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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아시아경제

'위장'과 '위장무늬'의 비밀

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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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무늬 전투복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 디지털 무늬 위장 전투복을 입은 군인 한 명이 은폐해 있습니다. 찾았나요? 아래 사진의 왼쪽에 은폐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군인이 보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위장(僞裝, Camouflage)'은 모습이나 형태를 감추기 위해 배경과 같게 몸의 색깔이나 모습을 변형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위장은 주로 군대에서 군인이나 무기, 장비, 시설 등의 구별이나 움직임을 적으로부터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군인의 경우 임무에 따라 지정된 전투복을 입습니다. 시가지에서의 전투가 주요 임무인 군인과 밀림이나 눈쌓인 산악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의 전투복은 서로 달라야 합니다. 한국군의 경우 최근 도심지역 전투 등 한반도의 전장 환경이 변했다고 판단, 엄폐·은폐 효과가 높아 생존 가능성이 커진 디지털 무늬 전투복으로 위장패턴이 바뀐 전투복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전투복에 적용하는 위장무늬는 과거에는 얼룩무늬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픽셀 무늬 위장이 널리 사용되는 추세입니다. 디지털 무늬 위장을 처음 도입할 당시에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형태의 사각형 점들이 모여있는 무늬가 오히려 시인성이 높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눈이 이 사각형의 점들을 부자연스럽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뭉개진 형태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고, 비슷한 색상의 얼룩무늬 위장과 디지털 위장의 성능 비교에서도 디지털 위장이 훨씬 우수하다는 점이 증명되면서 보편화된 것입니다.


전투복으로 위장할 수 없는 군인의 피부는 위장크림이나 마스크 등으로 위장합니다. 유분이 존재하는 사람의 피부는 빛을 반사해 어두운 곳에서도 시인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흑인이나 피부가 검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전장의 환경과 임무 등에 따라 전투복을 바꿔 입거나 위장크림을 발라 모습을 감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무기나 장비, 시설 등은 어떻게 위장할까요? 전투복과는 약간 다른 '위장무늬'를 사용합니다. 위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이고, 적의 눈에 띄더라도 무기의 크기와 진행 방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채도와 명도, 색상이 확연히 대비되는 두 가지 이상의 색상을 사용해 위장 무늬를 그려 무기나 장비가 가진 원래의 윤곽선을 망가뜨립니다. 밝은 모래색과 검은색 계통의 지렁이 무늬로 이런 대비효과가 극대화되는데 특히 야간에 효과가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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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의 교외 한 마을의 모습(사진 위). 그러나 이 마을은 록히드마틴의 군수공장입니다(아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위장막으로 가려진 곳 아래서 일하고 있었습니다.[사진=www.lockheedmartin.com]

그러나 열영상식 야시장비가 실용화되면서 위장도료의 색상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자 장비나 시설의 윤곽선을 흐리는 것보다 주변 환경에 동화되는 방향으로 위장무늬를 바꾸게 됩니다. 미군은 1983년부터 녹색, 갈색, 흑색의 3가지 색을 균등하게 사용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용 3색 위장무늬를 채택하게 됩니다.


흑색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의 눈과 주변환경과 적외선 방출량이 비슷한 특수도료를 사용해 적의 관측을 흐리게 하는 것입니다. 흑색을 차량 등 장비의 전체 면적의 3분의 1까지 늘려 사용하고, 녹색과 갈색의 명도와 채도는 낮춰 주간 위장효과를 더 높인 것이지요.


1990년대 들어 NATO 가맹국의 육군이 모드 이 위장무늬를 사용하게 되면서 적군은 장비의 위장무늬만 보고도 장비의 소속 국가와 부대를 알아맞힐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군은 어떨까요? 군용 트럭이 지나가면 볼 수 있는 위장무늬는 1970년대 미군의 기동장비 연구개발사령부(MERDC)가 사용하던 4색 위장무늬 패턴을 모방한 것입니다. 이 위장무늬는 지난 40여년간 사용해왔고,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장비에 NATO 공용 3색 위장무늬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4색 위장무늬를 사용하는 차량도 많습니다.


초계함이나 순양함 등 함정은 과거에는 실제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도록 하거나 함포를 화물처럼 보이도록 위장했지만, 요즘은 아예 일반 상선이나 소형 선박처럼 보이도록 위장 도색한다고 합니다. 원거리에서 잠수함 등이 함종을 오인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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