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늘리는 개인투자자, 채권금리에 따른 채권투자방법은?
| 물가와 채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거나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시중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물가도 빨리 오릅니다. 물가 오름세가 확산하면 채권 금리도 오릅니다. 왜 그럴까요?
물가가 뛰면 채권 시세는 떨어지기 때문이죠.
물가가 오르면 돈 가치는 떨어집니다. 돈 가치가 떨어지면 채권 투자자는 손해를 보지요. 채권 만기 때 받을 원금과 이자는 액수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죠.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채권 투자 역시 전망이 어두워지지요.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채권 매도에 나섭니다. 그러면 채권시장에서 채권 공급이 늘어나면서 채권 시세가 떨어지고,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상승세를 타게 되지요.
채권은 자금시장에서 거래 비중이 가장 큰 상품이므로 채권 금리가 오르면 자금시장에서 거래하는 나머지 모든 금융 상품의 금리에도 상승 압력을 주고 궁극적으로 시장금리를 밀어 올립니다.
한편, 경기가 좋아지면 시중 자금 수요와 채권 발행 수요도 커집니다. 채권은 발행 수요가 커지면 시세가 내리지요. 반대로 채권 금리는 오르고 그 여파로 시장금리도 오릅니다. 이런 이치로 미국에서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 물가와 금리가 함께 오름세를 탑니다.
미국은 세계 금융과 경제의 중심지입니다. 미국에서 물가와 금리가 뛰면 세계가 영향을 받지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생기고 채권 금리가 오르면 나머지 세계 각국에서도 채권 금리를 포함한 시중금리가 일제히 뛰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채권 금리부터 주택 담보대출 금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리가 잇달아 오르지요.
증권시장은 증권을 발행하는 발행시장, 발행된 증권을 매매하는 유통시장으로 나뉩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대신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유통시장은 다시 장내시장과 장외시장으로 나뉘는데, 국내 대표적인 증권 장내시장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 채권시장 등입니다. 장외시장은 주로 금융기관 창구가 맡지요.
채권도 주식처럼 장내·외에서 살 수 있습니다. 장내시장, 곧 한국거래소 채권시장에서는 채권도 주식처럼 일정 요건을 갖춰 등록한 종목만 거래합니다. 거래 조건이 규격화되어 있고 거래 시간도 한정되어 있지요.
한편, 장외 즉 금융기관 창구에서는 거의 모든 채권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장내거래가 중심이지만, 채권은 장외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거래합니다. 대부분 증권사 채권 인수 부서를 통하거나 증권사와 증권사, 증권사와 그 밖의 금융사 또는 기업 법인을 포함한 기관투자가 그리고 기관투자가 간에 개별적으로 거액을 대량 매매합니다.
채권 거래를 주로 장외에서 하는 이유는 종목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규시장에서는 상품 규격화나 조직화가 쉬워야 매매하기 편하고, 종목이 너무 많으면 매매가 어렵습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과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채권은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하지요.
채권 장외시장은 주식 장외시장과 달리 거래 단위가 매우 큽니다. 시장과 거래자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만, 대개 거래 단위가 적어도 5,000만 원부터 출발하고 10억 원 또는 100억 원 이상이지요. 주로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이 중심이 되어 거액을 경쟁 입찰 형식으로 매매하므로 개인은 매매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개인들이 직접 채권을 매매하는 경로는 주로 증권사를 통하는 것입니다.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어 놓고 이따금 증권사에서 1억 원이나 5,000만 원 이하의 소액으로 쪼갠 채권을 팔 때 사면 되지요. 더 쉽게 사는 방법은 증권사, 은행, 자산운용사에서 파는 채권 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인식돼 온 채권에 눈을 돌리는 일반 투자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주식보다 안전하고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아 개인투자자가 급증한 것이죠. 채권형 ETF 상품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습니다. 채권 수익률 상승과 더불어 투자 편의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채권 가격 하락에 유의해야 합니다. 채권은 금리가 높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므로 지금처럼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손실 볼 가능성이 크지요. 실제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많습니다.
채권 투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사들인 뒤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거나, 만기 전에 팔아서 시세 차익을 보는 것이지요. 만기 전에 팔아서 시세 차익을 보려면 시장금리 동향을 주시해야 합니다. 시장금리가 채권 투자 득실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시장금리가 채권 투자 득실을 좌우하는 이치는 새로 발행된 채권과 이미 발행해서 유통 중인 채권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발행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시장금리가 내릴 때 표면금리도 함께 내립니다. 시장금리가 내리는 만큼 채권 발행자도 표면금리를 덜 주려고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장금리가 내릴 때 신규 발행채를 산다면 전보다 금리 수익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통시장에서 이미 발행되어 유통 중인 채권은 사정이 다릅니다. 시장금리가 내리면 금리 하락 이전에 발행된 채권은 상대적으로 표면금리 수준이 높아지지요. 그만큼 수익성이 좋아지므로 투자 수요가 몰려 채권 매매가가 오릅니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오르면 정반대의 현상이 생기지요. 유통 중인 채권은 금리 상승 이전에 발행된 만큼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표면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지므로 투자자가 외면해 시세가 떨어지지요.
이처럼 유통시장에서 채권 시세는 시장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매매해 시세 차익을 내려면 시장금리가 높을 때, 즉 채권 매매가가 낮을 때 사고 시장금리가 내렸을 때, 즉 채권 매매가가 올랐을 때 팔아야 합니다.
시장금리 방향과 반대로 투자해야 하므로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채권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시세가 낮을 때 사고 높을 때 팔면 되므로 다른 자산 투자법과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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