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맥주는 야구의 금지 품목이었다

[명욱의 술 인문학]

작년 이맘때 KBO에서는 규제 하나를 완화한다. 바로 야구장 캔맥주 반입이 허용된 것. 그동안 맥주는 일회용 컵에 담아서만 마실 수 있었다. 이렇게 금지했던 이유는 2014년 취객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심판을 공격하고 관람석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2015년 캔음료 반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한 해 동안 400만개 일회용 컵이 버려지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다시 캔맥주 등 캔음료 반입이 허용된 것이다.


세계일보

야구장 내 맥주 반입은 아메리칸 리그의 전신인 AA에서 시작했다. 반면 내셔널 리그의 전신인 NA에서는 청교도와 여성 인권주의자의 반발 등을 이유로 맥주 반입과 일요일 경기를 반대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렇다면 언제부터 야구장 내 맥주 음용이 가능했던 것일까. 우선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를 봐야 한다. 현재 미국 MLB는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로 나뉘어 있다. 1860년대부터 보수를 받고 야구를 하는 지금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등장하게 되고, 1869년 최초의 프로야구 구단이자 봉중근, 추신수 등이 몸담았던 현 ‘신시내티 레즈’의 전신인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미국 전역을 돌면서 시합을 하고 그 이름을 알린다. 이후 각 도시에 프로야구팀이 생기지만 프로야구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 사이에서 내분이 발행, 이 두 조직을 분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1871년 최초의 프로야구 리그인 내셔널 리그의 전신인 프로야구 선수 전국연합회(NA·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ional Base Ball Players)였다. 그리고 내부 조정을 거쳐 1876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셔널 리그가 정식으로 발족하게 된다.


문제는 이 내셔널 리그가 초기에는 맥주 판매를 금지했다는 것이다. 또 일요일 경기를 금지했다. 예배를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청교도 정신을 살린 프로야구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여성 인권주의자들이 지속해서 금주법을 주장했던 사회적 배경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 반발하는 팀이 나타났는데 그것이 최초의 프로야구팀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다. 이들이 이 제도를 따르기 어려웠던 이유는 신시내티에 맥주의 종주국인 독일 출신 이민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패배가 많아지다 보니 맥주를 팔지 않고, 일요일에 경기 일정을 잡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가 없었다.


결국 내셔널 리그는 신시내티를 추방한다. 이에 신시내티는 당황하지 않고 여러 도시를 모집, 야구 리그 결성을 도모한다.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내건 슬로건이 ‘블랙잭과 매춘부’의 테마파크가 아닌 맥주와 일요일 시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아메리칸 리그의 전신인 미국 야구클럽연합(AA·American Association of Baseball Clubs)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팀 소유자는 맥주 양조장, 증류소, 그리고 주점 등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내셔널 리그는 AA에 대해 맥주와 위스키 리그(Beer and Whiskey League)라고 조롱 섞인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AA는 맥주, 무도회 등을 결합해 첫해 내셔널 리그보다 무려 4배의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리그는 10년이 지나면서 허물어졌고, 내셔널 리그는 이들 팀을 수용하면서 경쟁자를 물리친다. AA는 오대호 주에 있던 웨스턴 리그(Western League)에 흡수당하며, 지금 뉴욕 양키스 등이 활약하고 있는 아메리칸 리그를 탄생시킨다. 그리고 1891년 내셔널 리그도 맥주 판매를 시작했고, 그리고 일요일에 야구 경기를 진행한다.


이러한 역사를 봤을 때 어쩌면 야구와 맥주는 실과 바늘의 관계일 수도 있다. 경기를 즐기는 데 촉매제가 되기도 하며, 이윤을 남기는 중요한 상품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술로 인한 폐해가 없었을 때 이러한 산업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술을 즐기고 싶다면 더욱 주의하며 마셔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세계일보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오늘의 실시간
BEST
segyenews
채널명
세계일보
소개글
빠르고 정확한 전달을 위해 세계일보의 불은 늘 켜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