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보듬으러 떠난 1박2일… 내가 치유됐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금빛 모래 위에 유럽에서나 볼 법한 빨간색 2층 버스와 `LOVE` 사인을 배경으로 짙푸른 동해가 펼쳐진다. |
여행+와 야놀자가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작은 참여, 큰 숲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은 참여, 큰 숲 만들기'는 6월 말까지 야놀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는 고객 이름으로 묘목 1만그루를 기부하는 사회 공헌 프로젝트다. 여행+도 'Again 강원'이라 명명한 캠페인을 통해 산불로 훼손된 강원 지역 산림 자원을 복구하고 강원도 여행을 독려한다.
올해만 다섯 번째 여행이다. 주말 나들이까지 포함해 거의 매주 나간다고 가정하면 그 횟수는 20번을 족히 넘는다. 아빠를 닮은 네 살 큰딸과 아빠를 더 닮은 두 살 막내딸은 오늘도 신났다. 차 안은 어느 샌가 어린이집을 방불케 한다.
에너자이저 두 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가 최선이다. 이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매 주말이 다가오기 전 어디를 갈지 고민을 거듭한다. 적절한 뜀박질과 몸 쓰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곳, 나아가 교육적 효과에 잠시라도 휴식까지 취할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사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드물다. 그래서 검색에 또 검색을 거듭한다.
그러다 마음이 끌리는 곳을 찾았다. 강원도 속초다. 아름다운 바다와 설악산의 비경이 끝내주는 곳이니 구구절절 덧붙일 설명은 필요가 없을 듯하다. 다만 이번 여행은 다른 때와는 좀 달라야 했다. 지난 4월 화마가 휩쓴 주요 지역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산불은 피해 면적으로만 따졌을 때 역대 세 번째로 넓은 2832㏊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때 속초 인근을 비롯해 강원도 전역에서 호텔 등 예약 취소가 줄을 이었다고 하니 당시 심각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대형 화재를 당해 고통받는 이들을 뒤로하고 여행한다는 것이 꺼림칙하다는 의견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발길을 외면할수록 지역 경제는 더 어려워지니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그래서 작게나마 강원도 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속초 여행은 의미가 남달랐다. '여행이 곧 기부'라는 캠페인처럼 마치 우리 가족의 한 걸음이 기부라는 것이 뜻깊었다. 실제로 여행+와 야놀자가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강원 지역 숙박을 예약·결제하면 강원도에 나무 한 그루를 더 심는 일이었기에 더욱 발걸음이 가벼웠다.
서울에서 속초까지는 200여 ㎞. 서울~양양 고속도로 덕에 2시간30분이면 닿는다. 예전 같으면 4시간은 족히 걸렸을 거리. 시간 이동을 하듯 금세 도착한 느낌이다. 답답한 도시를 탈출한 기념으로 곧장 속초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성냥갑 여러 개를 붙여 놓은 듯 단층 건물이 이어져 있어 아기자기한 속초 시내를 지나니 우뚝 솟은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 근처에 다다랐다는 징표.
롯데리조트 속초 워터파크. 개장한 지 2년도 안 된 신상이다. |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한창때 해수욕장까지는 아니지만 바다를 즐기려는 이가 꽤 많아 놀랐다. 어떤 이들은 아예 바다에 몸을 담그기까지 했고, 가볍게 파도를 발에 얹으며 물장구치는 이들은 부지기수. 두 딸도 당연히 동참했다. 총총걸음으로 모래사장을 내달리더니 바닷물 앞에까지는 한달음이다. 사실 아직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차가웠다. 역시 동해는 동해였다. 잠시 해수욕장 전경을 살폈다. 1.2㎞에 달하는 백사장에서 위용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예쁜 해수욕장을 더 돋보이게 하는 전시물이 '옥에 옥'처럼 곳곳에 자리한 것도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관광객들 카메라는 '2019'라 쓰인 사인에서 한 번, 대형 액자에서 한 번, 그네와 벤치, 속초를 영문으로 쓴 전시물에서 한 번씩 머물다 갔다. 작품 사진을 찍듯 공들이지 않아도 꽤 그럴싸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을 보면 인증샷 포인트가 확실했다. 우리 가족도 물론 '찰칵'.
아직 차가운 바닷물은 뒤로하고 뜨거운 온천수가 쏟아지는 척산온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대신 온천수에 몸을 담그지 않고 족욕만 즐겼다. 척산온천지구 입구 쪽에는 관광객을 위한 족욕공원이 갖춰져 있다.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답게 무료로 운영한다. 50도가량인 온탕과 냉탕으로 구분돼 있고, 발을 지압할 수 있게 바닥이 대부분 자갈로 이뤄져 있다. 냉온탕을 슬슬 걸으며 지압을 받다 보면 피로가 풀리듯 시원한 기분마저 든다.
무엇보다 척산 온천수의 매력은 물을 데우지 않는다는 것. 천연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온천수에 포함된 성분이 고스란히 보존돼 노폐물 제거라든가 아토피 등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족욕을 하고 나오면 피부가 매끈매끈한 느낌이 난다. 그 때문인지 아이들이 유난히 즐거워한다.
족욕 체험이 못내 아쉬운지 물에서 떠나려 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워터파크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상낙원 같은 곳 중 단연 으뜸이 워터파크 아닐까. 척산족욕공원에서 15분 거리인 대포항에 자리한 롯데리조트 속초 워터파크. 개장한 지 2년도 안 된 신상이다. 리조트 자체가 바닷가 쪽으로 돌출된 형태로 지어져 인피니티풀 시야가 그야말로 압권이다. 웬만한 루프톱 수영장은 저리 가라 할 만큼 인상적이다. 천연으로 만든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고도가 높아 아찔한 쾌감도 누릴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소문난 이유가 워터파크 때문이라고 할 정도로 구성도 좋다. 크로스 액티비티풀이 대표적이다. '런닝맨' 등에서 미션을 수행하듯 징검다리 건너는 곳에서는 실제로 아이들끼리 경쟁을 할 정도다. 수상 시소나 미끄럼틀, 물총 쏘기 등 아가자기하게 잘 갖춰진 키즈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기기 좋다. 한바탕 놀았으니 쉬어야 할 터. 하루의 대미를 장식할 곳은 속초와 고성의 경계에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인증샷 스폿으로 명성을 떨치는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다. 특히 리조트 전용 해변으로 난 백사장이 단연 최고다. 금빛 모래 위에 유럽에서나 볼 법한 빨간색 2층 버스와 'LOVE' 사인을 배경으로 짙푸른 동해가 펼쳐진다. 3색의 조화 자체가 하나의 명품 그림을 연상케 한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 속초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아직 산불 피해가 남아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산등성이 중간중간이 그을려 마치 예전 군복을 떠올리게 하는 곳도 있었고, 불에 타 앙상한 기둥만 남은 건물도 여러 채 만났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분명 예전의 아름다운 속초가 우리 곁에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강원도의 힘'을 믿는다.
[속초 =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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