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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조선일보

지중해를 품은 중세도시, 로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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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품고 있는 '중세도시' 그리스 로도스의 모습. 도시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 오종찬 기자

지중해의 아름다움과 중세도시의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 거기에 고대 그리스 유적지까지 감상할 수 있는 섬이 있다. 그리스 남동쪽에 위치한 로도스섬은 그동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찍이 그 아름다움을 알아본 유럽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중해에서 튀르키예를 마주보고 있는 그리스 섬 로도스의 숨은 매력을 소개한다.

로도스, 중세도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섬

하늘에서 바라본 로도스의 전경. 성 요한 기사단의 궁전과 성벽 안에 자리잡은 올드 타운이 도심과 어우러져 있다. / 오종찬 기자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남동쪽으로 363km 떨어진 로도스는 웅장한 중세 고딕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중세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에메랄드빛 지중해 바다를 낀 항구도 가지고 있어서 여행객들이 이탈리아나 튀르키예에서 크루즈를 타고 들어오기도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휴가 시즌에는 유럽 각지에서 온 여행객으로 북적일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섬이다. ‘중세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로도스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그리스 로도스에 있는 성 요한 기사단장의 궁전. 14세기 예루살렘에서 건너온 성 요한 기사단이 외부 침략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 / 오종찬 기자

로도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웅장한 궁전과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과 마주한다. 궁전의 이름은 성 요한 기사단장의 궁전. 14세기 예루살렘에서 건너온 성 요한 기사단이 외부 침략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 성 요한 기사단은 당시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던 오스만 제국과 맞서 싸워 이겼는데, 그 위세만큼 웅장한 궁전과 성벽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있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면 각 방마다 용도에 맞게 꾸며진 중세 시대의 장식과 가구까지 복원돼있다. 이는 로도스섬이 이탈리아의 통치를 받았던 20세기 초, 성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이탈리아 제독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대대적으로 복구된 것들이다. 덕분에 세계 2차대전 이후 로도스가 그리스령으로 다시 복귀하면서 현재는 그리스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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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기사단의 궁전과 내부의 모습. 중세 시대 사용했던 장식과 가구가 그대로 복원돼있다. / 오종찬 기자

궁전을 벗어나면 지중해로 이어지는 성벽의 출입문까지 중세 기사단의 거리가 펼쳐진다. 이곳을 걸어가면 마치 중세 시대로 꾸며진 영화 세트장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올드타운’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에는 아기자기한 중세 시대의 문화 요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리스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카페, 기념품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고딕 양식의 건물에서 식사를 하고 성벽으로 연결된 계단에 앉아 지중해 햇살을 맞으며 그리스식 커피를 마시는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성벽 안에 고딕 양식의 낮은 건물들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로도스 올드 타운의 모습. / 오종찬 기자

올드타운의 또 다른 매력은 이슬람 예배당 모스크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모스크 주변에는 아랍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랍 전통 음식점들이 모여있다. 성벽 안에 이렇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건 타문화에 대한 그리스의 포용적인 세계관 때문이다. 로도스는 과거 여러 외세의 지배를 받으면서 로마 가톨릭, 기독교, 그리스 정교, 무슬림 등의 종교가 섬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다른 종교가 들어올 때마다 기존의 문화를 철거하지 않고 기존의 건물들을 그대로 둔 채 새 종교 문화를 받아들였다. 하나의 문화 위에 다른 문화를 덮어 씌우는 방식이다. 덕분에 지금 시대에 로도스 올드타운을 걸어가는 여행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여러 종교들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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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스 올드 타운에는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 오종찬 기자

올드타운에서 꼭 맛봐야 할 것들이 있다. 그리스 전통 음식으로 유명한 수블라키는 돼지나 닭, 양고기 등을 덩어리째 꼬치에 끼워 구워주는 요리다. 불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수블라키는 화덕에 구운 빵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그릭 요거트를 기반으로 오이와 마늘, 각종 향료를 석어 만든 소스 차지키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아서 모든 그리스 음식과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그리스 샐러드는 계절 채소에 염소 우유로 만든 큼지막한 페타 치즈를 얹어서 먹는 게 포인트다. 신선한 페타 치즈는 그리스인들이 어딜 가나 찾는 그들의 애호식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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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진 콜로서스 거상(巨像)을 로도스에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콜로서스(왼쪽. 조감도)는 그리스 로도스 시민들이 마케도니아와 치른 전쟁해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로도스 항구에 만든 것으로 기원전 226년 지진으로 무너졌다. 새로 만들어질 콜로서스는 135m 이상으로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보다 40m 이상 높아서, 지중해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른쪽 사진은 콜로서스가 세워질 로도스항의 전경. / 오종찬 기자

그리스 커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전통 커피 가루를 작은 포트에 넣고 스푼으로 저어가며 끓이다가 거품이 일면 불을 끄고 작은 잔에 담아내는 그릭 커피는 커피 가루가 가라앉을 때까지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마시면 된다. 설탕 한 스푼 정도 넣어 먹으면 깊고 진한 커피의 풍미가 살아난다. 그리스 커피의 진한 향기는 중세 도시 풍경과 잘 어울렸다. 더운 여름철 그리스인들이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차가운 커피 프라페도 꼭 맛봐야 한다. 커피에 차가운 물과 얼음을 넣고 우유 거품을 얹은 달콤한 프라페는 지중해 햇살 아래 그리스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다.

지중해의 숨은 보석, 산토리니보다 예쁜 시미섬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온 사람들이 시미섬에 도착하자 시미섬 항구 주변으로 집들이 모여있는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오종찬 기자

로도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가면 동화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중해의 작은 섬 시미(symi). 유럽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항구를 중심으로 가파른 산비탈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바다를 향해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작은 집들이 모두 비슷한 모양에 유사한 파스텔톤 색감을 가지고 있는데, 시미섬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19세기 당시 유행했던 그리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미섬은 그들의 정체성을 간직하기 위해서 새로 짓거나 고치는 건물 모두 이 양식에 맞춘다고 한다. 오래전 조성된 마을이라 집들 사이로 뻗어있는 좁은 골목도 특징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영화 소품 같은 계단과 멋스러운 골목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간혹 골목을 오가는 당나귀와도 마주친다. 골목이 좁아서 차량 이동이 쉽지 않아 시미섬 사람들은 아직도 당나귀를 이용해 물건을 운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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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미섬 전경. 항구를 중심으로 2000여 채의 집들이 바다를 향해 정돈돼있다. / 오종찬 기자

시미섬의 골목을 구경하다가 산비탈 위로 올라가면 시미섬 전경을 볼 수 있다. 바다를 향해 지어진 2000여 채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현재 절반 이상이 비어있는 이 집들은 휴가 시즌이면 유럽 각지에서 시미섬으로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제공된다. 한국의 ‘제주 한 달 살이’처럼 그리스에서는 ‘시미섬 한 달 살이’가 인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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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섬의 특산물인 천연 스펀지를 팔고 있는 상점. 깊은 바다에서 채집한 스펀지일수록 부드럽고 비싸다. / 오종찬 기자

시미섬에서는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천연 스펀지 판매점들이다. 19세기 시미섬에서 작은 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마을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후 시미섬의 주된 산업 중 하나는 천연 스펀지(Sponge) 수출이었다. ‘바다의 금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스펀지는 깊은 바닷속 바위에 붙어서 물속에 있는 식물 플랑크톤 등을 먹으며 자라는 동물로, 계통분류학적으로 보면 동물계 생물 중 인간과 가장 멀다. 시미섬 앞바다에는 엄청난 양의 스펀지가 자라고 있다. 


시미섬 주민들은 자원 보호를 위해서 5년에 한 번만 채집할 수 있고,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밑동에서 최소 5센티미터를 남기고 잘라야 한다. 깊은 수심에서 채취할수록 스펀지는 단단하고 결도 곱다. 그래서 깊은 수심에서 채집할수록 가격이 높다. 대부분 가정에서 목욕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샤워볼에 비해 스펀지는 피부 자극도 없고 아토피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유럽에서는 피부과에서 처방하기도 한다. 주먹만 한 스펀지 하나가 시미섬에서 25유로(약 3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유럽 각지로 수출하는 천연 스펀지는 시미섬의 효자 상품이 아닐 수 없다.

린도스, 아크로폴리스 신전과 하얀 마을을 간직한 곳

그리스 린도스 억덕 위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에 아테나 신전이 우뚝 서있다. 뒤로 하트 모양의 해변이 보인다. / 오종찬 기자

로도스에서 동쪽으로 뻗어있는 해안 도로를 달리면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농장을 지나 순백색의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언덕 위로 아크로폴리스와 신전이 보인다. 고대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린도스다. 유럽 사람들이 크루즈로 로도스를 찾으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온통 백색의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을 걷다 보면 산토리니 같은 느낌도 든다. 하얀 마을을 걷다 보면 마주치는 그리스 전통 가옥을 개조한 식당과 카페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린도스의 상징이 당나귀인데, 당나귀 정류장에 가면 당나귀를 타고 하얀 마을을 누비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린도스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다. / 오종찬 기자

하얀 마을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거대한 아크로폴리스와 마주한다. 해발 116미터에 위치한 아테나 신전이다. 지중해 바로 옆에 있는 린도스의 아크로폴리스는 수도 아테네 도시 중심에 있는 아크로폴리스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우뚝 서있는 아테나 신전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매력적이었다. 그리스에서 발행되는 달력에 자주 등장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휴양도시답게 린도스의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언덕 주변에는 모래사장이 발달해있다.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가르는 요트가 자주 눈에 띈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신전 뒤로 하트 모양의 해변이 보였다. 고대 유적지와 지중해의 절경이 완벽하게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린도스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 있는 하얀 마을의 모습. 로도스에서 동쪽으로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면 만날 수 있다. / 오종찬 기자

그리스 로도스섬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40분쯤 날아가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터키에서 지중해를 건너는 크루즈선을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로도스를 가고 싶어 하는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한국과 로도스 간의 직항 노선 개설도 추진되고 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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