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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김국현

구글 캘린더, 자기계발의 신화는 어떻게 앱이 되는가

구글 캘린더, 자기계발의 신화는 어떻

구글 캘린더에 신기능이 등장했다. 바로 목표(Goals)라는 기능. 일정을 되풀이해 만들어주는 일종의 반복 일정 등록 기능이다. 기능 자체로는 특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런데 이 기능, 실은 상당히 시류 영합적이다.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자기 혁명이라는 성공 철학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구글 캘린더는 상당히 노골적으로 자기계발의 도구가 되려 하고 있다.

 

구글 캘린더의 목표 버튼을 누르면, 다섯 가지 목표의 큰 장르가 제시되는데, 잘 살펴보면 그 본질은 운동, 스킬업, 교감, 명상, 정리로 자기 계발의 5대 분야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근래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계발서가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아침마다 정해진 일련의 의식을 하라는 것.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집필 배경. 좌절에 빠진 이 책의 저자가 절망 속에서 자기계발 방법론을 종일 검색해 보니 여섯 가지로 수렴되더라는 것. 이 여섯 가지를 아침에 한꺼번에 다 해보자라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구글 캘린더의 목표는 여섯 가지가 아니라 다섯 가지지만 그 구성은 흡사하다. 세상의 자기계발이라는 것이란 그만큼 뻔하다.

 

그리고 자기계발의 반복적인 지령 또한 대개 비슷한데, 요약하자면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미리 잡아두라는 것. 구글 캘린더는 이 지령을 앱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목표를 실제로 설정해 보니, 이런... 저녁 7시부터 잡아 버렸다. 퇴근은 언제 하라는 것이지? 미루면 또 알아서 다시 잡아준다지만 아직은 ‘일정표에는 없는 일정’을 살필 만큼 똑똑하지는 않다. 그래도 자동으로 스케줄을 채워주니 백수 등 특별히 스케줄이 없는 이들도 구글 캘린더를 쓸 이유가 생긴다.

 

어쩌면 나의 시간은 이제 나의 시간이 아니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내 생활 패턴과 커뮤니케이션을 파악해 거꾸로 이런저런 자기계발을 하라고 마음대로 캘린더에 끼어들어 올지도 모른다.

 

“쓰시는 영어 이메일 수준을 보니 외국어 공부를 더 하셔야겠어요. 앞으로 매일 6시에 일어나세요.”

 

그건 그렇고 왜 자기계발은 이 사회에서 흥할까. 현실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정치 운동이나 사회 개혁으로 현실을 개조하는 것보다는, 통제 가능한 나를 바꾸기가 더 쉽고 빠르고 명쾌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노력하면 분명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믿으며, 컴퓨터의 알림에 맞춰 행동하는 미래에 우리는 초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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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hyun
채널명
김국현
소개글
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