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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하는 국제유가가 미국의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경기침체에 대해서 "

SUMMARY

2023년 상반기는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AI를 등에 업고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애플도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고, 테슬라도 반등세에 올랐죠. 국내 증시도 2차전지를 필두로 증시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2022년 하락을 딛고 본격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상승을 점칠 때 필자는 그동안의 경기 사이클을 분석하며 낙관하긴 어렵다며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필자가 말한 이후 증시는 정말 하락 국면에 들어섰는데요. 지금 그는 증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국제 유가와 물가, 그리고 연준 기조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istock

 

미국의 전년 대비 CPI 소비자물가지수. CPI(YoY)는 7%를 기록하며 2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6월 CPI(YoY)가 당분간 최저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investing.com

 

스멀스멀 다시 오르는 CPI 지난 9월 13일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인 8월 CPI(전년 대비, 이하 YoY)가 발표됐는데요. 예측치보다 0.1% 높은 3.7%로 나왔습니다. 7월 CPI(YoY) 3.2% 보다도 0.5% 높게 나와서 물가지수가 두 달 연속 반등하게 됐고 전월 대비(이하, MoM) 물가상승률은 0.6%나 되었습니다.

6월 CPI가 3.0%로 저점을 기록한 다음 7월 CPI는 0.2%가 올랐는데, 이는 유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이번 8월 CPI는 유가가 반영된 이후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전월 대비 기준으로 물가가 예상치 보다 높게 오를 수 있다고 가정해보아야 합니다.

 

지난 6월 CPI(YoY)가 0%로 발표된 이후 작성된 향후 CPI(YoY)의 예상 경로를 나타낸 그래프. CPI(MoM)이 앞으로 어떻게 나오냐 에 따라서 연말까지 CPI(YoY)는 상승 경로를 그리게 됩니다. © bloomberg

 

과거 투자노트에서 알려드린 하반기 Headline CPI 예측 그래프를 살펴보면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CPI(YoY)가 하락한 것은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물가가 크게 상승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 덕이 컸습니다. 마침 유가도 하락하며 진정되고 있었죠. 하지만 최근에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앞으로 1년은 지난 한 해 동안 CPI가 하락한 것에 대한 역기저효과로 CPI(MoM)이 적게 나온다 해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2023년 상반기 CPI(MoM)은 0.3%였는데 같은 수준으로 매월 물가지수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CPI(YoY) 기준으로 연말에 4.7%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역기저효과 때문이죠. 그런데 유가가 다시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8월 CPI 발표처럼 유가가 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0.6%씩 오르는 것이 지속된다면 올해 연말에 CPI(YoY)가 6%대를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2023년 10월 6일 기준 미국 나스닥 100 지수의 월 봉 그래프. 2010년부터 시작된 나스닥 지수의 하이먼 민스키 모델 버블은 2022년 2차하락 이후 2023년 ‘현실부정’ 반등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강력한 추세 전환 신호인 더블탑(double-top)이 확인됩니다. © tradingview

 

조정 받고 있는 미국 나스닥 지수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23년 3월 미국 은행위기가 지난 후 본격적으로 반등하여 5개월 연속 상승하며 고점(7월 19일)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물가도 거의 1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7월 당시 AI 신기술 때문에 엔비디아 등을 필두로 미국 성장주가 큰 상승을 앞두고 있었고, 물가도 3%까지 내려오니 ‘이제 곧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된다’고 보는 의견들이 만연했습니다.

필자는 7월 14일 기고한 칼럼에서 나스닥 지수가 장기 차트 상으로 더블탑의 고점을 만들 수 있는 위치라고 알려드린 바 있고 연속해서 투자노트를 통해 하반기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해드린 적 있습니다.(관련링크) 공교롭게도 나스닥이 7월 19일에 고점을 찍은 후에 1개월 하락한 이후 반등을 시도했지만 고점을 높이지 못하고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가, 물가, 연준의 삼각 관계 자산시장에 영원한 내러티브는 없습니다. 다음 내러티브를 선점하고 앞서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막연하게 시장의 논리를 따라가면 뒤늦은 투자를 하기 쉽습니다. 경제나 투자는 분석이나 이론이 아니고 실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시장 참여자들이 다 함께 상호 작용을 하고 영향을 서로서로 미치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서 전략을 짜야 합니다. 물가 하락의 원인은 어떤 게 있고, 언제 반전될 수 있으며... 이렇게 게임의 원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다음 게임의 룰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까?를 스스로 판단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죠. 그런 관점에서 유가와 물가(CPI), 연준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WTI유 선물로 보는 국제유가의 최근 5년 차트. 국제유가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선행합니다. 유가가 2022년 말부터 올랐으므로 물가도 곧이어 상승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investing.com

 

국제유가는 WTI 선물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20년 코로나19 위기에서 저점을 찍고 나서 2022년 초에 고점을 만들고 하락하다가 2022년 말부터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95까지 올랐던 유가는 며칠 조정 받으며 현재 $82입니다. 길게 보면 국제 유가와 미국의 헤드라인 CPI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헤드라인 CPI(YoY)를 보면 2020년에 저점이었다가 유가를 따라서 오릅니다. 하락도 유가를 따라 같이 하락하고 반등하는 모습도 유가를 따라 상승합니다. 선행된 유가가 후행적으로 CPI에 반영되기 때문에 모양은 비슷하지만 국제 유가가 CPI보다 좀 더 선행합니다. 국제유가는 2022년 상반기에 피크를 찍었지만 미국의 헤드라인 CPI는 같은 해 6월에 피크를 찍었죠. 몇 달의 격차가 있습니다. 연준(Fed)은 실제로는 다를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CPI 지수를 참고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유가와 CPI 그리고 연준의 통화정책의 관계를 보면 결국 유가가 가장 먼저 선행하고 다음에 물가가 따라가고 마지막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정하게 됩니다. 유가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교하며 연준의 통화정책을 복기해보겠습니다.

 

1) 2020~20215: 유가가 코로나 때문에 크게 내려가긴 했으나 낮은 상태에서 유지하면서 반등하고 있었고 CPI도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연준은 코로나19 시기 유동성을 크게 풀어서 주식, 부동산, 코인 등 모든 자산이 버블이 생길 정도로 양적 완화를 했습니다. 기축통화국은 돈을 아무리 풀어도 화폐가치 하락이 일어나지 않고 재정 정책을 과하게 풀어도 된다는 MMT 이론(현대통화이론)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돈을 많이 풀게 됩니다.

 

2) 20215월 이후: 유가가 전고점에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CPI도 따라 올라가며 오랜만에 3%를 돌파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연준이 '일시적 인플레이션이다' 라고서 늦장 대응을 하다가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물가도 더 크게 올라가고 CPI가 5% 이상 상승하자 재빠르게 금리 인상을 합니다. 긴급하게 2021년 말에 시작한 테이퍼링을 두 달 만에 끝내 버리고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원래 예상됐던 테이퍼링 기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3) 2022년 상반기: 유가는 고점에서 조금씩 하락했고 CPI는 2022년 6월에 고점을 기록합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유가와 물가가 동시에 내려가게 되는데 연준의 기준금리는 하던 대로 연속해서 인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두 번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미국의 은행 위기가 터지고 나서부터 명목금리가 물가상승률 보다 일시적으로 높아져서 실질금리가 플러스가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됩니다. 연준의 뒤늦은 금리 인상이 유가와 물가 하락 추세와 맞아떨어지며 일시적으로 제약적 금리가 된 것인데,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기 위해서 연준은 긴축적 발언도 하고 금리도 더 올려서 라도 물가는 확실히 잡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4) 2023년 6월 이후: 물가가 저점에서 반등하고 유가도 반등하는 구간에서 언젠가 CPI는 다시 피크를 찍게 될 텐데요. 과거 연준은 물가가 오르니까 '금리 인상을 빠르게 제약적으로 할 것이다'는 내러티브로 금리를 많이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높은 기준금리 때문에 미국의 은행위기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첫 번째 인플레이션 피크 시기처럼 광폭으로 올릴 수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새로운 내러티브를 물색할 수밖에 현재 내러티브는 연준이 객관적인 경제지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1) 미국의 물가지수가 발표되면

2)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고

3) 시장에서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면서 반응을 합니다.

4) FOMC에서 파월 의장이 발언이 매파적인지 확인하고

5)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살피며

6) 한 달이 지나서 FOMC 의사록을 디테일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내러티브가 생겼는지 고찰해 보면 처음 유가와 헤드라인 CPI가 크게 오를 때는 이런 내러티브가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유가는 연준이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었고 금리인상으로 뒤늦게 물가를 따라가기에 급급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시적이라며 물가상승을 무시하기도 했고요.

근데 선행지수인 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고 고점에서 횡보하다가 하락하게 되니 후행지수인 CPI 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연준은 새로운 기준인 'Core CPI', 'Super Core CPI' 등을 내세우며 시장의 집중을 이끌어냅니다. 헤드라인 CPI는 하락하고 있지만 기준금리는 연준이 결정하니까 시장이 물가보다 연준의 반응과 결정에 집중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따라서 최근까지 이어진 시장의 내러티브에 따라서 예상해보면

 

1) 유가가 상승하니까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고

2)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다 잡힌 게 아니다.'라며

3) 과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긴축적 발언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은 이런 식으로 물가가 안 잡힐 경우

4)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반응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는 오르고 있고 미국의 실업률이나 고용률이 현재는 조금 안 좋아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죠. 그리고 기업들의 이익도 고점에 거의 다다른 것 같긴 하지만 절대치는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5) 물가는 오르지만 미국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미국 주식은 랠리를 지속할 수 있다. 미국 증시에 골디락스 가 올 수 있다.

 

최근까지도 이런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적당하게 물가 상승을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률도 높게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가 시장의 내러티브를 따라가기만 하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재 시장에 내러티브가 이렇다면 다음 내러티브는 어떻게 바뀔지 미리 예측하고 움직여야 시장을 조금씩 앞서가면서 수익이 내던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내러티브와 다르게 앞으로 내러티브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만약 앞으로 여기서 두 번째 피크가 와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른다면 물가를 잡기 위해서 연준은 뭘 할 수 있을까요?

 

1) 연준이 과거처럼 금리인상을 계속해서 10%까지 올릴지

2) '금리를 올린다'라고 말만 하면서 많이 못 올리는 건지

3)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건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앞으로 당분간 유가와 CPI 모두 오를 건데 만약 기준금리를 CPI에 맞춰서 크게 못 올리거나 금리를 유지한다면 과거 내러티브와 저금 다른 양상이 펼쳐지게 됩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못 올리는 이유가 있어야 될 겁니다. 만약 경기 침체가 곧 닥칠 거라면 물가와 유가는 알아서 진정될 것이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유지만 해도 제약적인 금리라고 평가받을 수 있겠죠.

 

한계에 봉착한 금리 인상, 앞으로는?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물가가 내려가는 시기엔 물가를 잡기 위해 제약적으로 기준금리 인상할 거라는 내러티브로 연준이 행동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물가가 다시 반등해서 두 번째 피크를 향해 갈 거기 때문에 물가를 진정을 시켜야 하지만 금리를 마음껏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됩니다. 2022년은 기준금리가 제로로 시작할 정도로 낮았고 물가도 오르다가 6월에 피크를 찍고 하락했기 때문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금씩만 올려도 효과가 많이 나고 여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금리를 더 많이 올릴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 3월 은행위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2023년 10월 지방은행들이 SVB 사태처럼 미실현 손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선행지수, 영구실업률,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경기 침체 사인들이 발견됩니다. 과거 신호를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마음대로 올리다가 대공황이 온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기 데이터들을 봤을 때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연준은 비록 BTFP를 통해 은행에 긴급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긴 했어도 전반적으로는 양적 긴축을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정책을 통해서 유동성을 풀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엇박자의 정책을 계속 해왔는데요. 정부가 돈을 풀어서 재정정책을 쓰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되는데,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재무부에서 단기채 위주로 발행하면서 어떻게든 해결해왔지만 이젠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정상적으로 중기채, 장기채도 발행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 정부의 막대한 이자 지출 비용이 늘어나게 돼서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곤란에 처하게 됩니다. 따라서 연준 입장에서도 미국채 금리가 더 오르지 않게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랑 30년물 금리가 전고점을 뚫고 과거 2007년 금융위기 시기만큼 상승했는데요. 연준이 완전히 컨트롤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의 개입으로 지나친 미국채 금리 상승을 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 정부와 연준에게 필요한 것 이런 상황에서 연준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만약 경제위기나 경기 침체가 온다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진정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물가를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경기 침체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네거티브가 생긴다면 미국 정부도 국채 발행에 부담이 없겠죠. 그래서 지금 현재 미국과 연준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경제위기나 경기 침체일 수도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달러와 미국채가 강세를 보이므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미국이 아닌 곳에서 경기 침체가 일어나면 더 좋겠죠.

1995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멕시코 위기에 이어서 동아시아에서 외환 위기가 터진 것처럼 지금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유럽이나 중국 경기가 침체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경기 침체로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켜주면 미국에서는 고마운 상황이겠죠.

 

경기 침체를 원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금리인상을 하는 것이 경기 침체를 유도하는 것보다 더 유리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을 재고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단행했습니다. 만약 연준이 원한다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도 경기 침체만으로도 물가를 잡을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미국채 가치가 상승하면서 금리인상보다 더 유익할 수 있죠.

 

각국의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와 물가지수(CPI YoY), 실질금리, 물가 추세를 나타낸 표. 중국과 미국의 실질금리를 유심히 비교해보세요.

 

위 표는 각국의 중앙은행의 현재 기준금리와 물가 지수 그리고 실질금리, 물가가 오르고 있는지 나타냅니다. 중국은 코로나 쇼크에서 가장 먼저 탈출하고 경제성장률도 가장 먼저 반등했는데요. 이후 가장 빠르게 경기 침체에 진입했습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사이클이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먼저 반등했다가 먼저 침체에 빠진 상황이고 이제 유럽이 그 침체를 따라가고 있죠. 미국도 언젠가 따라갈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는 내년 상반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경기가 안 좋으니까 금리를 내리고 있고 CPI(YoY)도 0.1%에 그칩니다. 겨우 물가 하락을 면한 수준이죠. 기준금리가 3.4%고 연속해서 조금씩 내리고 있는데도 물가가 너무 낮아서 실질금리가 3.4%나 됩니다. 미국이 지금 제약적인 기준금리라고 하면서 CPI(Y0Y)가 3%인데도 기준금리를 5.5% 유지하고 있는데도 실질금리는 2.2% 밖에 안됩니다. 중국은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크게 낮은데도 실질금리가 더 큰 거죠. 중국이 미국보다 더 인플레이션에 제약적인 기준금리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경기 침체로 물가가 낮은 채로 있기 때문이고요.

이런 식으로 만약 미국이 필요하다면 경기 침체를 이용해서 물가를 안정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내러티브는 아닙니다. 현재 내러티브는 연준이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기준금리를 잘 인상하면서 이상적으로 경제가 연착륙하거나 골디락스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내러티브입니다. 만약 앞으로 기존의 내러티브가 안 통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촉발점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트리거는 유가상승이 될 수 있습니다. 유가는 연준이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이 과거 전략 비축류를 많이 풀어서 현재 유가에 개입할 여력도 줄어들었습니다. 이때 사우디와 중동의 산유국들이 작정하고 유가를 높이면서 유지하면 연준이 물가를 컨트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이미 많이 올려놔서 단기적으로 더 올릴 수도 없습니다. 기준금리를 무시하고 계속 올리면 장기 미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은행위기 보다 더 큰 제 2, 제3의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문제입니다. 부동산 모기지도 장기 금리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올리면 주택 시장도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따라서 연준은 현재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가는 물가를 따라갈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면 연준은 다음 내러티브를 바꿔서 만들 수 있습니다.

 

연준의 기준금리(붉은색)과 물가지수(CPI, 푸른색)을 동시에 표기한 그래프. 1970년부터 시작된 10년의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총 3번의 물가 피크와 4번의 경기 침체(회색음영)을 기록했습니다. © Fred

 

3번의 물가 피크, 4번의 경기 침체 1970년에서 1980년까지 인플레이션 시기 세 번의 물가 피크가 있었습니다. 세 번의 물가 피크를 극복하는 동안 경기 침체가 10년 동안 네 번이나 왔습니다. 근데 40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지금 아직까지 금리 인상 이후 경기 침체가 오지 않았는데요. 2023년 10월 현재 결국 과거처럼 물가가 첫 번째 피크 이후 반등하며 두 번째 피크를 향해 오르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물가에 맞추어 기준금리를 올리다가, 물가가 내려오면 기준금리를 물가에 따라서 내리게 됩니다. 과거 차트를 통해 기준금리 내리게 되는 전후로 경기 침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년 10월 물가가 내려 왔으니까 기준금리 유지하다가 내리려고 하는 순간에 경기 후퇴 국면이 오면 경기 침체로 인해서 물가도 확 내려가고 기준금리를 크게 낮추게 되겠죠.

그게 1970년대 인플레이션 시기에 일어났던 경기 침체입니다. 경기 침체로 물가도 내려갔고 기준금리도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물가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금리가 내린 채로 경기가 회복되자마자 바로 다시 솟아오르는 게 인플레이션의 속성입니다. 1970년대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게 일어난 측면도 있었겠지만, 어떻게 보면 경기 침체를 이용해서 인플레이션을 잡은 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준은 이번 인플레이션에 아직 그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두 번째 물가 피크로 가고 있는 중인데 경기후퇴가 발생하면 물가가 높기 때문에 2008년에 일어났던 디플레이션 경기 침체가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의 경기 침체가 됩니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경기 침체에서는 미국채의 역할보다는 금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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