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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서정렬

R(알)의 공포와 부동산시장 연착륙 필요성

Summary

- 경기침체를 뜻하는 'R의 공포' 확산으로 부동산 폭락론이 부상

-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비상식적으로 급등했던 가격이 과거로 회귀하는 '정상화'로도 해석 가능

- 부동산시장 경착륙이 경제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 필요

 

© iStock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있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가 거세다. 세계 경제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주택시장을 전망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고금리에 따른 아파트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침체로서 ‘R(알)의 공포’를 언급하는 언론 기사가 늘고 있다.

‘R의 공포’는 다름 아닌 복합불황, 경기침체(Recession)을 일컫는다. ‘R의 공포’라는 언급 자체가 가뜩이나 움추려든 부동산시장을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에 더해 ‘폭락론’, ‘폭락 대세론’이 탄력을 받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 하락론자’들은 이에 편승해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에서 몇 억씩 떨어진 가격으로 매물이 거래된다고 하니 꽤나 신빙성 있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시장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떨어진 급매 또는 급급매로 거래되는 사례를 ‘전반적인 시장가격의 조정’이라고 하진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조금 더 거래 데이터가 쌓인 결과를 봐야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고 본다.

 

금리 급등기 부동산시장, 주택경기 빙하기… “해 바뀌어도 부동산 추락 지속" © 문화일보(2022.11.01)

 

분명한 것은 하락세가 나타났고, 그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으니 ‘폭락할 것이 분명하다’거나 ‘40% 빠진다’는 주장은 실제로 가격이 40% 떨어졌을 때 그 말이 맞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집값 하락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상승장에서는 ‘안 오른다, 못 오른다’라고 했던 이들이 다수다. ‘가격이 오르는 상승세 시장을 예측 못했는데 떨어지는 시장을 어떻게 제대로 예측할 수 있겠는가’라는 합리적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락이라 쓰고 ‘정상화’로 해석 10월 넷째 주(2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매매가격이 0.28% 내리면서 지난주와 같은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 같은 하락 수치는 0.36% 내렸던 2012년 6월 11일 이후 약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라고 한다. 매매가격 하락폭은 수도권(-0.35%→-0.34%)에서 축소된 반면, 서울(-0.27%→-0.28%), 5대 광역시(-0.27%→-0.28%), 8개도(-0.14%→-0.16%)에선 확대됐다. 수도권의 매매가격 하락폭이 비수도권보다 다소 낮기는 했으나 동반 하락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0.28%…송파 하락폭 최대 © 뉴시스(2022.10.27)

 

KB부동산에서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55% 떨어졌다. 서울 주택시장도 -0.45%로 8월(-0.07%), 9월(-0.08%)에 이어 3개월 연속 내림세가 지속됐다. 아파트의 경우 전국 기준 매매가는 5억 4693만 원으로 약 1년 전인 지난해 11월(5억 4954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분명한 것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 광주, 강원도 할 것 없이 소위 동조화(Coupling) 현상 속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과거에 가격이 오를 때는 서울 따로, 부산 따로의 탈동조화(De-Coupling) 경향을 보였는데, 현재는 가격 하락에 장사가 없다는 듯 동반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동반 하락은 지역 하위시장(Sub-Market)별 특성에 따라 하락장이 개별적으로 조정 받을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이 유의미한 변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조금 다르게 볼 수는 없을까? 아파트 가격 하락을 ‘하락’이라 쓰고 ‘정상화’로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최근 상승한 가격 즉, 오른 가격에서 떨어졌으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다. 그런데 시각을 조금 달리하면 최근 급격하게 오른 아파트 가격은 스스로도 밝혔듯 문재인 정부의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로 단기간에 오른 ‘비상식적 상승장’의 결과다. 여기에 최근 세계 경제와 고금리 등의 여건 변화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라면 아파트값 하락을 ‘하락’이 아닌 ‘정상화’로 볼 수도 있지 않는가.

앞서 KB부동산이 자료를 통해 현재 아파트 가격이 1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것처럼, 아파트 가격이 이전 가격으로 돌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놓여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쉽게 말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상승한 아파트 가격은 우상향 상황을 전제하더라도 기간적으로 10여 년 이상 지나야 오를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짧은 기간 동안 비상식적으로 급등’ 했다는 것이다.

 

경착륙연착륙이란?

경착륙(硬着陸)은 문자 그대로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닥쳐 부서질 정도로 거칠게 착륙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연착륙(軟着陸)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는 뜻이지요. 각각 영어의 'hard-landing'과 'soft-landing'에서 따 온 말입니다. 기체가 활주로에 닿을 때 덜컹덜컹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랍니다. 비행기가 적정한 속도로 하강해 사뿐히 내려앉듯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충격이 덜하다면 소비자, 기업, 정부 모두에 좋지 않겠어요.

 

반대로 엔진이 고장이라도 일으켜 기체가 비상 착륙하는 식으로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 경제 주체들은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기 마련이지요.

 

경착륙(불시착)이 심하면 경제 위기가 생깁니다. 우리에겐 외환위기, 세계적으론 1930년대 대공황이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틴틴경제] 경제 경착륙이 뭐죠? © 중앙일보(2001.03.28). 

 

하락세가 분명함에도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 이유는 부동산시장이 연착륙(Soft Landing) 되기를 기대하고 싶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하락폭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경착륙(Hard Landing)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연출될 상황을 생각하면 우려가 앞선다.

 

부동산시장 경착륙의 나비효과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경착륙하게 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건설사들의 연쇄부도보다 ‘금융기관의 부실 가능성’이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니 거래가 부진해 ‘빙하기’가 지속되는 것은 어쩌면 시장이 조정 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착륙이 현실화되면 부동산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 전반에 연쇄적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

 

주택 ‘거래 절벽’ 장기화…부동산시장 커지는 ‘경착륙 공포 © 세계일보(2022.11.01)

 

PF에 수조원 물린 중소건설사 줄도산 공포 © 파이낸셜뉴스(2022.10.25)

 

아파트 거래 부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중소 건설업체 부도가 발생하면 부도업체의 사업장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해준 금융 기관은 연대보증사 또는 지급보증업체를 대상으로 채권 회수를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만약 채권 회수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연대보증사까지 부도가 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금융기관 부실로까지 연결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담보가 아닌 사업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때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다. 토지나 건설사 보증 등을 기초로 발행되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자산담보부증권(ABS)의 한 형태다. 유동화된 ABCP는 다양한 기관투자자들이 매입하게 되고 만약 발행된 이 어음에 부도(채무불이행)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유동화에 관여된 모든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연쇄적으로 문제가 전가될 수 있다. 지금의 레고랜드 사태가 이런 문제이고,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관련 업계만의 줄도산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경제·금융 전반의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가 바로 경착륙인 셈이다.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이 ‘나비효과’로서 경제 전반 경착륙의 시발(始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대부분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자기자본비율이 낮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메이저급의 대형 기업뿐 아니라 중소건설사까지 비슷하다. 부동산시장이 양호할 경우 중소 디벨로퍼(시행사)들의 시장 참여로 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대출과 지급보증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오른 최근 몇 년은 더욱 개발 사업이 집중된 시기다.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발 ‘돈맥경화’는 부동산 및 건설 관련 업체의 ‘우발채무’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한 업체의 우발채무는 연대보증 또는 책임준공 등을 맡고 있는 다른 업체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일부 중소건설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된 대출 및 지급보증 규모가 이미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경착륙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부동산 관련 몇 개 업체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IMF와 금융위기 등 경착륙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그 경제적 폐해를 다시금 겪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착륙을 위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비상한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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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