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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한국일보

낮에만 갈 수 있는 천문대…별 대신 천상의 숲길 누린다

해 떨어지면 '출입금지'...해발 1000m 보현산천문대 옆 '천수누림길'

영천에는 유난히 별과 관련된 시설이 많다. 화산면에는 별별미술마을이 있고, 화북면에는 별빛테마마을이 있다. 카페와 캠핑장은 말할 것도 없고, 예배당과 고시원까지 ‘별빛’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그야말로 ‘별천지’다. 그 중심에 보현산천문대가 있다. 영천과 청송의 경계인 보현산은 주변에 큰 도시가 없어 천체를 관측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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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산 정상 해발 1,000m 부근에 천문대를 에두르며 조성된 '천수누림길'. 천수는 몰라도 천상의 겨울 숲과 발 아래로 펼쳐지는 장엄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1996년 4월에 완공한 보현산천문대에는 광학망원경동, 태양망원경동, 연구관리동 등의 시설에 국내 최대 구경인 1.8m 반사망원경과 태양플레어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광학천문 관측의 중심지로 항성과 성단, 성운과 은하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한 연구시설이다. 일반 방문객에게는 매년 4ㆍ5ㆍ6ㆍ9ㆍ10월 네 번째 토요일 낮 2시간 동안 간단한 강연과 함께 견학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전부다. 야간에는 천체 관측이 진행되기 때문에 방문객은 일몰 전에 모두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 그 아쉬움을 달랠 시설로 산 아래에 ‘보현산천문과학관’을 세웠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재는 이마저도 휴관한 상태다.


그럼에도 보현산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천상의 산책로를 걷기 위해서다. 천문과학관이 있는 별빛 테마마을에서 보현산천문대까지는 굽이굽이 약 8㎞ 산길이다. 핸들을 잡은 사람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지그재그로 돌고 또 돌아 오르는 길이다. 도로 포장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굴곡과 경사가 심해 운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맞은편 숲속으로 들어가는 산책로가 보인다. 천문대 남쪽 산기슭 해발 1,000m 부근에 조성한 ‘천수누림길’이다. 누가 지었는지 다소 고전적이다. 이름처럼 장수가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천상을 누리는 길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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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산 천수누림길의 쉼터 겸 전망대. 별 모양 전망대 아래로 마을 풍경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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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누리길 끝 지점, 시루봉 정상에 서면 숲길에서는 보지 못했던 시원한 풍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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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산 정상에서 보는 시원한 풍경. 보현산댐 뒤로 낮은 구릉과 팔공산 줄기의 능선이 겹겹이 이어진다.

길은 보현산 서쪽 정상인 시루봉(1,124m)까지 약 1㎞, 넉넉잡아 20분이다. 전체 구간에 목재 덱이 깔려 있다. 중간 지점까지는 계단이 없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정상까지 두어 차례 계단이 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아 등산이 아니라 산책이다. 길 중간에 쉼터 겸 전망대가 2곳 있는데 위에서 보면 별 모양이다. 국내 최고 천문대를 보유한 산이라는 자랑이다. 전망대에 서면 지나쳐 온 산마을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 이름 모를 능선이 겹겹이 병풍을 두르고 있다.


겨울 산은 잘남과 못남의 구분이 없어 한편으로 평등하다. 안내판에 참나무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가 숲을 이루고 야생화 천국이라 할 만큼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써 놓았지만 꽃 지고 잎 떨어진 겨울엔 딴 세상 이야기다. 산책로 초입과 끝 부분의 나무 키가 조금 차이가 있을 뿐, 전체적으로 회색빛이고 황갈색이다. 잎 하나 남기지 않은 나무는 바닥과 산책로까지 따스한 햇살을 선물한다. 모든 치장을 훌훌 벗어던진 고산의 겨울 숲이 선사하는 단순함이 생경하면서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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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000m 부근의 보현산 천수누림길. 고산의 겨울 숲이 생경하면서도 신선하다. 보현산 천문대는 연구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탐방객은 해가 지기 전에 모두 산에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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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산 아래에 일반 관람객을 위해 만든 '보현산천문과학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정상에 이르면 숲길과는 또 다른 웅장한 풍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발 아래로 보현산댐 호수가 산그늘에 푸르게 갇혀 있고, 그 뒤로 낮은 구릉과 팔공산에서 연결되는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누구는 천문대 돔 위로 떨어지는 별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하고, 누구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다 하지만 보현산은 ‘별 볼 일 없는’ 한낮에도 이렇게 장엄한 풍광을 선사하는 산이다.

'단심가' 정몽주의 학덕 기리는 임고서원

아쉽게도 보현산 인근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다. 산골짜기 전체가 겨울잠에 든 것처럼 고요하다. 영천 시내로 나오는 길목, 임고면 소재지에 식당과 카페가 여럿 있다. 영천에서 첫손으로 꼽는 역사 유적 임고서원이 있기 때문이다.


임고서원은 이곳이 고향인 포은(圃隱) 정몽주(1337~1392)의 학덕을 기리는 시설이다. 포은은 목은(牧隱) 이색, 야은(冶隱) 길재와 함께 삼은의 한 사람이다. 고려 말기 오부 학당과 향교를 세워 후진을 가르치고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지만, 역사에서는 조선 개국 세력에 맞서 고려 왕조를 지키려다 개성 선죽교에서 이방원 일파에게 피살된 인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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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임고서원에 정몽주가 피살당한 장소인 개성 선죽교를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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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은이 낚시를 즐겼다는 조옹대에 오르면 임고서원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원 앞마당에 당시의 심정을 표현한 ‘단심가’와 그의 모친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 백로가를 새긴 비석이 세워져 있고, 오래된 은행나무 근처에 선죽교를 재현해 놓았다. 포은이 낚시를 즐겼다는 조옹대에 오르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부터 부모의 묘소까지 산책로(2.2㎞)가 조성돼 있다.


영천=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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