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식재료’ 고구마, 조리법 따라 혈당지수 달라진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남녀노소의 ‘영양간식’으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고구마는 지난 몇 년 사이 전 세계 식품업계가 주목한 ‘건강 식재료’로 떠올랐다.
글로벌 식음료 시장조사기업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전 세계 식음료업계에 고구마를 활용한 식음료 제품이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마가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은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영양상 이점이 많다. 고구마는 풍부한 영양성분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시대 식량 자원으로 선택한 식품으로 꼽혔을 정도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고구마의 강점을 입증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를 매일 먹는 사람은 전혀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절반으로 줄었다. 고구마에 함유된 베타카로틴과 당지질의 강글리오사이드가 항암 작용을 도왔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도쿄대 의과학연구소 연구에선 고구마의 발암 억제율이 항암 효과가 있는 여러 채소 중 1위를 차지했다. 고구마에 함유된 다양한 영양성분이 이 같은 항암효과를 만든다. 양질의 식이섬유는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 대장암을 예방에 도움이 되고, 껍질에 많은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암 예방에 뛰어나다.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은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특히 폐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고구마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주목도가 높아졌다. 고구마는 단맛을 내면서도 혈당지수가 낮은 ‘저혈당 식품’이기 때문이다.
고구마의 혈당지수는 55 밖에 되지 않는다. 혈당지수(GI·Glycemic Index)는 포도당이나 흰빵을 기준(100)으로 어떤 식품이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다. 혈당지수가 낮을수록 소화가 늦고, 포만감이 오래 지속돼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 이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북미 지역에선 GI지수가 높은 단순 탄수화물 식품을 피하려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열량( 100g당 생고구마 111㎉, 찐고구마 114㎉, 군고구마 141㎉)과 GI지수가 낮은 고구마가 선택받고 있다.
고구마는 흥미롭게도 조리법에 따라 GI지수가 달라진다. 2006년 호주 시드니 대학에선 다양한 조리법으로 고구마의 GI지수를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150g 짜리 고구마를 껍질을 벗긴 뒤 물에 삶는 방법,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방법, 오븐이나 숯에 굽는 등 4가지 방법으로 진행된 실험이다.
실험 결과 삶은 고구마는 고구마의 화학구조를 바꿔 전분이 체내 효소에 의해 더 쉽게 소화되도록 하고, 식사 이후 혈당이 갑자기 치솟다가 다시 빠르게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 증상을 방지한다.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는 30분간 삶을 경우 GI지수가 46으로 떨어진다.
반면 고구마를 구울 경우 혈당 지수는 더 높아진다. 고구마를 굽는 조리과정이 저항성 전분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전분의 한 종류인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은 체내에서 아밀라아제가 포도당으로 분해하지 못해 신체에서 흡수되지 않는 대신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된다. 이로 인해 식이섬유와 유사하게 작용, 장내 박테리아에 영양을 공급한다.
연구 결과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고 숯에 구울 경우 GI 지수는 82로 뛰어오른다. 오븐에 구울 때도 마찬가지다. 45분간 구워진 고구마의 혈당지수는 94나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흰쌀, 바게트와 같은 수치다.
튀기거나 볶은 고구마는 구운 고구마보다는 낮지만 삶을 때보다는 월등히 높은 GI지수를 가진다. 껍질을 벗기고 식물성 기름에 튀길 경우 GI지수는 76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케이크, 도넛, 젤리, 와플과 동일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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