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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넥타이는 ‘아재’ 패션? “요즘엔 MZ 여성들이 맵니다!”

남성 직장인 전유물 넥타이

패션템으로 쓰는 2030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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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MZ 세대 여성이 늘고 있다. 연예인도 예외는 아니다. 왼쪽은 걸그룹 ‘마마무’의 문별, 오른쪽은 ‘오징어 게임’으로 스타덤에 오른 모델 정호연이 넥타이를 맨 모습. /인스타그램·루이비통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넥타이를 매는 편이에요. 회의나 발표가 있을 때요. 넥타이를 매면 뭔가 당당해지는 느낌이에요. 처음엔 몇몇 동료들이 어색해했는데, 이제는 노타이로 가면 ‘오늘은 왜 이렇게 캐주얼하게 하고 왔느냐’고 하더라고요.”

직장인 이민아(35)씨의 옷장에는 넥타이가 20여 개 정도 걸려 있다. 아버지나 오빠 것이 아닌, 이씨가 손수 사모은 자신의 패션 아이템이다. 이씨가 넥타이를 매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잡지에서 흰색 셔츠에 검은색 타이를 매치한 여성 모델이 엄청 멋있어 보였어요. 평소에도 바지 정장을 주로 입는데, 넥타이로 포인트를 주니까 좀 더 스타일리시해진 느낌을 받았죠.” 그는 유튜브로 넥타이 매는 법과 딤플(넥타이 맸을 때 가운데 쏙 들어가는 것) 잡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남성 직장인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넥타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MZ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패션(성별 구분을 따로 하지 않는 패션)’의 일종이다. 과거에는 ‘넥타이를 착용한 여성’을 패션쇼나 화보, 또는 스쿨룩 패션의 아이돌 가수 무대 등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터나 학교 등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일 한 직장인 인터넷 카페에는 흰 오버사이즈 셔츠에 검정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어느 여성 직장인의 ‘OOTD(Outfit Of the Day·오늘 입은 옷차림)’ 인증샷이 올라왔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넥타이를 한 자신의 사진을 ‘여자 넥타이 코디’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젠더리스 의류브랜드 ‘ACBF’에서는 현재 6종의 넥타이를 판매하고 있는데, 여성 구매자들은 ‘처음 매봐서 어렵지만 예쁘다’ ‘앞으로 경조사는 무조건 넥타이와 함께 할 것’ ‘여성 몸에 맞춘 타이라 소검(폭이 얇은 쪽)이 많이 남지 않는다’ 등의 구매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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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남한산성아트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박지현 당시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이 투표를 하는 모습으로, 그는 폭이 넓은 넥타이를 맸다. 오른쪽 사진은 임현주 아나운서가 넥타이를 한 모습. /뉴시스·인스타그램

유명인 중에도 패션 아이템으로 넥타이를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이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다. 1996년생인 그는 공식 석상에서 주로 바지 정장을 입는데, 품이 넓은 재킷과 드레스 셔츠에 넥타이를 매치하곤 한다. 지난달 27일 사전선거를 할 때에도,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서도 넥타이를 착용했다. 그는 폭이 슬림한 넥타이보다는 두꺼운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넥타이를 비롯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MBC 임현주·김수지 아나운서도 넥타이를 매고 방송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임 아나운서는 한 강연에서 “(넥타이는) 우선 멋스럽고, 셔츠 몇 벌과 넥타이 몇 개가 있으면 의상을 고르는 고민이 확 줄어든다. 내게는 (넥타이가) 편안한 의상”이라며 “누군가는 ‘너 남자처럼 되고 싶니?’라고 묻는데, 아니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갇히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모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걸그룹 마마무의 문별 등 많은 아이돌 스타도 넥타이 패션으로 주목받았다.


루이비통, 구찌, 겐조 등 명품 브랜드들의 2022 가을/겨울 여성 컬렉션 쇼에서는 넥타이 패션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루이비통 쇼에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던 모델 정호연이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정호연은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과 스트라이프 패턴의 회색 와이드 팬츠, 그리고 노란색 꽃무늬 넥타이를 착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 콜먼은 지난 3월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 진행된 파티 때 검정 가죽 넥타이를 매 화제가 됐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2022년 가을 시즌 필수 트렌드 중 하나로 넥타이 등 젠더리스 액세서리를 꼽았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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