 가격이 상승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GTX 개통과 함께 반도체 산단 호재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탄 지역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신설, 첨단 산업단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 중으로 이에 따라 인구 유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정부의 신규 공공택지 공급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지난번 발표된 ‘9·26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로 전국 5개 지구 8만 채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바 있다. 대상지는 경기 구리 토평2(1만 8,500채), 오산 세교3(3만 1,000채), 용인 이동(1만 6,000채), 충북 청주 분평2(9,000채), 제주 화북2 지구(5,500채) 등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신규 공공택지의 위치에 대한 설명이다. 그동안 많이 언급됐던 경기 고양 대곡이나,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과 같은 지역들은 제외되었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가 신규 택지 공급의 기존 원칙을 파기하고 새로운 택지 공급 방향을 제시했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서울 인접성, 서울과 근접한 거리의 택지 공급을 지양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자료: 동아일보(2023.11.19). 유력후보지 다 빠졌다… 尹정부는 왜 신규 택지 이렇게 선정했나[황재성의 황금알]

 

국토교통부가 밝힌 신규 공공택지 선정 기준은 ①충분한 주택 수요, ②광역교통망 계획, ③난개발 방지, ④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 등의 4가지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바로 ‘서울과의 근접성’이었는데 이것이 이번 고려 기준에서 빠졌다. 서울과 얼마나 가까운 입지인가가 고려된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많을 수 있는 지역에 공공택지의 입지를 고려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된 신규 공공택지 가운데 수도권에 소재하는 오산·용인 신규 택지의 경우 바로 반도체 산업 배후 도시로 지목되고 있는 지역과 인접해 있다. 이것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대한 주택 수요를 경기 남부권으로 분산하는 효과를 동시에 충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자료: 아이뉴스24(2023.11.15). 5대광역시 청약 양극화…대전은 경쟁률 63대1 '고공행진'

 

자료: 조선일보(2023.11.16). 부동산 시장 한파에도… 월 2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거래 ‘훨훨’

 

세 번째, 지역 간, 지역 내 부동산시장이 ‘다극화’ 내지는 ‘분극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각종 부동산 시장 지표를(index) 통해 확인할 수 있다. 5대 광역시 간 아파트 청약시장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살펴보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23년 한해 대전시의 아파트 청약에는 수만 명이 몰렸지만, 대구시와 울산시의 경우에는 청약경쟁률이 유독 낮았다. 이것을 지방 시장 간 양극화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제 선호 지역에 따라 청약경쟁률이나 아파트 가격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금리와 건축공사비 인상 등으로 아파트 분양 가격이 고분양가로 결정됨에 따라 수요자가 ‘묻지마’ 청약이 아닌 가격 경쟁력과 상승 가능성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 의사결정을 한다는 신호로 읽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월세 거래는 최근 불거진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감소했지만, 월세가 200만 원 이상인 고가 월세 연립∙다세대 거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수요가 특정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다극화’, ‘초분극화’ 현상이 전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미시적인 시장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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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