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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서정렬

헤어질 결심, ‘부동산시장 디커플링’의 극한 의미

SUMMARY

- 서울과 인천은 되는데 인천과 부산은 비교 안 되는 이유, 악마적 ‘디커플링’의 서막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간 디커플링은 지역 간 양극화 촉발 요인으로 작용

- 양극화로서의 디커플링은 향후 부동산시장 구조적 특성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 높음

 

© istock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없는 대한민국 서울 집값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니 ‘상승 반전’ 모양새다. 최근 부동산 기사 헤드라인의 일부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거나 이제야 ‘하락폭이 다소 둔화’하고 있다는 정도의 언급이 전부다. 기사의 헤드라인만 봐도 ‘서울·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 간’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런 지역 간 시장 격차를 경제적인 한 단어로 설명하면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할 수 있다.

 

© 글로벌경제신문(2020.10.21). 文정부 3년간 땅값 2670조원·36% 상승”...경실련, 정권별 땅값 상승비교

 

© 매일경제(2020.08.25).[혼돈의 부동산 시장] 23차례 대책에 누더기 된 부동산 시장 | 들끓는 여론에 ‘화들짝’ 정부, 설익은 정책 쏟아내… ‘자고나면 신고가’에 징벌적 세금, 전·월세 대혼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용한 외교적인 수사로 유명한 ‘디커플링’의 부동산 경제적 의미는 ‘탈동조화’이다. 남녀가 사귀는 단어 커플링(coupling) 앞에 디(de)가 붙었으니, 한마디로 ‘같이 가는 것이 아닌 각각 따로 가서 서로 헤어진다’는 뜻이다. 지역과 지역이 하나의 같은 시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격차가 있어 따로 움직일 때도 쓸 수 있겠다. 서울과 인천은 수도권으로 묶을 수 있는데 서울과 부산, 인천과 부산은 하나의 동일 시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따로 움직이기에 디커플링이라 말할 수 있다.

역대 정권별 부동산가격의 격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지역 간 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 어느 정권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지역 내, 지역 간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졌다. 어쩌면 향후 전개될 지역 간 도시 간 부동산 가격 격차는 이미 그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 뉴스핌(2023.05.14). [김정태의 부동산주간뷰] 尹정부의 부동산 1년 功過는 (ft. 원희룡 국토장관)

 

현재의 디커플링 양상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 당시 부동산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역효과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부동산가격 상승은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규제의 역설(paradox of regulation)’로서의 ‘이상 폭등’이었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에서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 ‘3고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변수가 복합적으로 연계되면서 작금의 큰 가격 하락폭이 나타났다.

 

매매와 전세 가격 차이가 부른 이상 현상 최근 두드러진 디커플링은 부동산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간 비동조화 혹은 탈동조화 현상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역 간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간의 차이를 말한다. 예를 들면 서울 시장은 매매시장에서 상승 반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방 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언급한다. 부동산 시장의 ‘질(質)’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매매가 상승률 vs 전세가 디커플링(2016년)

© 파이낸셜뉴스(2016.08.04). 매매는 계속 오르는데 전세는 떨어져… 강남 부동산시장 디커플링 심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이전에도 디커플링 상황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현재처럼 서울과 지방 간 격차라고 할 수 있는 ‘지역 간 격차’가 우려되기보다는 동일 지역 내 매매가와 전세가 상황이 다른 ‘지역 내 격차’로서의 비동조화가 지배적이었다. 지역 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률 차이가 나는 것은 지역별 하위시장(sub-market)의 상황에 따른 미세 조정 국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때는 몰랐다. 이러한 변화가 다른 지역의 소비자에게 부동산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말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은 먼저 전세가격 상승이 선행하고 매매가격이 후행하는 특성이 있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이외 차액을 대출받거나 해서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임차인들이 늘어나면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2016년, 서울의 전세가격은 떨어지는데 매매가격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매매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기 쉽지 않은데 매매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2023년 7월 현재 이 양상은 ‘서울 상승 vs 지방 하락’ 국면으로 바뀌어 전개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 차이 영원할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 변수로 조사 대상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를 꼽았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모 언론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총 20명의 응답자 중 가장 많은 13명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소비자물가'를 꼽았고, '부동산 및 금융안정'을 꼽은 전문가는 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두 달 사이 평가가 달라졌다.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약해진 대신 부동산과 관련된 역전세, 금융권 불안, 가계대출 확대 등이 더욱 부각된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7월 2%대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처럼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다.

 

© 아시아경제(2023.07.10). [금통위폴]②"한미, 내년 1분기 금리인하"…최대 변수는 '부동산'

 

반대로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바닥을 찍고 상승 반전하며 되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이 현재와 같은 기준금리 동결이나 향후 인하 등 완화 기조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많다. 국내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부동산 경기'가 가장 많이 꼽힌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경기 흐름이 일반적인 상승과 하락 양상을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세를 제공하는 부동산R114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다른 지방 간 연도별 아파트 가격 격차는 지속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9천490만 원이다. 5개 광역시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4억 4천135만 원, 기타 지방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2억 6천557만 원이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의 가격 차이는 10억 2천933만 원으로 5배 이상이 난다. 이러한 격차는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최고로 상승했던 2021년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추세다.

 

© 연합뉴스(2023.07.09). 부동산시장 양극화 속 서울-지방 가격차 3년째 10억 이상(자료 활용하여 재 작성)

 

© 시사위크(2023.04.11). 서울 vs 지방 ‘부동산 시장 양극화‘ 해법은?

 

현재 지방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이런 지방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도 지방의 상황이 나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취업 기회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그 일자리를 찾아 지방을 떠나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부산시조차 340만 인구가 2023년 내 330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10만여 명이 감소하는데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감소 속도도 문제지만 그 방향이 서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이다. 지방 인구의 감소와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은 바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현상,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나 했는데 지방 전입자들이 늘어날 경우 또 다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승은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단순한 지역 격차가 아니라 영원한 차이로 ‘고착화’ 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최근 지방 소비자들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에 관심이 많아졌다. 몇 년 동안 서울과 지방 주택 소비자들 모두 ‘똘똘한 한 채’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의 부침과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등의 규제 등의 변화 속에서도 똘똘한 한 채는 꾸준히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세계 경제 여건의 변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만약 집을 사야 하거나 투자해야 할 곳을 찾는다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 무엇일까? 모를 리 없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나타난 지역 간, 주택 유형 간 격차로서의 디커플링 상황이 만들어낼 결과가 두렵다. 예고된 미래에 대한 내 예상이 빗나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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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